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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rrow] 이별의식 #1 - 짧은 입맞춤
게시물ID : lovestory_177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orrow
추천 : 12
조회수 : 108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05/06/24 11:13:02

한때 내 사랑은 횡단보도 앞의 신호등이라 생각했다.

몇초의 기다림을 이기지 못하고 무단횡단을 해버린,

철 없는 아이의 사랑이라 생각했다.

적어도 그 시절에는.

가자..

바래다 줄께..

아냐.. 괜찮아.

처음가는 길도 아닌데,

춥잖아.

그냥 나 버스탈께.

그냥 가자.

좀더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래.

그래서 바래다 주려는 거야.

응.

알았어..

말 없이 버스에 올라타는 나와 너.

흔들리는 버스의 손잡이 처럼 우리사랑이 흔들리고 있다는것을 너는 몰랐으리라.

은영아..

응?

내리자.내려서 잠깐만 기다려 알았지?

아직 시간 늦은거 아니니까.

10분만 기다려.

알았지?

응..

그런데 뭣하려구?

기다려.

응..

길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넌 뭐가 그리불안했는지

눈 속으로 달음박질을 하는 나를 두리번 거리며 찾고 있었다.

적어도 내가 돌아보는 동안에는..

찾았다.

초겨울의 꽃집.

참 언밸런스 하다는 생각을 하며 문을연다.

희열감이 감싸야 하건만 내심 씁쓸한 속내가 얼굴에 드러나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반가움이 아닌 늦은시간에 찾아든 손님에 대한 짜증이 얼굴에 보인다.

누나.

장미꽃 한송이만 주세요.

네.

장미꽃 한송이

가엾게도 겨울바람에 흔들리는 한송이 꽃을 들고

언 손으로 담뱃불을 붙이고 있다.

잠시후 고할 이별을 위해.

탁탁..후..

깊숙히 서글픔과 함께 담배연기를 들이마신다.

많이 기다렸지?

아니.

어디갔다 온거야?

추운손을 비비며 묻는다.

그제서야 등뒤로 감춘 꽃을 내민다.

그때까지도 장미꽃은 혼자 떨고 있었다.

자.

이쁘네..정말..

이런것도 사줄줄 알구

너도 이제 내남자 다 됐네.

아무것도 모른체 너는 꽃 한송이에 사랑을 판다.

아냐 전부터 사주고 싶었는데 길에서 꽃을 들 용기가 없었던걸.

미안해 이제 사주는거..

아냐.. 나 늦은거 같아.

가자.

너는 또다시 넓은 이해로 날 감싼다.

응.

말없이 걸음을 옮긴다.

유난히 빠른 내 걸음에 발 맞추려 너는 위태한 총총걸음으로 날 따라온다.

뒤돌아보니 이르게 내린 눈에 우리의 발자국만이 남아있다.

돌아오는 길에는 내 발자국만이 더해지겠지?

그게 이별이겠지?

이별이라 생각하니 별것 아닌것에 싸구려 감정이 섞인다.

뿌옇게 눈 서린 안경밖으로 니 방 창문이 보인다.

오늘이 마지막이겠지.

또다시 섞이는 감정.

너의 얼굴을 보며 미소로 가까스레 감정을 추스린다.

내 미소에 넌 영문도 모른체 웃는다.

백치..바보같은 너.

아니 바보인 너.

' 미안해'

꼭잡은 두손 놓기가 아쉬운지 내게 안겨온다.

눈감고 입술을 맡기는 너에게 날 포갠다.

갑자기 따가워지는 눈과 코를 느끼며.

입술을 때었다.

너무 일찍 입술을 땐것일까?

놀란듯 감고있던 눈을 뜬다.

왜?

아냐 춥잖아. 어서 들어가.

감기 걸리겠다.

치...

전화할께.

잘때 따뜻한 물 한모금 마시고,

이불 잘 덮구 방 따뜻하게,

알았지?

응.

늘 하던 말이 오늘따라 가슴에 막힌다.

나 갈께.

그래.

넌 총총걸음으로 - 그러나 뒤돌아 보는 걸음으로 -

그렇게 사랑의 한 기억으로 갔다.

춥다.

바닥에 쌓인 담배꽁초는 늘어만 가는데,

너의방은 불이 꺼지지 않는다.

이내 울리는 전화 벨 소리.

성급히 스피커 부분을 틀어 막는다.

몇번인가 반복적으로 울려대고난 후에야

메시지 알림음으로 변하며 끝을 맺는다.

잠시후 꺼지는 네 방 불빛.

같이 꺼지는 내 사랑의 불빛.

사랑한다 말을 하지 않았다.

다음이라고 기약을 정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안녕이라고 말했다.

쓸데없이 정한 나의 룰에 안도하며.

나름의 정리된 이별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일을 모른체..

ps

1

문득 오래전 노래를 듣다가 그아이가 생각났습니다.

내 전부인 그 아이가 생각났습니다.

내 그리움의 원천인 그 아이가 생각났습니다.

2

오래전 제 사랑 이야기에요..

잠시 쓰다만 기억들이 떠올라 이어서 써보려구 용기를 내어.

글을 올려 봅니다 ^ㅡ^;

내일 아니면 그 다음

기약 할수는 없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이어지겠지요.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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