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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Taxi
게시물ID : movie_509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꽃보다륜미
추천 : 1
조회수 : 61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2/04 01:11:38
movie_image6LSTUWYS.jpg
(스포성 글이 있습니다.)



















올해 베를린 황금곰상 수상작
이란의 세계적인 거장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연출한
'택시'를 보고 왔습니다.

이란이 이슬람 국가라는 것과
여자와 어린아이에게 강압적이고 억압적인 사회풍토가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간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만들었던
작품들은 정부의 입장에서 '반공세력'이나 다름없는 인간으로 보았을 겁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님이기에 알고는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자파르 파나히 감독님의 영화는 이번에 처음보았습니다.)

20년간 영화촬영과 해외출국 금지를 받고
가택연금까지 받았던 '자파르 파나히' 감독에게는
영화의 창작력과 여건이 되지않는 상황이 부딪히며
깊은고민과 그에 못지않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을 겁니다.

형식적인 제약과 이란 정부의 눈치를 보아가며
만들었을 이 영화는 그 자체로 눈부신 하나의 예술이 되었습니다.

그것이 정부의 권력이든, 탄압이든
본인의 예기치 못한 병명이든 억압이든
예술은 창작자를 구속하면 할수록 한걸음 더 나아가
보다 더 큰 결과물을 선사한다는 걸 이 영화는 증명하고 있습니다.
(쉬운 예로, 뭉크나 베토벤만 보아도
예술은 어떤식으로든 더 빛을 발할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서 다큐멘터리처럼 취하고 있는 영화는
'택시' 안에서만 촬영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란사회의 단면들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자 교사와 남자 노상강도를 시작으로
인권변호사까지 이어지는 한사람 한사람의 모습들은
재치와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도 메세지와
뜨거운 가슴까지 끓어오르게 합니다.

러닝타임이 짧고 한정된 공간에서 촬영이 되어
얼핏 설렁설렁 만든 것 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 엄청난 밀도로 압축 또 압축을 시키며
파나히 감독의 정부를 향한 비판과
영화에 대한 사랑을 동시에 담은 걸작입니다.


한 예로, 알리의 샘에 물고기를 놓아줘야 한다는 할머니들은
이슬람 문화의 한 부분을 보여주는 것도 있지만
엔딩 말미에 가서는 엄청난 복선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배급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어린조카의
영화만들기 또한 담임선생님의 주의사항을 읊으며
'추악한 리얼리즘'은 금지한다는 이 이야기가
그동안 파나히 감독이 만들어온 영화가
이란 정부 입장에서 '추악한 리얼리즘'의 가장 대표적 작품일 것입니다.

파나히 감독이 몇년만에 만난 친구의
안타까운 강도사건과 폭행이야기가 생판모르는
사람이 아닌 아주 가까운 거리 이웃부부라는 것을 알았을 때
이란사회의 문제점들과 어찌할 수 없는 아이러니들

거기에 조카가 '특히 오렌지주스를 파는 아저씨가 좋았다'
라고 했을때의 역설적인 상황은 정말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없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결국 이란정부를 향한 칼날일 것입니다.


파나히 감독이 잠깐내리고 조카가 남아 있을 때
쓰레기를 줍다 돈을 주은 남자아이에게 조카는 다시 돌려주라고
말하지만 끝끝내 돌려주지 못하지요.

'희생과 이타심'을 권장하던 어린 조카의 간절한 마음과 달리
그렇게 할 수 없는 남자아이의 모습또한
'희생과 이타심'이 없는 이란정부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담습니다.
(이것은 남자아이가 모른척하고 돈을 주워 끝내 하지 않는 행동은
파나히 감독이 처한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인권변호사가 적나라하게 변호사협회에 관한 이야기를하고
'영화인들은 믿을수 있잖아요'라며 꽃을 헌사하는 장면은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붉게 물든 장미의 꽃말까지 생각한다면 더욱 그러하지요.)

그리고, 물기젖은 할머니들의 지갑을 다시 돌려주러 갔을 때
전에 남자아이가 돈을 건네주지 못한 것을
파나히 감독이 '직접' 돌려주러 가는 것과 연결지어 생각하면
크나큰 감동과 깊은 울림을 선사합니다.
(고정된 카메라 앞에 붉은 장미와
차의 창문이 스크린처럼 펼쳐져 있는 구도까지 본다면
절대 단순한 장면들이 아닙니다.)

롱테이크로 이어져 계속 고정 되어
히잡을 둘러쓴 여성과 여자아이들이 지나가고,
말미에 택시를 덥치는 강도까지 다 보고나면
잊을 수 없는 장면과 잔상들로 여운을 선사합니다.


형식적 제약과 한계까지 얹은 파나히 감독님의
'택시'를 본다면 정말 대단한
예술가이자 창작자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화에 대한 사랑까지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올해 본 하반기 영화 중 가장 좋았던 것과 동시에
독창적인 걸작이라는 것에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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