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엔 낮엔 사람이 바글바글하다가도 밤만되면, 사람의 통행이 일절 없는곳이 몇곳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과장 건물이나, 사격장, 유격장 같은 곳들이지요...
그중에 사격장은 내무실 건물과 다소 떨어진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사격훈련을 위해, 이곳으로 가는날은.....
음... 생각하고 싶지 않네요.....
군대를 안다녀와본 여성분들도 아실겁니다... 총기가 얼마나 위험한 물건인지를... 그 위험한 물건을 넋이나간 상태로 취급했다가는 크나큰 사고가 나버리고 말죠...
그래서, 그곳으로 가기위해, 조교들은 훈련병들의 날을 바짝 갈아놓습니다...
지금도 뚜렷이 기억나는 전천후 학과장 옆의 고갯길... 그 고갯길을 총을 거꾸로 세운채, 총구만을 붙잡고, 오리걸음으로 이동... 한 200m 그상태로 이동하다 제자리에서 군장을 맨상태로 얼차려... 다시 300m를 오리걸음으로 이동... 이런패턴.....
총구만 붙잡고 오리걸음 한다는거, 별로 안어려워 보이시겠죠? 궁금하신분들... 당장 기다란 봉걸래로 실험을 해보세요... 봉걸래 끝만 머리위로 거꾸로 잡고, 오리걸음을 해보시면, 답이 되실겁니다...
어쨌든 총기를 다루면서 있을 그런 모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그날만큼은 구타조차도 허용이 된다고 하더군요...(저희때도 맞았서, 코피를 흘렸던 훈련병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사람이 많다보면, 별의별 화상들이 다 있는법...
그렇게 굴리고 굴려도, 너무나 긴장되는 분위기때문에 오히려... '내정신은 이미 안드로메다~'라는듯 행동하는 훈련병들도 있기 마련입니다...
일단, 남의 과녁에 사격하는건 애교...
총알을 다 쏜 후 표적지를 가지고 왔는데, 분명 20발을 지급 했는데, 표적지엔 30여발 이상의 구멍이 나있어서, 이 무슨 귀신이 곡할노릇? 이러면서, 옆의 동기 표적지를 보니, 동기꺼엔 구멍이 단 한개도 없는...
그리고, 구타를 당해도 할말이 없는 총알 미격발...
20발 쏘라고 주고, 옆에서, 조교들이 봐주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 쐈다고 일어나서, '실탄확인'(이 구령이 맞나 모르겠네요... 하늘향해서 남아있는 총알이 없는지 총을 쏴보는 단계인데...)순간에 "탕!!!"이라면서 총알이 나가면... 뒤지게 맞습니다... 그 실수로 인해, 한사람이 죽을수도 있기때문이지요...
하지만,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크나큰 사고가 있으니 그건바로...
총기분실...
이건 답없습니다... 총을 찾아내던지... 영창을 다녀오던지...
철모르시는 분들은 물어주면 될것 아니냐?? 라고 하실수도 있겠지만...
그건 통하지 않을 이야기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전쟁터에 나갔는데, 군인이 총을 잊어버렸다?? 무엇으로 싸울까요... 그냥 앉아서, 죽기만을 기다려야죠...
그래서, 군인에게 총은 생명보다 더 귀중하게 여기라고 한답니다...
그런 목숨보다 귀중한 총을 잊어버렸다는데야 긴말이 필요없죠...
우리 선배기수중 한 훈련병이 사고를 쳤었답니다... 총기분실...
난리가 났었겠죠... 총을 찾기위해, 기관병이 그 일대의 사격장 일대를 샅샅이 뒤졌지만, 보이지 않았답니다...
훈련병을 인솔할 일부 조교 이외의 나머지 조교들도 그 일대를 뒤져보았지만, 성과가 없었다죠...
이젠 야간사격시간을 한참 지나, 어느덧 자정이 넘어가고, 짜증이 잔뜩난 한 조교가 그 훈련병에게 말했습니다...
"야이 새끼야... 너 혼자 찾아봐!! 그리고, 총찾을때까지 돌아올 생각도 하지마!! 니놈 하나때문에 이많은 사람이 이게 무슨 고생이야!!"
"....."
조교는 그 괘씸한 훈련병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그 훈련병만을 남긴채, 기관병과 부하조교들과 함께 사격장불을 소등하고, 내무실로 돌아왔답니다...
밤이 깊어가고... 시간이 어느정도되어서... 오늘은 적당히 하고, 내일 낮에 다시 총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그 훈련병을 데릴러, 다른 조교 한명과 사격장으로 갔답니다...
한 구석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으리라 생각하니, 순간 안쓰럽단 생각도 들었다더군요...
불이 꺼져 어두침침한 사격장을 후래쉬 불빛으로 이곳저곳을 비춰도, 그 망할 훈련병 녀석은 보이지 않았고... 아무리 불러도 대답조차 없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