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반찬에 뭐가 들었나?', '이 국엔 나의 두드러기를 일으킬 그 무엇인가가 있진 않을까?'
이런 생각따위는 사치일 뿐이죠...
일단 행하고, 대처하라!! 이게 관례인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정말 물갈이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죠...
하루는 동기녀석이 점호 후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아픈배를 부여잡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더군요...
그날따라, 늦은 수다에 시간가는줄 모른 우리는 그 동기가 화장실을 다녀 올때마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답니다...
"괜찮냐??"
"어...? 으... 응... 벌써 네번째가는건데, 아직도 꾸륵거려..."
"너, 그래서 내일 훈련이나, 제대로 받겠어? XX아, 너 내일 병원수진 갈 때, 조교님한테 말해서 쟤도 데려가라..."
저도 그 동기가 걱정스럽긴 했습니다만, 눈에 보일정도로 아픈 환자가 아닌 이상에야, 병원수진을 데려갈수는 없었기에...
"응? 어... 그래... 내일되어서도, 계속 상태가 안좋으면, 조교님께 보고해..."
그러자, 배가 아픈 동기가 그러더군요...
"응... 근데, 나 아무래도 식중독 같아..."
제가 대답했죠...
"식중독?? 왜?? 식중독 걸리면, 열꽃피는데..."
"응... 변기에 앉아, 거울을 보니까... 내 얼굴에 열꽃이 피어있더라구... 아무래도 식중독인것 같아..."
"그래?? 근데, 지금 니 얼굴은 깨끗한데... 잘못본거 아냐??"
"아냐... 나도 처음엔 여드름인줄 알고, 자세히 봤는데, 붉긋붉긋 한게, 여드름은 아니더라구..."
"이상하네... 지금 니얼굴은 깨끗한데... 뭐... 어쨌든, 내일 아침도 상태가 안좋으면, 보고해서 병원에 가보자."
라고 이야기를 마치고, 두런두런 수다를 떨다가 잠이 들었죠...
다음날 아침 세면시간...
어젯밤에 아팠던 그 동기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허겁지겁 들어와서 알수없는 말을 하더군요...
"야... 나 어제 이상한거 본것같아..."
"이상한거??"
"나... 이거... 어떻게 해야하지?"
"왜 그래 임마?"
"나 무섭다... 무서워..."
"아니, 대체 이놈이 왜그래??"
"나 어제 분명 화장실안에서 거울 봤거든... 문에 달려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그칸에 다시 들어갔더니, 거울이 안보여..."
"!!!??!!?"
그러자, 다른 동기가...
"누군가 떼어간거 아냐? 어느칸인데??"
"맨 오른쪽칸..."
이 때 '으이씨 아저씨'의 한마디가 우리를 멍하게 하죠...
"어? 원래 화장실문엔 거울이 하나도 안붙어 있는데...?"
- 그런데, 우리는 왜...? 지난밤에 화장실문엔 거울이 붙어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누구도 몰랐을까요... 단체로 최면이라도 걸렸던 걸까...? 그리구, 거울을 봤다던 제 동기는 뭘 본걸까요?? 설마... 귀신이라도 마주보았던 건 아닐런지... 거기에 얼굴을 가까이대고, 이러저리 돌려봤으니, 섬뜩했을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