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가 이상했던거죠... 아무리 정전이라도 비상구의 등은 예비전력으로라도 켜져있어야 하거든요...
'아니... 어떻게 비상등까지 한꺼번에 정전이 되지??'
그렇게 생각하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새까만 어둠속의 벽을 더듬으며, 중앙 계단쪽으로 갔었답니다...
거의 중앙계단쪽에 다다랐을 찰라...
'다다다닷~!!'
"누!! 누구야??"
갑자기 중앙계단에서 4층으로 누군가 서둘러 달려올라가는 듯한 소리가 난거죠...
앞은 보이지 않고, 누군가는 있는것 같고... 정말 등줄기가 서늘해 지더랍니다...
등뒤에서 누군가가 가는 숨소리를 내며, 따라오는것 같아, 서둘러 돌아보아도, 오히려 코끝마져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공포감만 더욱 커졌다네요...
다리가 후들거리는 와중에도, 서둘러 복도벽을 손으로 확인해가며, 중앙계단까지 거의 다 다다랐답니다...
그 때!!
"저벅저벅..."
들려오는 군화소리...
"누구야! 새끼야!! 장난치지 말고, 나와!!"
"....."
마침내 중앙계단에 다다라서, 발소리가 났던, 3층과 4층 사이의 계단을 올려다 보았답니다...
그런데, 3층에서 4층으로 꺽여있는 계단 중간의 창문이 열려있고, 그 바깥에는 가로등 불빛이 비치더라네요...
그 가로등 불빛을 받아, 전깃줄 한가닥이 늘어져서, 바람을 따라 이리... 저리...
상사는 그곳으로 발을 옮기기 위해, 계단에 발을 올려놓았습니다...
아무래도 그곳이 밝아서, 그나마 안심이 되기도 했지만, 정체모를 누군가가 괘씸하기도 했기때문이지요...
뚜벅... 뚜벅... 계단을 한계단 한계단 올라갈때마다... 왠지 마음이 점차 불안해지더랍니다...
그순간 들었던 생각이... 어이없게도 이제 막 다섯살이 된 아들이였다네요...
아들이 생각난 순간 결심을 바꿨답니다... 서둘러, 2층으로, 1층으로 그 어둠속을 벽을 따라 달리듯이 내려갔고, 입구에서 "필승!"을 외쳐주던 불침번의 경례도 무시한채, 당직실로 돌아왔답니다...
그렇게 넋이나가 당직실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똑똑똑!!!"
"누!! 누구야!?!"
"이병 OOO. 사관님 CP보고 왔습니다."
"어... 그래... 들어와..."
그렇게 불침번 보고를 받고, 이내 넋이 나가서 앉아있었답니다...
잠시 후, 방금 학과장에서 불침번을 섰던 훈련병이 왔는데, 자기 동기녀석은 학과장에 놓고온 물건이 있다고, 혼자 먼저 왔다네요...
잠시 당직실에 앉아서 대기하도록 했는데, 와야할 훈련병이 내무실로 바로 들어갔는지, 당직실로는 오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상사도 기운이 빠질대로 빠져 귀찮은 상태고, 계속 기다리게 하기도 그렇고해서, 보고도 안하고 들어갔다고,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아침에 보자고, 엄포를 놓은 후, 들어가게 했다네요...
그리고는 얼마 후, 불침번을 서러갔던 녀석들이 허겁지겁 달려들어와서는...
"저... 저... 화... 화장실...에서, 누... 누가 목을..."
"뭐라는거야?? 천천히 똑바로 좀 말해봐!!"
"훈련병... 한명이... 자... 자살을..."
"뭐?? 야... 어디야?? 자... 잠깐..."
상사는 서둘러 불침번에게 당직병을 깨우라고 하고, 자신은 그 불침번들과 함께 서둘러 학과장으로 갔답니다...
훈련병이 가르킨 화장실은 1층에 있는 화장실...
서둘러,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보니, 화장실 끝칸에서 옆의칸의 휴지걸이에 군화끈을 길게 연결하여, 훈련병이 목을 메어 있었다네요...
이미 숨이 끊어진듯 한 상태, 하지만 서둘러 군화끈을 풀러 훈련병을 내려놓으며, 그 훈련병의 얼굴을 봤답니다... 그런데, 아뿔사...
아까 점호시간에 자신에게 혼났던 훈련병...
마음이 답답해지고, 무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현장처리를 헌병대에 맡기고, 자신은 당직실로 돌아왔답니다...
당직실에는 자살한 그 훈련병과 함께 근무를 나갔던 또다른 훈련병이 얼굴이 하얗게 질린채 앉아있었고, 잠시 후, 조사를 위해, 헌병대와 다음 불침번들이 당직실로 들어왔답니다...
상사는 자괴감과 죄책감이 들었다네요... 자신이 심하게 꾸지람을 해서, 그 훈련병이 자살까지 했다는게 말입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멍... 하니 앉아있는데, 갑자기, 한 불침번이 큰소리로 말하더랍니다...
"되돌아 갔다고?? 그 화장실로?? 거짓말 하지마... 우리가 입구를 지키고 있을때 온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너랑 교대할때도, 너 혼자 있어서, 우리는 그 동기가 화장실을 갔겠지... 라고 생각했었어..."
"뭐?? 마... 말도 안돼!!!"
그렇게 소란스러운 상황이 되었고, 상황을 대충 들어보니...
자살한 훈련병과 함께 근무를 했던 훈련병은, 동기와 둘이 같이 근무를 했다고 하고 있고, 교대를 해준 불침번들은 분명 혼자서 서는걸 봤다는 이야기...
상사는 기억을 되짚어봤답니다...
"아... 가만... 내가 아까 학과장에 순찰나갔을때, 분명 너 혼자 근무를 서고 있었는데..."
이렇게 말하자, 함께 근무를 섰다고 말하던 훈련병은 심하게 충격을 받은 얼굴로 제자리에 주져앉더라네요...
마지막의 상황들이 익숙하시죠??
그렇습니다... '끝말잇기' 편을 경험했던, 또다른 한사람의 이야기였답니다...
- 황당한 이야기는 날이 밝았는데도 이어지더군요... 그 상사님이 당직실을 나와 관사로 가기위해 학과장 건물을 지나가면서, 어제 창문이 열려있던 3층과 4층 사이의 창문을 보았답니다... 그런데, 그 창문에 전선이... 교수대의 밧줄처럼 옳아매져, 창문위에 드리워져 있었다더군요... 마치, 누군가의 목을 매달준비를 하는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