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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공군 훈련소 귀신이야기19탄:집..합..방송..
게시물ID : panic_113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포르테
추천 : 2
조회수 : 115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1/28 09:06:52
기본군사훈련을 받는 훈련소에서는 조교들이 방송을 한답니다.
 
하계(여름철) 아침 6시, 동계(겨울철)는 6시 반에 기상 방송을 하게 되죠.
 
방송에 다른거 없습니다...
 
5시 50분쯤에,
 
"기상 10분전. 기상 10분전."
 
이라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나름의 모닝콜을 해주죠... 자기전에 듣게되면, 가위눌릴것 같은 목소리로 말이죠... 
 
그리구, 시간이 되면, 다소 크고 건조한 목소리로,
 
"기상!! 기상!! 전 훈련병은 지금 곧!! 연병장으로 집합하기 바란다!! 다시한번 알린다!! 전 훈련병은!! 지금 곧 연병장으로 집합하기 바란다!!"
 
라는 식으로 방송을 하죠... 당시엔 워낙 정신없고, 멍한 상태에서 경험한 방송이라, 그리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 생뚱맞은 방송이다... 싶네요... ^^;
 
하지만, 그 목적과 의미만은 짧은 와중에 정확히 전달되기에, 오히려 효과는 크다고 볼수 있겠죠...
 
이건 기술학교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차이점이 있다면, 대부분의 방송을 조교가 아닌, 당직병이 한다는것에 있습니다.
 
이전편에 제가 기술학교에서 당직병을 했었다는 내용을 보셨을 겁니다.
 
이 기술학교 당직병은 돌아가면서 하는것이 아니라, 몇명이 각자의 파트가 정해져서 하게 되어 있거든요.
 
대부분의 당직병은 가장긴 교육기간이 필요한, 7주차 교육과정의 "방공포차"라는 커다란 군대트럭 운전병 특기들이 하게 되어있는데, 저희때는 특이하게도, 타특기중에 유일하게 제가 당직병을 하게 되었답니다...(절 뽑은 선배들의 말에 의하면, 저 이전에 단 한번도 다른 특기를 선발한적이 없다네요... 영광~영광~ -_-v )
 
일단, 기술학교 생활을 오래해야하기도 하거니와, 선,후배기수가 함께 지내다보니, 아무래도 기수가 높은 선배기수가 후배기수를 통솔할 수 있겠거니... 라고 판단하는 거죠...(공군은 4~5주마다 한번씩 훈련병을 받습니다. 따라서, 5주이상 기술학교에 있다보면, 후배기수들을 볼 수 있죠..)
 
제가 당직병으로 뽑힌 이유요??
 
식당에 밥먹기 위해, 줄을 서 있는데, 당직병 완장을 찬 4~5명이 "당직병 할사람??"이러길래... 아무생각 없이...
 
"제가 하겠습니다~!!"
 
하고 손들었다가... 하게 되었습니다...(뭐... 대단한게 있었을거라 생각하셨던분들 죄송...)
 
가산점을 더 벌자는 생각도 있었지만..... ^^; (공군은 자신이 원하는 지역이나, 부대를 훈련소 성적순으로 지원해서 나눈답니다. 각종 근무자나, 당직병에겐 가산점이 주어지죠. 따라서, 원하는 부대에 가기위해서는 일단 좋은 점수를 받아놔야 한답니다.)
 
물론, 선배기수당직병들에게 면접은 보았죠... 나름의 원칙이 있어서, 아무나 뽑지는 않는다는 짙은 겉치례성 멘트를 날려주더군요... 일단 뽑는 당직병이 '마이크당직'이라 불리는, 방송을 해야하는 당직인데, 저에게
 
"당직병이 전달한다..."
 
라는 멘트를 해보라네요... 해줬는데, 반응들이 어째 영... ㅡ,.ㅡ;
 
그중에 한 선배기수 당직병이 그러더군요...
 
"야... 어째 니목에서 쇳소리가 나냐??"
 
"....."
 
전편을 읽어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전 훈련소생활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원하는 부대로 가기위해서... ^^;)
 
목에서 쇳소리가 날정도로 말입니다... 
 
훈련소에선 다른거 없어요... 시키는대로만 하면되고, 목소리만 크면 장땡인거죠... 다른 동기들이 아직 익히지 못해서, 혼자 죽어라 불러재껴 우리 구대원들에게 면책의 기쁨을 주었던 그 군가, 그 군가를 가요처럼 불렀다면, 그런 혜택이 주어졌을까요?
 
그런거 없습니다. 그냥 목에서, 아니... 목소리에서 쥐가 날 정도로 크게만 질러되면 된답니다... 그러다보면, 훈련소 수료할때쯤이면, 저절로 쇳소리가 나게 되어 있죠.
 
그렇게 되면, 입대전에 불렀던 가요들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을뿐더러, 설령 부르게 된다해도, 음정, 박자... 심지어는 느낌까지도, 군가처럼 변해버린답니다...
 
'여자를 사랑하지 못할지언정, 예술은 사랑하겠노라...'라며, 온갖 감정을 부여하며, 노래를 불렀던 제 예술혼이... 각을 잡고 찌그러지게 되버린 거죠...^^;
 
어쨌든... 그 목소리는 제 훈련소 생활의 훈장같은 거였기에, 선배당직병들은 훈련병 생활을 열심히 했음이 느껴지고, 또한, 분명 목소리가 좋아질거라며, 절 간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날부터 당직병 수업이 시작되었죠...
 
기상시간 30분전에 준비를 마치고, 기상시간이 다가와 긴장이 되더군요...
 
드디어, 기상 5분 전... 방송을 했습니다...
 
"당직병이 전달한다... 기상 5분전... 기상 5분전..."
 
"....."
 
다시, 기상시간이 되어 일조점호(아침에 눈뜨자마자 모여서 하는 인원파악)시간이 되었습니다...
 
"당직병이 전달한다!! 기상!! 기상!! 전 훈련병은 지금 곧 내무실 앞으로 집합하기 바란다."
 
"....."
 
그렇게 저의 첫번째 방송을 무사히 마치고 뿌듯한 마음으로 당직실에서 대기하고 있었죠...
 
그리고, 전... 그 날 '마이크당직'에서 짤리고, 'CP당직'(불침번 순번을 정해주는 당직병, 울트라 CP등의 처벌권한을 가짐)으로 본의아니게 전향하게 되었답니다...
 
이유요??
 
제 쇳소리 가득한 목소리를 듣고, 기상하기 위해, 눈을 뜬 훈련병중에 가위를 눌린 훈련병이 자그만치 세명이나... 
 
훈련병중엔 기상시간전에, 손목시계 알람을 맞춰놓기도 하는데, 미리 눈뜨고, 잠깐 누워있다가, 방송에서 나온 '기상 5분전'멘트에 너무 무서워서, 꿈쩍도 못하고 가위들을 눌렸다네요... ㅡ,.ㅡ;;;
 
점호집합하러 나가야 하는데, 계속 누워있어서, 동기가 흔들자, 그제서야 질린얼굴로 가위눌려서 못움직였다더랍니다...
 
별수 있나요... 제목소리가 가위까지 부른다는데야... 버티면 민폐죠... 
 
그렇게 남들과 다른 활동으로 의무근무며, 당직병등을 해가며, 훈련소 생활을 열심히 한 덕분에 좀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알게 된것도 어찌보면, 혜택이라면 혜택이라고 생각한답니다.
 
아래의 이야기는 그시절 들었던, 이야기중에 하나의 기억이랍니다...
 
 
- 방송의 힘... 그건, 단순히 알려주기만 한다해서 무서운게 아닙니다... 잘못된 정보는 또다른 피해를 가져올 수 있기때문이지요... 아래의 이야기는 훈련소에서 있었던 일이랍니다...
 
 
첫주차의 어느날 밤...
 
한무리의 훈련병들이 자정을 넘긴 시간에 우르르르 몰려나가더랍니다...
 
그리고는 점호시간때처럼 내무실앞에 줄을 서서 웅성웅성...
 
당직실에 있던 조교가 무슨일인가 싶어, 서둘러 나갔답니다...
 
"야... 너희들 뭐하는거야??"
 
"....."
 
"뭐하냐구... 자식들아!!"
 
"ㅇㅇㅇ훈련병!! 방송에서, 집합하라고 해서 나왔습니다!!"
 
"뭐?? 그게 무슨 생뚱맞은 소리야??"
 
"저... 방송에서... 집합하라는 방송이 나왔습니다..."
 
"누가 방송을 했다고 그래!! 당직실에 나혼자 있는데, 내가 방송을 안했는데, 누가했다는거야??"
 
"....."
 
"그리고... 방송을 들었다면, 전부 다 나왔어야지... 어떻게 너희만 나왔어!! 응?!"
 
그러자, 그 훈련병들이 뭐가뭔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두리번거리더랍니다...
 
"아... 이것들 봐라... 장난치는거냐??"
 
"아... 아닙니다!! 저희가 내무실에서 자고있는데, 분명히 지직거리면서 나오긴 했지만, 천천히 '집..합, 집..합'이라고 여러번 방송이 나왔었습니다. 저희내무반 애들은 전부다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온겁니다..."
 
"뭐?? 야임마!! 거기만, 방송이 따로나갈리가 있냐?? 니들 몇내무실이야??"
 
"312호실입니다..."
 
".....!!!!!"
 
 
- 312호실... 정말 숱한 이야기꺼리를 남겨주는 내무실입니다... 잊을만 하면, 하나씩 터져주는 공포의 진원지였지요... 그래서, 저런 소동이 반복되자, 한동안은 창고로만 쓰이기도 했었답니다... 다시 사용되던 저희 때도, 외부인 소동이 있었는데... 지금은 괜찮은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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