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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키165 스물다섯 남자의 짝사랑 첫 도전 그리고...
게시물ID : gomin_15590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와룡대장
추천 : 2
조회수 : 900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12/05 22:28:34
 
 
안녕 얘들아.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다들 감기 조심해라 겨울 감기는 낫기 힘들더라.


암튼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한 솔직한 내 감정을 의식의 흐름(?)에 따라 기술해 보려고 한다.


며칠전부터 좋아하던 애가 생겼다며 글을 올렸는데 조언과 응원 댓글들에 도움 많이 받았다.


아는 애들은 알거다.


암튼 시작한다.


근래에 맘에드는 여자애가 생겼다는 것은 다들 알거라 본다.


어제가 드디어 결전의 순간이었다.


그동안 고민게 이용자들 그리고 실친들의 조언과 충고에 도움을 받아 그녀에게 접근해 말을 걸어보려 계획을 세웠다.


약간의 변수가 있긴 했지만 결국 말을 걸었다.


말을 걸기 전부터 어찌나 떨리던지 마치 수능시험장에 온 기분 그 이상이었다.


암튼 전날 부터 걱정반 기대반으로 밤잠을 설쳤는데 실전에 돌입할 순간이 되니 미치겠더라.


수업이 끝났고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를 불렀다. "저기요."


그녀에게 가는 그 찰나의 순간이 마치 영겁의 세월처럼 길고 무겁게 느껴졌다.


이내 나를 돌아보는 그녀의 눈빛에서 낯설음과 어색함이 느껴졌다.


거기에 굽히지 않고 사나이 기상을 앞세워 강한 눈빛으로 어필하며 그녀에게 말했다.


"저...친해지고 싶은데, 강의 혼자 들으시면 저랑 같이 들을래요?"


다소 긴장했지만 여하튼 내가 하고자 했던 말은 전부 내뱉었다.


무려 일주일도 넘게 이 말을 전하기 위해 연습 해왔던터라 저 말이 마치 이슬람 주술사가 읊는 주문처럼 느껴졌 다.


암튼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한 나는 그녀의 입에서 '네' 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문득 내 뒤에서 누군가 나를 노려보는 쌔한 느낌이 들었다.


돌아보니 어떤 훤칠한 남자가 나를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고 있었다.


그때의 눈빛은 중고등학교 학창시절 친구들과 소위 말하는 맞짱을 뜰때나 보던 눈빛이었다.


한 마리의 맹수가 먹잇감을 놓고 경쟁자를 노려보는 그것과도 같았다.


그가 굳이 입을 열지 않더라도 그의 매서운 눈빛이 다음에 그가 할 말을 짐작케 했다.


"여자친구에게 무슨 볼일이시죠?"


의심가는 상대에게 경계심을 가진 채로 여기서 썩 물러가라는 무언의 암시처럼 느껴지는 한 마디였다.


일부러 '여자친구' 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나를 경계했으니 말이다.


비단 눈빛이나 말 뿐 아니라 나보다 머리 하나는 큰 키와 듬직한 어깨에서 느껴지는 위압감은 단숨에 나를 압도하기에 충분했 다.


25 년 인생을 그저 공부나 하며 쭈그리로 살아온 나인데
 
마음만 먹는다고 해서 없던 용기가 샘솟는 것도 아니었기에


나보다 갑절은 강해보이고 건강해보이며 섹시해 보이기 까지하는 그 에게 나는 압도당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잘못하다간 몇 대 얻어맞을 분위기였다.


솔직히 말해 그가 두려웠다. 두렵고 무서웠다.


그 순간에는 정말 뭐랄까... 쪽팔림보다 두려움이 앞섰다. 나에 대한 적개심을 품은, 그것도 나보다 머리하나는


더 있는 체격의 상대에게 대적할 배짱이 키 165cm 에 54키로인 나에게 있을리 만무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너스레를 떨며 그 순간의 위기를 재치있게 벗어날 수도 있었겠지만


그 만한 기지는 나에겐 아직 없었나 보다.


텅 빈 교실에 그녀와 나 그리고 그녀의 남자친구 사이를 감싸는 어색하고 불안한 공기가 나로 하여금


일단 뭐가 됐든 불편하고 어색하며 두렵기마저 한 이 공간을 벗어나고 보자는 마음을 먹게 하기에 충분했다.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지금 생각해도 한심스럽기 짝이 없었다.


"아.... 아니에요... 잘 못 봤네요. 죄송해요."


하고 대답하고 얼른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렇게 쫒겨나듯 교실 뒷문을 나서며 그녀의 눈빛을 힐끗 바라봤다.


그녀에게 말을 걸기 전 까지, 아니 말을 거는 그 찰나의 순간까지도 그토록 찬란하고 아름답게 빛나며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던 그녀의 눈빛은


폭풍우가 되어 나를 휘몰아쳤고 산사태가 되어 나를 흔들어댔으며 연예인 기사의 악성댓글 마냥 나를 찔러댔다.


그제서야 그녀의 남자친구에 기인한 두려움이


그녀 앞에서 보인 내 실망스러운 모습들의 창피함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주제파악 못 하고 내 멋대로 좋아한 것 뿐인데, 내 진심이 이렇게 시작도 못해 보고 끝나는 것이 너무나 서글펐고 아쉬웠 다.


넘보지 말아야 할 것을 넘본 것만 같아 부끄럽고 후회스러웠다.


그녀 앞에서 남자친구에게 망신당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내 자신이 한심하고 수치스러웠다.


지금쯤이면 찌질하기 그지 없었던 내 모습을 소재거리 삼아 씹으며 히히덕거리고 있을 그들이 떠올라 가슴 아프고


쪽팔렸다.


진심어린 사랑이라는 감정을 내게 느끼게 해준 그녀인데 이렇게 처절하게 끝나버릴 줄 알았으면 애초에 좋아하지 말 걸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아보기 위해 좀 더 두고 볼 걸


하는 아쉬움 섞인 탄식을 해 보지만


정작 내가 있어야 할 곳은 도서관 뿐이고 그녀를 넘본다는 것은 주제넘는 행동 이라는 걸...


스물 다섯 청춘을 지나고 있는 나로 하여금 무기력감을 느끼게 했다.


그렇게 한동안 벙찐 것마냥 넋 놓고 있다가 이렇게 글을 쓰는 순간 까지도 그녀에 대한 감정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로 놓아주어야 하나 보다.


아니, 그게 옳은 것인가 보다.


주제넘게 나보다 큰 여자를 좋아하는 것은 흐르는 물을 거스르는 것이고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것마냥 허무맹랑한 이야긴가 보 다.


그런 모멸감과 수치심조차도 웃으며 털어버릴 배포는 지금의 나에겐 아직 없다.


늘 나의 160대 중반의 키 가지고 자조적이고 못난 생각을 해 왔는데 이제와서 그 댓가를 치르는가 보다하고 생각하고 싶 다.


차라리 그 편이 더 낫지 싶다...


암튼, 스물 다섯 내 청춘은 이렇게 저물어간다. 처음이었지만 개 끗발로 끝나버린 도전을 훗날 안줏거리로 회상할 날이 과연 올 까.


오늘의 유쾌하지 못 한 경험이 먼 훗날 더 멋진 상대를 만나기 위한 밑거름 될 수 있을까.


내가 한 단계 더 성숙하고 성장하기 위한 자양분이 될 수 있을까...


글쎄 아직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렇게 나의 스물 다섯 늦가을의 밤은 저물어 간다.


그동안 나를 응원해주고 조언해주면서 함께 가슴 졸이며 기대하던 고민게이용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너희들도 나처럼 그다지 유쾌하지 못 한 경험을 한 번씩 해 보길 바란다.


그때는 먼저 경험한 선배의 입장에서 진심어린 조언을 해 줄 테니깐...


아무튼 충고와 응원들 고마웠다.


파이팅이다.


안녕.
 
징병검사 평균.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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