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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집회에 대한 단상
게시물ID : sisa_6309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Ondal
추천 : 4
조회수 : 47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2/05 23:48:56
단상이라고 제목을 썼지만, 사진들이 약간 있다보니 글이 꽤 길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사진에 간단히 설명들 덧붙이고, 마지막에 오늘 들었던 생각들을 남기도록 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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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착해서 가장 먼저 와닿았던 것은, 지난 집회에는 출입이 통제되었던 지하철 통로가 이번에는 
아무 제한 없이 지나 다닐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혹시라도, 역에서 나가지도 못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이 있었는데
참 다행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집회 사진과 비교해 보시면 벌써부터 평화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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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청 광장의 절반 가량은 공사중이었습니다. 무슨 공사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이로 인해 굉장히 비좁다고 느껴졌습니다.
조금 늦게 도착하여서인지 오유 징어님들을 발견하지도 못하고, 혼자 올라갔던 터라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혼자서 털레털레 주변을 살펴보았습니다.
저 깃발 보이는 건너편이 아닌 도서관 쪽으로도 많은 분들이 자리잡고 계셨고 가면 쓴 분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광장을 채우고 있었고, 점점 사람이 늘어가는 시기였습니다.
일행이 있는 경우에는 그래도 어디라도 자리잡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지만, 
간혹 저처럼 혼자 오신건지 '어디로 가야하는거야?'라고 혼잣말을 되뇌이며 지나가는 분들도 보였습니다.
어딘가에 자연스럽게 끼어드는것이 힘들더군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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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일반적인 깃발이 아니기도 하고, 보시다시피 지나가는 분들에게 직접 문구를 적어보시라고 유도하는 모습을 찰칵 담아봤습니다.
제법 연세가 있으신 분들도 많이 관심을 보이셔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진은 못찍었지만 40대 가량 되보이는 몇몇 분들이 가면쓰고 참여하신 모습은 멋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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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오늘만 사는 박근혜 번역기! 병신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어떻게 보십니까? 라는 질문을 던져왔습니다.
저 좁은 '핵노답'칸을 가득 채운 스티커가 보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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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학생들도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당당하게 피켓을 들고 자기 주장을 펼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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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바로 옆에는 직접 문구를 적어 손피켓을 만드는 코너도 준비되어 있더군요.
많은 분들이 참여하여 손피켓을 만들고 계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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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한켠에는 망치부인이 많은 인파에 둘러쌓여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언어로 정치를 이야기하고 이를 귀담아 듣는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스 시대에 시민들의 민주주의가 이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보게 되는 광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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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민중총궐기 집회현장의 모습입니다. 사실 어디로 가야하나 알 수 없어서 힘들었어요.
시간이 좀 지날때까지 잠시 단상 옆에서 이야기를 듣다가 다시 주변을 돌아다녔습니다.
아쉽게도 오징어 그림은 끝까지 찾지 못했습니다. 오징어 깃발이 필요해요! 아주 커다란 오징어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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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이렇게 단상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계속 백남기 농민 살려내라! 같이 구호만 외쳐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많은 인원을 통제하느라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힘들었을수도 있지만, 이 부분이 약간 이질적이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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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던건 차벽이나 무장한 경찰들이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아요.
일단의 경찰들이 교통 통제를 하고 있었지만, 시민의 편의를 위한 올바른 모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여기서 조금만 더 돌아서 들어갔다면 문재인 대표님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분들도 볼 수 있었을텐데
딱 그 앞까지만 두리번거리다가 볼 수 없었던게 아쉽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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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엔터스님과 임시 치료소의 모습입니다. 임시 치료소를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에 찰칵-
많은 분들이 자리를 지키고 계셨습니다. 그렇게 찾아 헤매던 징어님들도 이 근처에 계셨다는 건 몰랐지만...
주변에서 잠시 쭈뼛대다가 사온 초콜릿을 투척하고 수고하시라고 인사드리고 도주했습니다. 하하-
마침 휴대폰에서는 오유가 제대로 뜨지 않아 상황을 알수 없었고 (서버 오류인지 오고 가는길 내내 제대로 작동을 안하더라고요 ㅠ)
행진까지 참여하지 못하고 돌아가야해서 혼자 배회하며 조금 더 집회를 지켜보다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참여하지 못하고 구경에 머무른듯해서 아쉬웠지만, 참여해보니 더더욱 의미없는 집회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혼자서 시청광장까지 찾아갈때까지 주변의 친구들이나 가족은 걱정을 많이 하더군요. 가지말라는 소리 참 많이 들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길지 않은 시간이나마 이렇게 잘 다녀온 모습을 보고 다들 안심하기도 하고 간단하게나마 정치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눴습니다.
시민의 당연한 정치 참여가 이렇게나 걱정스러워해야하는 일이 되었다는게 참 아쉽기도 하고,
이런 한걸음 한걸음을 통해서 인식을 바꾸는게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애초에 이런걸 겁줘가며 걱정시키는 사람들이 나쁘긴 하지만요 ㅋ

아쉬웠던 점은 혼자서 참여를 하다보니 사실 어찌할 바를 잘 모르겠더군요.
한켠에서 혼자 찾아온 사람, 처음 찾아온 사람들을 잘 안내하고 유도해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간이 좀 더 넉넉하고 일부 통제 인원이 있다면 더 편하게 자리잡을수 있을 것 같은데..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다소 아쉬웠습니다.

둘러싼 관중 속에서 이야기하는 망치부인이나 박근혜 번역기의 투표 이벤트,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음악 페스티벌의 진행이 떠올랐습니다.
올림픽 공원 같은 넓은 장소에서 스테이지를 정해놓고 명사들의 토크 콘서트와 많은 정치 팟캐스트의 공개 방송등이 순서대로 진행되면 어떨까..
그 사이사이 공간에는 자리를 잡고 잠시 쉬면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준비된 퍼포먼스와 이벤트등을 즐기는 정치 축제 같은 것이 개최되도 좋겠더군요.
물론 아직 문화제 형태의 집회는 참석해본 적이 없어서, 더 편안한 분위기면서 메시지 전달이 잘되는 시위 형태를 혼자 떠올려 본것이지만
이번에 시민의식 가득한 집회를 보면서 조금 더 진행이 알차고 짜임새 있으면 그 자체로도 파급력이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12월 5일 오늘의 시위는 끝났지만, 또한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시위에서 '폭력시위 vs 평화시위' 라는 프레임에 갇혀서 전할 수 없었던 메시지들이 있습니다.
사실 지난 시위가 끝나고 결국 뭘 이야기 하고 싶었던건데? 알 수 없었고 폭력시위냐 평화시위냐 이야기만 커졌던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 '왜 사람들이 모였는지 궁금하지 않아?' 라고 이야기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까지 이어졌을때 비로소 성공적인 시위였다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의미 없었다고 자조적으로 이야기 하기보다는, 기회를 붙잡고 의미를 가지도록 마무리 짓는 일에 힘쓰는게 좋지 않을까요?
오늘 참가한 집회는 제가 느끼기에는 무기력한 굴종은 아니었습니다.
이는 비교적 정치에 관심이 적은 다른 시민들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었고, 그렇기에 그들을 설득할 명분을 얻는 실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편파적인 언론, 전달할 채널의 부족, 지나친 무관심 등 넘어야 할 장애물들이 많지만..
조용하지만 침착하게 세련되게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우리의 시위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수 있을테니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모두 고생하셨고, 멋지셨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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