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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세이브와 로드에 대해서 1, '이어하기' vs. '퀵세이브'
게시물ID : gametalk_2854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ediac
추천 : 10
조회수 : 2364회
댓글수 : 54개
등록시간 : 2015/12/06 23:56:32

 

세이브와 로드는 게임 자체의 핵심은 아닐지라도 중요하게 다뤄봐야 하는 요소입니다.

왜냐하면 세이브와 로드는 주로 게임 밖에 있는 플레이어를 위한 것이지 게임 안에 위치한 캐릭터를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때때로 세이브와 로드를 한다는 것 자체가 게임의 몰입감을 해치는 경험을 해보셨을 것입니다. 굳이 세이브 / 로드를 재미있게 만들어둘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게임의 몰입감을 크게 해치지 않게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세이브와 로드는 게임의 난이도나 현실성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세이브와 로드가 너무 자유롭다면 게임 자체가 아무리 어렵더라도 난이도는 급격히 하락하게 됩니다. RPG 게임에서 어려운 던전을 돌파할 때에 퀵세이브 / 로드가 제약 없이 가능하다면 몬스터 하나 잡고 저장하고 몬스터 하나 잡고 저장하고 퍼즐 하나 풀고 저장하고 하는 식으로 훨씬 더 쉽게 돌파가 가능해지죠. 개발자 입장에서는 아무리 난이도 있는 몬스터와 퍼즐을 만들어두더라도 별 소용 없는 일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던전의 난이도가 몬스터 1 + 몬스터 2 + 몬스터 3 + 퍼즐 1 +… 이 아니라 가장 어려운 몬스터 혹은 퍼즐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플레이어에게 장애물은 오직 자신의 귀찮음뿐입니다. 별로 좋은 구성이라고 할 수가 없죠.

 

 

<스카이림의 전투화면. 어려운 던전이라도 퀵세이브/로드를 남용하면 시시해져버린다>

 

세이브와 로드는 어떻게 보면 게임 내의 시간에 간섭하는 행위입니다. 로그라이크와 같이 항상 자동 세이브 / 로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닌 한 많은 게임들이 세이브 / 로드 신공을 통해 게임 내의 시간에 간섭할 수 있습니다. RPG게임을 할 때에 선택지 앞에서 저장을 한 뒤 선택지 A를 선택하고,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로드 해서 선택지 B를 고른다든가……. 이런 식으로 게임에서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자신의 행위를 없던 일로 해버릴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에서 불가능한 행위이고, 따라서 과해지면 게임의 현실감을 해치게 되고, 결국 몰입감까지 저하시키죠.

하지만 반대로 세이브 / 로드를 너무 어렵게 만들면 플레이어의 의욕 자체를 너무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즉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아지죠. 세이브 / 로드를 가장 불편하게 만든 경우가 바로 로그라이크 게임들일 것입니다. 로그라이크 게임에서는 사실상 플레이어의 의지로 세이브를 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플레이어가 직접 세이브를 할 수 있는 경우는 게임을 끄는 것뿐이죠. 로드 역시 게임을 키면 자동으로 이어지는 방식이고, 중간에 죽는다면 로드고 뭐고 얄짤 없는 가혹함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게임들에서 세이브 / 로드 시스템은 단순히 이어하기에 불과합니다. 선택도 딱 한번으로 어떤 결과가 나오던 돌이킬 수가 없고, 잘못된 선택이나 실수로 인해 죽어버린다고 해도 어찌할 도리가 없죠.

 

 

<로그라이크 던전크롤. 어떤 실수를 하던 가차없다.>

 

결과적으로 로그라이크에서는 플레이가 현실감을 갖게 됩니다. 모든 선택은 매우 중요하며 자신의 현재 상황은 물론 이후 플레이까지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러한 현실감은 매니아들로 해서금 게임에 더 오래 머무르고 몰입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초보자들에게 너무 큰 장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사람들이 로그라이크 장르를 기피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현실감과 난이도라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세이브와 로드를 게임 내에 어떻게 구성해 놓을 것인가 하는 것은 게임 디자인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인 듯 합니다. 로그라이크의 이어하기와 미연시 등등의 언제나 세이브/로드사이에서 개발하고 있는 게임에 적당한 형태를 고르는 것이 필요하죠.

개인적으로는 자유로운 세이브 / 로드 보다는 빡빡한 세이브 / 로드를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것은 주로 개발자가 만들어놓은 세계에서 정보를 얻고 선택을 해가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최종 목적지인 엔딩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과정이 너무 자유로워지면 선택 자체에 별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엔딩을 봐도 별 감흥이 없게 되죠.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저에게는 몇 분 전에 해놓은 세이브가 있기 때문에 별로 두려워할게 없으니 굳이 열심히 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 같다고 하면 이해가 쉬우실까요.

 

 

미연시 같은 경우를 생각해보면 쉽게 체감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연시의 경우 시뮬레이션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플레이어에게 긴장을 안겨다 주지는 않습니다. 모든 엔딩을 볼 생각만 있다면 별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이렇다 보니 선택지를 고를 때에도 별로 많은 생각을 요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진짜 캐릭터가 마음에 드는 경우가 아니라면 걍 어차피 차이더라도 다시 선택할 수 있으니까…’ 이런 느낌이 되어버립니다 이래서 저는 미연시 같은 게임을 플레이 할 때에는 엔딩 보기 전까지 세이브 / 로드를 일부러 자유롭게 사용하지 않는 편입니다. 이렇게 하면 좀 나름대로 재미를 느낄 수도 있더군요.

 

오늘은 많고 많은 세이브 / 로드 방식 중 양 극단, 이어하기언제나 자유로운 퀵세이브를 살펴보았습니다. 다음에는 이 두 가지의 중간에서 많은 게임들이 어떤 위치에 놓이어 있는지를 탐구해볼까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인디 게임 개발 팀 필즈의 외돌프 카터였습니다.

출처 http://feelds.tistory.com/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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