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으로 시작된 아이의 운명..
호기심으로 아주 작은 아이의 삶이 결정되었습니다. 아이는 그 호기심에 감사했고 한동안의 사랑이라 느껴지는 거짓 감정에 행복했습니다. 고양이 친구가 없는 시간이었지만, 모든 걸 가져다 준 그 사람 덕에 마음은 늘 따뜻했습니다. 그 꿈만 같은 시간은 당연했고, 조금씩 자신과의 시간이 줄어드는 것에도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늘 함께 할 것만 같던 행복은 갑작스레 사라졌습니다.
차디 찬 시멘트 바닥에 몸을 뉘여야 합니다. 장난감이 뒹굴던 눈앞에는 이제 제 몸집에 몇 백배 차이가 나는 자동차들이 지나다닙니다. 지나다니는 길고양이들의 존재조차 낯설기만 합니다.
의식이 생기고, 누군가와 함께한 시간은 그 사람과의 시간뿐이었습니다. 당체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스치듯 보아도 하얗고 길었던 털은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도 평소 보던 길고양이 같지가 않았습니다.
혼자만의 시간뿐이었던 향기..
그 운명의 끈으로 나주천사의집까지 오게 된 터키쉬 앙고라, 향기. 구조당시에 반가운 듯 케이지를 스스로 찾아 들어가던 아이, 아마 그 어두컴컴한 케이지에 갇혀 길가에 내몰린 기억을 더듬으며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란 상상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여러 고양이들이 함께 지낼 수밖에 없는 공간에 처음 발을 내딛는 순간, 아이는 모든 것이 스트레스로 찾아왔나 봅니다. 보호소는 이미 만원사태라, 향기만의 개인 공간을 줄 수가 없는 상태에 있습니다.
향기의 옆으로 단 한 아이만 찾아와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모습이네요. 스트레스성으로 미약하게 구내염이 찾아왔습니다. 다른 동물이 없는 한 가정에서 향기만 돌봐준다면 호전될 것이라고는 하지만, 나주천사의집으로 봉사오시는 분들께서는 이미 다른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가정이 대부분인 터라 입양이 아닌 임보처를 찾기도 쉽지가 않은 상태입니다.
향기가 다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고양이의 스트레스는 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몰라 걱정이 큰데요. 아이는 여전히 고양이 방에서 혼자만의 공간만을 찾아 헤매이고 있습니다. 호기심 때문에 일찍 시작된 사랑은 다른 고양이와의 시간을 없앴고, 점점 혼자 받는 사랑만이 익숙한 아이로 만들어버렸는데요. 그러나 그 시간이 일찍 끝나버렸음에 아이는 또 다른 환경에 적응을 해야만 합니다. 부디 마음 아픈 사랑을 간직한 채 살아가야 할 향기에게 희망을 선물해주세요.
선물해주신 희망의 콩은 200여 마리의 유기동물들에게 소중히 쓰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