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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베에 '한국육아의 현실' 글 보니 너무 우울해지네요...
게시물ID : baby_112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숨은아이
추천 : 4
조회수 : 82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12/08 00:3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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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오베 글 읽다보니까... 너무 우울해져요
 모든 얘기가 다 제 얘기네요...
 신랑은 해외로 출장가서 집엔 저 혼자뿐이고
 우울해서 맥주 좀 마시니까 취기가 오르네요... 술게로 갔어야했나요ㅎㅎㅎ
 
 저는 2012년에 결혼했어요
 그때까지만해도 철없던 20대 부부였던 우린 애를 셋은 낳자는 말을 참 쉽게도 했었죠
 양가 다 넉넉치 않았고 신혼집도 빚을 많이 지고 샀어요
 한마디로 하우스푸어였죠
 그렇게 1년 살아보니 정신이 번쩍 들더라구요...
 우리가 미쳤던거구나... 너무 세상을 몰랐던거구나... 하면서요
 그러면서 아기도 자연스레 미루게 되더라구요
 일단 돈부터 모으자 하고 맞벌이하면서 부지런히 돈만 모았어요
 
 중간에 남편이 직장을 두번 옮겼고, 실직기간도 몇개월 계속된 적이 있었어요
 직장 스트레스가 심해서 부정맥끼 보여서 건강검진도 받았었죠
 그때마다 정신 다 부여잡고 가정 지켜야한다는 절박함으로 살았어요
 필사적으로 돈을 벌었죠
 아이는 우리에겐 사치구나, 하는걸 그때 처음 느꼈어요
 신랑도 더는 아이 얘길 하지 않더라구요.. 그냥 포기한 것처럼요

 시간이 흘러 신랑에게 다행히 좋은 기회가 찾아와 취직했고 잘 풀리게 됐어요
 이제야 고생한 보람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됐어요
 그때가 결혼 3년차 막 넘어갈때일거예요 얼마 안 된 얘기예요
 신세가 좀 풀리니까 슬슬 아기가 갖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신랑에게 아이 얘길 했죠 근데 반응이 싸했어요
 이런 세상에 아이 낳고 싶냐고 난 솔직히 두렵고 겁난다고
 가진거 하나 없는데 지금 애를 낳으면 우린 파산이다 다 망한다고
 그냥... 이제사 조그마한 바램 하나 얘기했을 뿐인데 그런 반응이라 너무 슬펐어요
 그래도... 내가 아직도 너무 철이 없구나 세상물정 모르는구나... 하고 그렇게 넘겼어요

 신랑이 회사에서 인정 받고 점점 잘 풀리고
 집도 이사했어요.. 하우스푸어를 벗어나진 못했지만 그래도 전보단 더 나은 곳으로 이사도 했죠
 결혼 4년차가 되어가니 본격적으로 양가에서 아기 얘길 하세요
 이젠 그만 아기 가지라고...
 그 사이 우리 부부 둘다 30대가 되었고 나이도 있으니 얼른 하나 가지라고

 저도 신랑에게 어차피 없는 인생 지금 갖나 나중에 갖나 똑같지 않겠냐고
 내 나이 더 들기 전에 더 고생하기 전에 하나만 갖자고 졸랐죠
 그런데도 신랑은 요지부동, 절대 맘 변치 않았죠
 생각해보면 이놈의 오유... 신랑이 오유 보면서 헬조선이란 단어를 알기 시작하더니
 그때서부터 틈만 나면 이놈의 헬조선 헬조선 이러면서...
 그 단어를 들을때마다 공감이 가면서도 한편으론 이러다 아예 딩크족 하자는 거 아닌가 불안해지고
 제가 불안하다고 하소연하면 신랑은 지금 그럴때냐며 저를 꾸짖어요
 저는 그러면 어디다 하소연할 곳도 없어요...
 친정에 말하면 친정에선 신랑을 미워하게 될테고
 시댁에 말하면 시댁에선 저더러 좀만 참아라, 돈 없어서 미안하다 내가 죄인이다, 이러실테고
 친구에게 말할수도 없고... 너무 힘들었어요

 근데 더 웃긴 건... 설령 아기를 낳는다 쳐도
 현실적으로 아기를 잘 키울 여건도 안 된다는거죠
 저는 직장을 다니고요, 그 직장은 다행히 기혼자 비율이 높아서 워킹맘 심정을 잘 헤아려주고 이해해주긴 하지만
 그래도 어찌됐든 직장은 직장이고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합쳐서 6개월 남짓이에요
 이번에 육휴 끝내고 복귀한 과장님... 6개월 된 아기 떨어뜨려놓고 회사에 복직하셨어요
 아기는 어린이집에 맡겼다 하시더라고요... 그나마 회사 근처에 산다는 걸 위안 삼아야 할까요
 제 미래 역시 마찬가지이기에 계속 조언 구하고 정보 얻고 있고요
 더 안타까운 건 제 주변의 워킹맘들은 하나같이 그렇게 하더라고요
 어린이집 아니면 친정엄마 아님 베이비시터...
 뭐든 월 100만원 이상의 보육료가 들어가고요

 저 역시 그럴테죠 일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핏덩이 같은 아기 떼놓고 일할 내 자신이 가끔은 죄스럽지 않을까 그 불안한 맘을 어찌 다스릴까
 아직 아기가 없는데도, 상상만 해도 이토록 불안하고 걱정스러운데 실제로 그 상황이 닥치면 어떨까
 신랑도 그걸 모르는 바가 아니니 더 그러는 것도 있어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미루고 또 미루고
 그러면서 나이는 계속 먹어가고 시간만 가고.....

 나이라는 강박, 결혼 연차에 대한 강박을 벗어던지고 싶은데 현실적으론 쉽지가 않네요
 그러다 아까 야근 끝내고 퇴근길에 베오베에 올라온 글을 읽었는데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져서 버스 안에서 고생 좀 했어요
 다들 너무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는 현실이 너무 싫고 부정하고 싶다는 생각만 들고...
 왜 우리는 이토록 힘들어야 하는 걸까요

 일하는 아빠와 엄마가 행복하면 아이도 따라 행복한건데
 일하는 아빠부터 불행하게 만들고 일하는 엄마도 힘들게 만들고
 그러면 아이는 행복할수가 없잖아요 당연히.....
 그 당연한 공식조차 지켜줄수가 없는데... 아이를 바라는 내 자신이 과연 옳은 것인지, 이기적인 것은 아닐지
 그런 생각들이 머리를 가득 채워서..... 아이를 포기해야할까 그런 생각마저 드네요
 제 커리어를 포기하면.. 그래서 아이를 집에서 제 손으로 키운다면 육아에 대한 고민은 해결될 수 있겠지만...
 그럼 당장 우리집 살림은 반토막이 될테고... 나 자신은 행복할까? 하는 그런 고민과 굴레에선 영영 벗어날 수 없을테죠

 밤이 깊어져서 그런 것 같아요 술기운도 돌고...
 속이 상하네요... ㅎㅎ
 사실 오늘이... 제 생일이에요
 재작년서부터 계속 생각해요
 혹시 내년 생일엔... 제 뱃속이든 현실 속의 아이든... 내 아이가 내 곁에 있어주지 않을까 하는......
 그 생각을 2년 전부터 하고 있는데... 아직 이루어지지 못했네요
 2016년 12월 8일에는 그 바람이 이루어질까요...? ㅎㅎㅎ

 아기 키우는 엄마아빠... 모두모두 힘내세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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