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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연애 칼럼> [왜 내 애인은 나를 오해하는가]
게시물ID : freeboard_11895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elowzero
추천 : 0
조회수 : 18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2/08 14: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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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lalawin.com)

만약 연인 사이 말다툼의 원인을 조사해 순위를 매긴다면, '사소한 오해'가 적어도 5위 안엔 포함되지 않을까. 나는 'A'의 의미로 말한 것을 상대방은 'B'로 받아들여 벌컥 화를 내거나, 하루종일 '꽁'해 있는 경우를 우리는 얼마나 많이 보았던가. 


'내 뜻은 B가 아니라 A였다'고 아무리 해명을 해도 '변명하지마' 혹은 '내가 듣기론 그런 뜻 아니었어'라며 대화를 끝내버릴 때에는 할 수만 있다면 머리 속을 열어 내 진심을 보여주고 싶을 정도다.


보들레르는 '세상은 오직 오해에 의해서 진행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서로 합의하는 것은 전반적인 오해에 의해서다. 왜냐하면, 만약 불행하게도 서로 상대를 알게 된다면, 결코 합의할 수 없을 터이니까.'라며 '오해 예찬론'을 펼쳤다고 한다. 그러나 답답한 마음에 내 본의를 구구절절 설명해줘도 여지없이 나의 말을 비틀어 해석해버리던 그의 모습을 떠올리면, '프랑스의 천재 시인'이라는 사람이 잘못 알아도 한참 잘못 안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뿐이다.


과연 당신과 나 사이를 가로막는 이 '오해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한 인지과학자의 말에 따르면 사람들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인식의 틀'을 통해 세계를 본다고 한다. 그리고 그 틀은 뇌 안의 신경세포가 이루는 구조에 따라 결정된다. 한 사람의 뇌 안에는 대략 1000억개의 신경세포가 있다고 하니 사람마다 그 '틀'이 다른 건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 아닐까.  


그러면 '뇌가 다르게 생겼다'는 걸 탓하며 포기해야 하는 걸까. 사실, '사람마다 생각이 제각각이다'라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졌던 바이다. 인지과학은 그에 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줬을 뿐. 마찬가지로 이에 대한 해결책 역시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인문학자 김용규는 사랑이란 '차이가 있는 둘의 관점에서 하나의 세계를 함께 바라보며 구축해가는 것'이라며 프랑스의 철학자 바디우의 말을 인용한다.


​​​​         '사랑은 개인인 두 사람의 단순한 만남이나 폐쇄된 관계가 아니라 무언가를 구축해내는 것이고, 더 이상 하나의 관점이 아닌
          둘의 관점에서 형성되는 하나의 삶이라 하겠습니 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제가 "둘이 등장하 는 무대"라고 일컫는 것이기도
          합니다.'


진정한 사랑은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 각자 살아온 방식 그대로의 삶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관점이 다른 두 사람이 생각과 경험을 나누며 새로운 '삶의 무대'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김용규는 '각자 화분에서 살아가지만 햇빛을 함께 맞는다는 것'이라는 노래 구절로 바디우가 말하는 바를 다시금 구체화한다.​1)


새로운 삶을 만들기 위해 관점의 차이는 꼭 필요한 것인만큼, 그러한 차이에서 발생하는 오해 역시 둘만의 '무대'를 만들기 위한 초석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만약 작은 오해로 연인과 다툰 후 '연락할까, 말까'를 고민하고 있다면, 용기를 내 먼저 다가가시 바란다. 그대는 진정한 사랑을 하고 있으니, 두려워 마시기를. 

1) 김용규, 철학카페에서 시 읽기, 웅진지식하우스, 2011, 78쪽~80쪽.

재밌는 언니 [email protected]


원문 : 재밌는 언니네 블로그 http://funnysister.tistory.com/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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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재밌는 언니네 블로그]
http://funnysister.tistory.com/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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