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법, 대테러방지법 등 현안법안 처리 지연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을 향해 연일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전날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와의 만남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있을 수 없는 일” 등 특유의 직설화법을 통해 야당을 성토한 박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야당의 참여정부 집권시절 정책까지 거론하면서 경제활성화 법안과 노동개혁 법안을 반대하는 야당을 작심하고 공격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14분간에 걸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우리 정치권도 당리당략적인 것은 좀 내려놓으시고 국민들의 삶을 위하고 희망과 일자리를 만드는 일에 나서주기를 대통령으로서 호소를 드린다”고 운을 뗀 뒤, 노동개혁법안 등의 처리 지연과 관련해 “국회가 명분과 이념의 프레임에 갇힌 채 기득권 집단의 대리인이 돼 청년들의 희망을 볼모로 잡고 있는 동안 청년들의 고통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고 정치권, 사실상 야당을 강력히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 대부분을 “국회가 말로는 일자리 창출을 외치면서도 행동은 정반대로 해 노동개혁 입법을 무산시킨다면 국민의 열망은 실망과 분노가 되어 되돌아올 것”, “낡은 노동시장 구조를 고집하면서 개혁을 거부하는 것은 청년들과 나라의 미래에 족쇄를 채우는 것”, “온통 선거에만 신경쓰고 있는데, 선거에서 선택을 하는 것도 우리 국민 아니겠는가”, “이 국회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국회인가” 등 강한 질타를 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련해 야당이 집권 시절 추진한 내용을 입장이 바뀌어 반대한다고 공격했다. 박 대통령은 참여정부가 교육과 의료를 포함한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대책을 여러 차례 발표한 점을 들며 “집권하던 시절에 적극 추진하던 정책을 이제 와서 반대한다면 과연 누가 그 뜻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도 신년 연설에서 일자리를 위해서는 의료서비스 분야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며 “이제 와서 보건의료 분야를 제외하자고 하면서 법 통과를 안 하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이날 국회에 계류된 테러방지법과 관련해 “우리나라가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서 이런 기본적인 법 체계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 전 세계가 안다. IS(이슬람국가)도 알아버렸다”며 “이런 데도 천하태평으로 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을 수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테러 방지법이 이번에도 (국회를) 통과되지 못하면 테러에 대비한 국제공조도 제대로 할 수가 없고 우리가 (다른 나라와) 정보 교환도 할 수 없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치권이 국민을 위험에 방치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상상하기 힘든 테러로 우리 국민이 피해를 입게 됐을 때 그 책임이 국회에도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국민이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거친 공격은 정기국회 폐회를 하루 앞두고 법안 처리 지연에 대한 책임 소재를 야당에게 분명하게 지우면서 정치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무회의가 애초 청와대와 세종시를 영상으로 연결하는 국무회의로 잡혀있었으나, 국무위원들을 모두 청와대로 소집한 일반 국무회의로 전환한 것에서도 박 대통령이 국회 폐회를 앞두고 이날 작심하고 발언을 준비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