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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 공익인권을 실현할 것을 꿈꾸며 로스쿨에 입학한 사람입니다.
게시물ID : sisa_6317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그런거몰랑
추천 : 0/3
조회수 : 919회
댓글수 : 26개
등록시간 : 2015/12/09 00: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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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는 저번 대란 때 가입했고, 굳이 로그인을 하지는 않으니 방문수는 낮게 나올 수 있겠습니다.


1.

 로스쿨생들이 이번 사태 이후로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평소 사법개혁, 국정교과서, 노동개악 등의 사안에는 침묵하고 있다가 왜 밥그릇 싸움이 되니까 사법정의 수호자 코스프레를 하냐는 말이죠.

로스쿨 도입으로 로스쿨생들에 대해서,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실력이 낮다. 

사건 못 맡기겠다.

 이런 말씀들을 실제로 많이들 하시곤 합니다.
(실제 소송은 법리싸움이 아닌 사실관계 싸움에 관한 소송이 97% 정도 되는 현실에서 과연 이러한 비판이 적절한지는 의문입니다만 이는 별론으로 하여 이 글에서는 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로스쿨 재학생들 그러한 비판 모르지 않습니다. 여기 사람들 그런 비판 들으면서도 법학도라고 얼굴 들고 다닐 만큼 뻔뻔하지가 못합니다. 

미래에 혹 법조인이 되었는데 의뢰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 계속 걱정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과거 노통이 도입하려고 했던 로스쿨 제도와는 다르게, 모 단체의 강력한 주장으로 변호사시험 합격률까지 낮은 상태입니다. 그래서 죽어라 공부만 합니다. 일반적으로 9시나 10시부터 23시정도까지 하는 편이죠.

청탁 문제가 일어나면 가장 어이없어 하는 것도 로스쿨생들이고(그런데 이에 대해서는 청탁을 거절했다는 점이 기사로 나온 것임에도 이를 청탁 문제라고 보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을 가장 피부로 느끼고 수정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도 로스쿨생들입니다. 

나아가 이번 정부의 행동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스쿨생들은 그냥 학생입니다. 게다가 위에서 말씀드린 바, 학업 부담이 일반 대학생보다도 압도적으로 높은 학생입니다. 

공부시간을 자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었던 고시제도와는 달리 꽉 짜여진 학사행정을 따라가기도 벅찬 상황이죠.

그냥 일반 대학생들을 생각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일반 대학생들이 평소에 얼마나 사회운동 학생운동에 관심 있겠고, 자기가 다니는 대학의 학사관리가 이상하다고 해서 들고 일어나겠습니까. 

심지어 대학교 다닐 때 집회에 자주 참여했었던 저 같은 경우에도, 로스쿨 입학 후에는 집회 나갈 시간이 도저히 없어서 못 나가고 있다가, 이번에 학사일정 전면 거부 후에야 2차 민중총궐기에 나갈 수 있었습니다. 

나가면서 나 집회나가게 해주려고 이렇게 된건지 하고 생각하며 쓴웃음을 짓기도 했죠.

저는 지금도 공익인권 변호사를 꿈꾸고 있습니다. 

당장 작년에도 올해도 모두 공익인권단체에서 인턴을 했거나 할 예정이었고, 대형 로펌이나 검찰은 인턴 문턱도 밟아 본 적이 없네요.

저 말고도 실제로 공익인권의 길을 나아가는 사람 로스쿨 졸업생 중에 많습니다.

지금까지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건 내고 싶어도 낼 여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의외로 수많은 사람이요.




2. 

사법시험 4년 더 존치한다. 사실 이 사안에 관심 없던 분들은 이거 하나 가지고 왜 이렇게 난리인지 이해 안 가실 겁니다. 

사법시험 폐지의 유예를 가장 강력하게 주장하는 집단은 변협입니다. 

변협은 과거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의 논의때부터 로스쿨을 지속적으로 반대하던 단체입니다. 

그에 대한 저의 평가는 베오베에 있는 이변변님의 글과 같습니다.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bestofbest&no=224907&s_no=224907&page=4)

이번 발표는 법무부의 발표였습니다만, 이는 변협의 의견과 결과적으로 일치합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에 대한 시선 안 좋습니다.

그래도 로스쿨생들은 그냥 공부만 했습니다. 

이런 짓 할 시간에 공부해서 실력 키우라는 이야기 하시는 분들 가끔 있는데, 그래서 공부만 하고 있었습니다. 

어차피 없어질 사법시험, 저 시선은 시간이 갈 수록 없어지겠지, 그냥 공부나 하자, 그래서 공부만 하고 있었습니다.


사법시험 폐지 원안은 2008년에 발표됐고, 2016년 1차시험을 마지막으로 하는 것입니다.

준 유예기간이 8년입니다. 당장 사법시험 준비하다가 정부 발표 믿고 로스쿨로 선회한 사람이 한 두명이 아닙니다.

그런데 마지막 1차시험을 몇 달 남겨놓지 않은 지금, 뜬금없이 법무부가 유예입장을 밝힙니다. 

그러면 계속 유예하지 말라는 법 없습니다.


사법시험 합격자 수가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사법시험이 존재하는 이상,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에 대한 시선은 결국 '2류'입니다.


'실력으로 증명하면 된다.'

물론 실력으로 증명하면 될 수도 있겠죠. 그러나 2류라는 선입견 속에서 증명하여야 합니다.

정부 정책을 믿고 로스쿨을 선택한 로스쿨생들이요.

그래요.

정부 정책 신뢰한 로스쿨생들이 바보일 수 있습니다. 손바닥 뒤집듯이 정책을 바꾸는 이 나라에서요.


3. 

마지막으로 드릴 말씀은,

이 사태에서 제일 비판받아야 할 곳은 정부입니다.

첫번째로, 법무부가 이번에 이런 기자회견을 한 것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명확한 의견이 없다고 비판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국회 내부 소위에서 보고할 일을 기사로 만들어 낸 것이죠.

그리고 반발을 받으니 최종 입장은 아니라고 합니다.

이게 뭐 하는 행동입니까. 딱 이번 정권이 하는 행태와 똑같지 않습니까.


두번째로, 로스쿨 교육이 파행으로 가는 것은 법무부와 교육부의 책임으로 봐야 합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로스쿨 재학생들은 그냥 학생입니다. 

로스쿨 제도를 정착시켜야 할 책임은 정부에 있습니다.
 

  
두서 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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