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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 등교길... 생일...
게시물ID : readers_231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배고파너무
추천 : 4
조회수 : 24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2/10 12:4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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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음악 틀고서 보길 바래요>












올 겨울... 눈이 처음으로 내리던 날...






눈이 팔랑팔랑 올 땐

한 알, 한 알을 손으로 받아보는 재미가 있다

애인에게 받아보는

첫 선물인 것처럼.





고개를 들어

눈을 한껏 찡그려도 보이지 않는

저 먼 하늘

거기로부터 여기에 왔니...

나도 지금 여기에 왔는데...





이 만남이

개미 더듬이만큼

작고 대단한 우연인 것 마냥

놀랍다고 느껴질 때면

금세 지난 겨울이 떠오른다

고사리 손이었던 때도

떠오르는 것 같고

겨울날 하교를 하며

무릎으로 툭툭 쳐대던

실내화 가방도 생각이 난다





아 너, 그때의 너였구나

지난 번에도 만났던 한 알의 눈이

기억 나는 걸 보니 분명하다

잊고 있던 겨울이

그제서야 떠오른 것 마냥

갑자기 익숙해진다





낯선 추위 속에서

낯익은 포근함이 팔랑팔랑

손바닥 안에 들어왔을 때 나는

잊고 있었던

겨울의 즐거움을 느낀다











난 귀가 시려우면 잠바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 써...




학교 가는 길

도톰한 옷 입은 채로

모자까지 뒤집어 쓰면

길거리를 걷고 있어도

집 안에 들어앉아 있는 것처럼 따뜻해져





귀는 잠바 속으로 쏙 들어갔지

최초로 안겨본 품 속 같은

포근한 소리가 들려

포근한 체온

졸려와





똑딱 똑딱 걷고 있지만

시계추 같은 걸음은

신경 쓰이지 않아

숨을 쉬는 것처럼





망을 보러 나온 미어캣처럼

모자 밖으로 빼꼼 나온 얼굴만 빼고

품 속에서 모두가 나른해져

걷고 있어도

걷지 않는 것 같이 다리가 걸어

나는 잠들어 가는데





이렇게 이렇게 걷다보면

어느 새 학교가 앞에 와있지

그럼 나는 모자를 벗고

따스한 봄날에 마셔보는 얼음물 같은

냉탕을 잠깐동안 맛 본 다음

문 안의 덥혀진 공기 안으로

몸을 내던지는 거야





그렇게 하루 등교길 끝









생일이 다가온다...



엄마는 고통 속에서

기쁨을 낳았고

아빠는 초조한 한숨을 수없이 내쉰 끝에

단 하나의 편안한 한숨을 얻었고

나는 엉엉 울었겠지

그게 이십 몇년 전이래





내 생일은

내가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까진

부모님들만의 생일이었다가

내가 유치원을 다니고

초등학교를 들어가면서

나와 친구들만의 생일이 되었다가





어느 샌가 닳고 닳아서

나만의 생일이 되었다가

이젠 낡고 낡아서

그냥 누구의 것도 아닌

하루가 되었지

그냥

그런 날이었다더라, 하는 날





이번 생일엔

잊지 않고 케잌을 사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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