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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생각 날 줄은 몰랐다.
게시물ID : gomin_15612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뿌직뿌잉
추천 : 3
조회수 : 39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12/10 15: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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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지독한 감기에 걸렸다. 기침 때문에 밤에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감기가 심했다. 혼자 사는 나는 혼자 병원에 가고, 약을 처방 받고, 꼭 식후에 약을 복용하라는 의사와 약사의 말에 홀로 집으로 돌아와 없는 입맛에 억지로 음식을 입 안에 구겨 넣고 약을 삼켰다. 

혼자인 게 외롭다고 느낀 적은 거의 없었다. 일하느라 바쁘고, 일과 후엔 친구들과 술 한잔과 식사, 혹은 혼자인 날에는 영화, 독서 등 나름대로 혼자서도 잘 지내는 법을 스스로 배워가는 중이었다. 아니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이렇게 지독하게 아프고 나니, 어쩌면 나는 그 동안 외롭지 않은 게 아니라 그 외로움이란 감정에 그저 무뎌진 것 뿐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침하느라 잠도 못 이루던 어젯밤, 정말 오랜만에, 아니 어쩌면 처음으로 내 곁에도 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플 때 누군가 내 곁에 있으면 참 의지가 많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든 후 신기하게도 내가 제일 먼저 떠올린 사람은 엄마도, 아빠도 아닌, 너였다. 네가 생각 날 줄은 몰랐다.

헤어진 지 2년도 넘은 지금, 사귄 기간보다 이제 못 보고 안 보고 지낸 기간이 더 많은 지금에, 네가 불쑥 내 머릿속에서 떠 오를 거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리고는 마음이 복잡했다. 그건 아마 아직 네가 내 마음 속 구석 어딘가에 남아있었단 걸 깨달았기 때문인 것 같다. 까맣게 잊은 줄 알았는데 말이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사랑은 오래갈 수 없는 거였다. 진지한 만남을 원했던 나에 비해 너는 우리 관계를 가볍게 여겼다. 결혼을 생각한 나와, 연애로 만족하는 너 사이엔 당연히 갈등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 때는 그게 너무 원망스러웠다. 나는 그리고 견딜 수 가 없었다. 나의 사랑을 가볍게 보는 너의 시선이, 나는 참 괘씸하다 생각했다. 그런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우리 관계는 그렇게 끝났다.

그런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내가 너를 원망할 이유는 사실 하나도 없었다. 우린 그저 각자 다른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봤던 것 뿐이고, 나 역시 너에게 내가 결혼 상대로 생각될 만큼의 큰 확신도 주지 못한 것이였으며, 내가 너에게 준 사랑에 비해 나에 대한 너의 사랑이 적다며 투정 부린 것은 어쩌면 내가 그저 주는 사랑만으론 만족 못하고 그만큼 받아야 한다는 욕심가득찬 나의 마음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 서로에 대한 기대와 생각이 다르니 너의 사랑이 부족하다 내가 느끼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거였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너는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리숙하면서도 엉뚱한 생각들로 날 웃음짓게 했던 그 모습 그대로, 누군가의 곁에서 더 행복했으면 한다. 비록 우리의 인연은 헤어진 그 날 이후 더 깊고 멀리 가지는 못했지만, 그리고 그 끝은 아름답지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안좋은 기억 보단 좋은 기억을 더 남겨준 너였다. 그럼에도 나는 너에게 고마움보단 섭섭함이 더 많이 남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너를 애써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어젯밤 이후로 이제 나는 가끔은 너를 추억하려 한다. 아니 '너'라기 보단 '우리가 함께 했던 좋은 기억'만 추억하려 한다. 그리고 마음 편히 그 기억들을 그리워할까도 한다. 그래도 한때는 너는 나의 전부였기에, 너와의 기억들은 여전히 지난 내 삶의 일부이기에, 잊으려고, 또 애써 피하려고 하기보단 이제는 조금씩 너와의 행복했던 기억들을 추억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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