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승찬기자] 그간 `은 나노`, `스팀` 기능 드럼세탁기가 일반 제품에 비해 살균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살균효과를 대대적으로 광고하던 `은나노` 드럼세탁기의 경우 일반 제품에 비해 약 10만원 가량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필요없는 부담만 가중시킨 것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될 전망이다.
17일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과 공동으로 드럼세탁기 4개 제품에 대해 살균기능·품질성능을 비교 시험한 결과, 세제를 사용하지 않고 물만으로 세탁한 경우에도 전제품 모두에서 세균이 99.9% 이상 제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대상 세탁기는 세탁용량 10kg급, 건조용량 6kg급의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대우일렉의 제품과 수입품인 바흐네트(세탁전용) 제품 등 총 4개 모델이었다.
소비자보호원측은 "일부 업체들이 주장한 `99.9% 살균`에 대한 검증을 위해 시험기관 또는 제조업체의 시험방법을 준용하여 시험했다"며 "조사대상 4개 제품 모두 세균(황색포도상구균, 녹농균)은 99.9% 이상, 곰팡이(캔디다 균)는 99.8% 이상 또는 99.9% 이상 제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살균 기능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수입산 세탁기 `바흐네트` 역시 99.9% 이상 세균이 제거됐다는 점에서 `은 나노`, `은 이온`, `스팀` 기능 때문에 99.9% 제균이 됐다고 단정하기는 곤란하다고 소비자보호원은 강조했다.
드럼세탁기 업체들이 광고를 통해 특정 기능에 의한 살균 효과를 주장해 왔지만, 소비자보호원에 조사에 따르면 사실상 특별한 효과가 없다는 주장인 것.
소비자보호원 관계자는 "이는 통상 세탁기로 빨래를 할 때 세탁 1회, 헹굼 2~3회, 탈수 2~3회를 거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세탁물의 오염이 희석되면서 자연스럽게 균도 줄어들기 때문"이라며 "흐르는 물에 야채를 씻으면 균이 제거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보호원은 드럼세탁기의 살균기능에 대한 사실 조사 결과를 공정거래위원회에 통보할 예정이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서는 업체들에 대한 공정거래법 위반으로까지 사태가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한편, 이번 비교조사에서 세탁 성능은 LG전자 제품이, 건조성능은 삼성전자 제품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탁성능면에서는 전반적으로 LG전자 제품이 평균 수준 이상이었고, 삶는 세탁과 100% 용량에 대한 건조성능은 삼성전자 제품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고 소비자보호원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