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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하던 아이와 결연이 끊겼다
게시물ID : gomin_11399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Wlmb
추천 : 16
조회수 : 516회
댓글수 : 61개
등록시간 : 2014/07/02 17:51:09
집안 청소를 마치니 비도 내리고 안그래도 기분이 싱숭생숭해 멍하니 있었을 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나는 모르는 번호는 잘 받지 않는다. 그냥 스팸전화이겠거니 했고 그런 스팸전화는 다시 전화하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그 번호는 두세번 연달아 전화기를 울렸다. 

귀찮아하며 전화를 받았더니 세이브더ㅊㄷㄹ 본사였다. 담당자는 차분한 목소리로 이번달부터 아이와 후원이 보류됐다고 했다. 아이의 부모가 더이상 후원받기를 원치 않는다는 것이였다. 
무슨말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왜요?라고 높아진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매달 후원하는 3만원으로 아이는 센터에 다니며 공부를 하고, 좋은 옷을 입고, 밥을 거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가족들 모두를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부모는 그것이 불편하고 부담스러웠나보다. 

너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할수가 없었다. 내 자식의 삶이 모래자갈밭이 아닌 곧은 아스팔트길을 걷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모두 같을거라는 믿음 때문에.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해하려한다. 

 
후원을 받아도 아이의 가정은 풍족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가 센터에 나갈동안 가족들은 일손 하나가 부족해지는 격이다. 
아이 하나만 두고 본다면 아이는 계속해서 먹고 입고 배우며 미래를 그리겠지만, 그걸 바라보는 가족들에겐 아이의 성장은 너무나 길고 멀 것이다. 

우리도 안정적이고 풍요로운 생활속에서 일을 하고 배움을 갖지만 이게 맞는 길인지 방법인지 묻고 또 물으며 불안해한다. 
그런데 주변 모두가 가난해 당장 오늘하루 먹고 살 일도 걱정이라면 미래를 볼 새가 없다. 배워서 더 나아질수 있는지, 확실한건지 그들에게 확신과 믿음이 없을 것이다. 당장 현실을 살아야한다. 그러려면 아이의 노동력이 필요한 것이다. 

배불리 먹고 자고 넘치고 넘치는 내가 
그들에게 손가락질하며 판단할수 없는 일이다.  

아이의 부모니까. 
고민끝에 더 나은 결정을 했을 것이고 
얼굴도 한번 보지 못한 내가 어떤 결정과 강요도 할수 없는것이다. 

 
나는 2012년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아이와 결연을 시작했다. 

에디오피아의 작은 마을에 사는 아이. 
그리고 지금 아이는 이제 겨우 열살이다. 
사진 속에서 커다랗고 빛나는 눈을 보았고, 
두세통 주고받았던 편지에서 아이는 스스로 수학을 제일 잘한다고하며, 공부하고 배우는게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그리고 늘 내게 감사하다고 행복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었다. 

그저 매달 후원금을 보내준 것으로 내심 혼자 뿌듯해하고 누군가에게 얘기하고 다니던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 견딜수가 없다. 

 ...집에 있을까, 끼니는 해결했을까. 
제 키만한 도끼를 들고 일을 하고 있을까.. 
별 생각이 다 들기 시작한다. 궁금하다. 
더이상 궁금해하지 말아야할 질문들이 자꾸 떠올라서 큰일이다. 
2년의 짧은 시간동안이였지만. 얼굴, 목소리 한번 보고 듣지도 못했고 삐뚤삐뚤하게 나눈 편지가 전부이지만. 

내가 처음으로 후원하고 책임감을 갖게 해준 멀리 지구 반대편에 사는 내 아이였다. 




 담당자는 내게 다른 아이를 연결해줄수 있다고 했지만 울렁이는 마음에 생각 좀 해보겠노라고 전하고 통화를 마쳤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건강했으면 좋겠다. 잠시였지만 참 예쁜 아이였는데 



비가 많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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