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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 회사 때려치고 게임 만들어 밥 벌어먹고 살아보기!
게시물ID : jobinfo_1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박필
추천 : 18
조회수 : 2280회
댓글수 : 35개
등록시간 : 2015/10/30 18:5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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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반도체 업계였고 나름 코어한 소프트웨어 엔진 개발이라 유망한 직종이었다. 

그리고 결혼을 했다. 결혼 전에 이런 저런 이벤트를 준비해서 아내를 놀래켜주었으나 결혼을 하고 나니 몰래 준비할 시간이 없어서 서프라이즈 선물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여행을 좋아하는 아내에게 여행을 선물해주기로 했다. 2달 정도 해외로 나가서 있기로 하고.


회사를 때려쳤다!


아내도 회사를 때려쳤다!


그리고 우린 호주로 날랐다. 붕~


호주 출발 전 퇴근하고 틈틈이 만들어보던 아이폰용 게임을 하나 앱스토어에 올리고 갔더랬다. 대리의 전설이란 게임이었다(영어 제목은 Legend Dary). 




호주에서 열심히 놀고 뉴질랜드에서 퇴직금을 탕진하고 있을 때 다운로드가 하루아침에 급증하길래 뭔가해서 봤더니 미국 앱스토어 메인에 Best New Games 코너 아래 우리 게임이 있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하루아침에 때부자가 되는건가!!라는 기대는 이틀만에 사그러들었다 ㅎㅎ $0.99의 앱이 다운로드 300건 정도를 올렸고 일주일 동안 약 900건 정도의 다운로드가 발생했다. 약 100만원 가량 번 셈이다. 물론 그 뒤로는 떠난 배를 그리워하며 바다를 쳐다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다운로드 0건의 연속이었다.


열심히 놀고 퇴직금 다 탕진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니 신혼집에 않은 우리는 두 명의 백수 ㅎㅎ 


여행 전에 우리는 20여 가지의 계획을 세워놓았다. ‘올린 게임이 대박이 날 경우 게임 회사를 차려본다!’ 부터 시작해서 ‘닥치고 재취업’까지 참 많은 갈림길과 선택지가 있었으나 막상 이 시간이 돌아오니 


유일한 선택지는 ‘닥치고 재취업’


그래서 재취업을 준비했다. 이 번엔 최대한 외국계로 가보자 하는 마음에 이리저리 손을 뻗어보니 보쉬 계열사 쪽에 TO가 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래저래 면접을 준비하고 면접 당일 집을 나서려는데 아내가 물었다.


“정말 해보고 싶어?”


게임 만드는 걸 전업으로 하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렇다’고 하니 아내가 한 번 해보자고 한다! +0+ 


사실 아내는 전혀 다른 직장에서 8년간의 직장생활을 때려치고 그림을 그리는 것을 업으로 삼고 싶어 그래픽 학원을 다닌 뒤 당당히 국내 최고게임회사인(당시! 지금은..;;) N모 회사에 다니던 걸 그만 둔 참이었다. 나 역시 개발에 자신 있고 게임을 좋아하기에 그래픽 부분만 해결된다면 괜찮은 게임들을 만들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그래서 아내에게 조심스레 말해보았던 것인데 아내가 정말 ‘YES’를 내밀어 준 것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리도록 고마웠다. 당장 수입도 없고 큰 게임회사들도 문을 닫아가던 시절에 단 둘이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는 ‘아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제대로 집에서 게임을 만들게 되었다! 그리고 처음 만든 게임이 전작에 for kakao를 단 대리의 전설 for kakao 였다. 



결과는 참혹했다. 게임과 맞지 않는 수익 구조와 플레이 횟수 제한을 걸어야하는 for kakao 게임과 전혀 맞지 않았던 것이다. 3개월 가량 공을 들였던 이 작업은 우리에게 500만원 가량의 매출을 안겨다 주었다. 애플과 구글에 수수료를 내고 350만원 정도가 우리 통장에 입금되었는데 3개월 동안 생활비가 더 들었다. 그 뒤로 생활비를 아껴가며 열심히 살고 잔고가 0이 되어 가는데.. 


아참! 카카오한테 수수료 내는 걸 깜빡했다!


그렇게 우리는 카카오에게 150만원 가량의 수수료를 조금씩 빚 갚듯 갚아나가며 생활을 해야했다. 흑 ㅠㅠ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이대로 검을 집어넣을 수는 없다! 무라도 썰자! 차기작 개발 시작! 하려는데 중국 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중국 로컬 마켓에 대리의 전설이 불법으로 팔리고 있으니 자기네들과 함께 손을 잡고 해적들을 물리치자고 한다. (카이조쿠오니 오레와 나루!). 그래서 중국쪽 출시를 위해 1개월 가량 공을 들려 SDK를 싣고 이것저것 손보고 로컬라이징을 해서 중국 마켓에 출시!! 결과는?


중국 퍼블리셔와 손을 잡고 런칭을 했지만 마켓에 올라있는 해적판은 내려가질 않았다. 심지어 해적판의 다운로드 수가 내 게임보다 많았다. 아니 우리 게임의 다운로드 수가 거의 없었다고 말하는 게 낫겠다. 그래서 퍼블리셔 측에게 따니지 이런 말을 했더랬다.


“저희도 최선을 다했는데 잘 안되네요.”


이것들이.. =_=; 그래서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했더니 이렇게 말을 했더랬다.


“저희가 계약해지 양식이 없어서 그런데.. 너님께서 영문버전 해지 계약서를 작성해주시면 우리가 그걸 회사 양식으로 삼아 잘 쓸께요.”


이 X생키들이!!! ㅈ니ㅏ럼;이라ㅓㅣ머!!ㅓ민ㅇ라ㅓㅁ인;ㄹ!!!


그래. 내가 뭔 힘이 있니. 해지하고 싶은 건 나니 내가 빨리 만들고 대충 끝내자! 영문 양식을 만들어서 후다닥 계약을 해지했다. 자 이제 이런 짓거리 그만하고 새 게임 만들자. 더 이상 깰 예금이 없다. ㅠㅠ 청약통장도 깼단 말이다 ㅠㅠ


그래서 이제 차기작 대리의 전설2를 개발!하려고 하는데 또 중국 업체에서 연락이 온다. 내용은 이러하다.


중국: “안드로이드 콘솔 게임기 만들건데 게임 좀 줄래?”

나: “나 지금 힘들어. 돈 주면 할께 얼마 줄꺼삼?”

중국: “당연히 주지. 얼마 줄까?”

나: “3천만 땡겨줘.”

중국: “미쳤니? 2백 줄께”

나: “어..음.. 그래..”

중국: “계약서 붙였어. 사인해서 DHL로 보내”

나: “해외 우편 발송 비싸네. 2만원 써서 보냈어”

중국: “이 생키야 여기도 싸인해야지. 다시보내”

나: “어, 미안 ㅠㅠ 다시 보냈어”

중국: “어? 미안한데 여기도 적어야하는 건데 깜빡하고 말을 안했네?”

나: “씨댕아 이 번엔 착불로 보낼꺼야!”

중국: “어. 그래ㅎㅎ”


그리고 2개월 간의 노동을 해서 콘솔용으로 개발을 했다. 계약금 2백만원 말고도 게임 판매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니.. 하지만 3달 후에도 아무런 연락이 없어서 연락을 해봤더니..


중국: “매출이 없는 것으로 나오네. 너 줄 돈 없어.”


사실 이걸 내가 확인할 길이 없었다.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수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확인할 방법은 당사에게 메일로 물어보는 것. 그래서 뭐 200만원에 1.5개월 알바했다 셈 치고 한 잔 술과 함께 조용히 묻어두기로 했다. 

그래 이제 새로운 게임을 만들자! 해서 대리의 전설2 개발에 들어갔다.


한참 개발을 하고 있을 무렵 N사(앞의 N사와 다른 회사)에서 퍼블리싱 얘기가 나와서 이래저래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이 얘긴 그만하는걸로..(이 N사에게 도움을 받은 것도 많기 때문에 더 이상은 이 얘긴 하지 않겠다). 암튼 이래저래 하다가 개발이 조금 길어져서 뭐라도 출시하고픈 마음에 2주만에 뚱땅 만들어서 출시한 게 두둥실 내새끼!




아내가 예전에 피쳐폰으로 케로로 미니게임을 즐겨했었다는 말을 듣고 몰래 이미지를 따다가 게임을 아이폰 용으로 복원(?)시켜준 적이 있었다. 



그 게임의 소스 코드에 아내가 좋아하는 강아지들을 그려서 만든 게 바로 이 게임. 엄청나게 귀여운 강아지와 게임 이름 때문에 국내에서만 다운로드가 하루 10개 정도 나오지만 컨텐츠 량이 별로 없는 관계로 절반 이상을 환불해주고있는 안타까운 게임이다 ㅠㅠ


그리고 여차저차 해서 결국 대리의 전설2를 출시를 했으나 역시 반응은 좋지 않았다. 도트 그래픽도 이제는 흔해졌고 사람들은 한 손으로 하는 게임을 더 선호했다. 물론 실패 원인은 많이 있으나 게임이 그렇~~~~게 재밌거나 그렇~~~게 신선하지도 않은데 그렇~~~게 어려워서 그랬던 것 같다. 게임이 너무 어렵다 ㅎㅎ 내가 어려운 게임을 좋아해서 그렇게 만들었더니 다들 입을 모아 너무 어렵다고 말을 한다. 


그래도 대리의 전설2를 만들면서 많은 걸 배우고 이후로 글로벌과 iOS 버전 런칭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통장 잔고가 떨어져가던 차에 전 직장에서 외주로 전에 하던 일을 한 번 더 해달라고 해서 4달간 외주 알바와 대리의 전설2 마무리 작업을 한 결과 이제 조금 마음 놓게 게임을 개발을 할 여유가 생겼다..고 생각했던건 오산! 다음 달이면(예정일까지 15일 남았다!) 우리 딸 소풍이가 태어난다 ㅎㅎ (어서 나오렴~ 엄마 그만 괴롭히고~)




이제 기저귀 값을 벌어야한다!!



그래서 한 달 전 개발 중이던 몬스터 키우는 게임을 접고!



이 리소스로 간단한 게임을 한 달안에 런칭해서 기저귀 값을 벌어보자! 물론 망하면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성공할 거라는 기대는 해볼 수 있으니까 ㅎㅎ 라고 해서 만들었다! 이미 이미지는 나와있어서 조금씩 수정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만든 게임이 바로 “플랫폼 디펜스”!




이제 이 게임으로 기저귀 값을 벌어야 한다! 못 벌면.. 다시 외주 알바나 재취업을 고려해봐야하기에;;


기승전홍보!


저희가 만든 디펜스 게임입니다 ^0^/

디펜스 게임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 번 사서 해보시길 ㅎㅎ 

지금은 구글 플레이에만 출시되어 있네요.


2013년 10월에 대리의 전설을 출시하고 지금까지 만 2년 됐네요. 2년간은 잘 버텼습니다. 사업하는 사람들이 흔히들 말하죠. 처음 시작하기가 어렵고 3개월을 버티면 1년까지는 살아남을 수 있다. 1년에 고비가 오고 이 걸 넘기면 3년은 무너지지 않는다. 3년째 고비가 오고 이걸 넘기면 힘이 없어 무너지는 일은 없다고 합니다. 이제 2년차니 전 앞으로 1년이 고비겠네요.


여기까지가 저희가 살아온 회사 때려치운 후 2년간의 생존기입니다. 그 사이 정말 많고도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굵직한 얘기(대리2 얘기를 빼면) 는 다 한 것 같네요.


혹시 회사를 때려치우고 혼자 게임을 만들고 싶다하시는 분들은 제 글을 읽고 잘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 어렵진 않았지만 고비는 참 많습니다. 돈 없어서 아내 좋아하는 떡볶이 조차 제대로 못 사주고 최소 생활비로 전전긍긍하는 기간이 대부분이었으니까요. 그래도 참 행복한 것 같습니다. “저 인간도 하는데 나라고 못 할게 뭐 있어?” 라는 생각을 가지신 분이라면 충분히 도전해볼 만 합니다.


누군가 회사 때려치우고 게임을 만들려고 하는데 괜찮겠냐고 물어본다면 이 장면을 보여주고 싶다 ㅎㅎ




그리고 이 장면이 뭔지 모른다면 일단 원피스부터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ㅎㅎ

출처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magmon.PlatformDefe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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