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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 솔직히 말해서
게시물ID : humorbest_11401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기분♡전환
추천 : 52
조회수 : 5517회
댓글수 : 8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10/25 16:33:33
원본글 작성시간 : 2015/10/25 05:35:22
*퍼가지 말아요우
 
 
 
 
 
 
모두들 내가 죽을거라고 생각했었대.
목숨을 부지하긴 했지만 전과는 좀 달라졌어.
뇌 쪽에 문제가 생기게 됐거든.
예전보다 좀 더 화를 잘 내고.
평소 같았음 웃었을 일인데 웃음이 안나와.
사실 더 심각한 문제는 말할 때 발음이 제대로 안돼.
그렇다고 내가 바보가 됐다거나 미친 건 아냐.
 
고등학교 3학년 때 자동차 사고를 겪었는데 과실이 어느 쪽에 있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
상대편 운전자는 죽었다더라고.
여자였고, 남편이 아주 크게 상심을 했었대.
내가 들은 건 딱 여기까지만이야.
그리고 사고 이후 3개월 동안의 기억은 전혀 없어.
 
부모님께서 경미한 외상성 뇌 손상 전문가에게 진찰을 받게 해주셨었어.
발음을 제외한 운동 기능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지.
아직도 언젠가는 대학엘 들어가려는 꿈을 가지고 있어.
4년 째 준비하고 있는데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하루씩 차근차근 공부 중이야.
 
근데 여전히 환각증세가 나타나곤 해.
의사 선생님께서 뭐라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기억이 안나지만..
여튼 뇌신경끼리 소통이 제대로 안된다나 그렇다고 하더라고.
뇌손상을 입었다고 해서 환각증세가 심하게 나타난다기 보다도 
이치에 맞지 않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구분이 안되는 정도야.
 
환각이 보이기 시작하면 굉장히 끔찍해.
눈 앞에 정말로 곡을 하고 있는 귀신이 나타나기도 하고.
어느 날은 아침에 부엌으로 갔더니 엄마가 우리집 고양이를 도살하고 계셨어.
엄마 말씀으로는 저녁에 먹으려고 닭을 손질하고 계셨다지만.
그 날은 저녁에 식빵에 잼만 발라서 먹고 말았어.
 
한동안은 몇가지 신경안정제를 먹어 보기도 했지만 부작용이 좀 있어서 싫더라고.
이제는 하도 환각을 겪어서 나름대로 써먹는 대처법이 생겼을 정도야.
너무 과도하게 심하다 싶으면 현실이 아닌거지.
점차 증세가 나아지긴 했는데 그래도 아직 좀 무서워.
요새는 환영이 보일 때면 계속 마음속으로 반대로 되뇌여.
 
자다가 오줌이 마려워서 방금 전에 깼는데 문 옆에 어떤 남자가 서 있어.
진짜가 아닌 거지. 
 
이 남자는 여기 없다.
손에 쥐고 있는 칼도 진짜가 아니다.
내 방문을 열지 않았다.
아내의 죽음이 내 탓이라고 중얼거리지 않는다.
침대 옆으로 와서 내 머리 위에 칼을 겨누고 있지 않는다.
이제 다 컸는데 부모님을 부를 순 없잖아.
괴물은 진짜가 아니다.
환영은 진짜가 아니다.
근데 솔직히 말해서.
이번은 평소보다 훨씬 더 무서운 거 같아.
 
 
 
 
 
출처 I'm Not Going to Lie to Myself
https://redd.it/3px1ee by stellarp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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