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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시한부 선고 받았어요.
게시물ID : bestofbest_1140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2ZpZ
추천 : 522
조회수 : 40606회
댓글수 : 0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3/06/11 11:35:39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6/11 10:05:47


안녕하세요. 6년째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오늘은 저에게 그 어떤날보다 특별한 날이네요.
계속되는 위의 통증과 소화 불량으로 인한 구토로 인해 몇주전에 위내시경을 받고 난 후 
의사가 이상소견을 말해서 결국 조직검사를 받게 되었고 
오늘 결과를 듣기 위해서 병원에 갔다가 마지막을 준비하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상하게도 날씨는 화창했고 제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믿겨지지 않아서 그저 멍하기만 하네요.

언젠가부터 소화 불량으로 식사를 하면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하지 않으면
위가 불편해서 견딜 수 없었는데 전 그저 신경성 위염정도가 아닐까
가볍게 치부했었습니다. 사는게 바빴고 젊음은 무기인지라 
이렇게 제 몸을 혹사시켰는데도 혹사시킨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거든요. 
참 미련하게도 ...

먹는게 귀찮아지고 왠지 조금만 걸어도 헉헉거리면서 힘들어졌고
위는 찌르는 것처럼 고통스러웠지만 , 방학되면 한국가서 맛있는 거 먹고
몸보신하면 괜찮아질거야! (^ ^) 공부가 끝나면 견디고나면 한국가서 
가족들이랑 행복하게 살 수 있을거라는 생각만하면서 달렸거든요.
그런데 이제 부모님께 마지막 인사를 드려야할 시간이 오게 되었네요.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것만큼 불효는 없다고 하는데 
제가 아버지 어머니께 효도한번 못해드리고 빈손으로 돌아가게 
되었네요.  부모님이 갖고 계셨으면 더 편하게 사실 수 있었을텐데
자식 뒷바라지 해주기 위해서 아낌없이 제게 주신 
부모님께 정말 감사하고 죄송해서 제가 잘되고 무언가 이뤄서
평생동안 효도하고 보답해드리고 싶었는데 
무엇을 이루기도 전에 빈몸으로 이세상을 떠나게 되었어요.

요즘 자꾸 싸웠던 제 남자친구한테도 미안해집니다.
제가 근래에 계속 몸이 납처럼 무겁고 힘들어서 이렇게있다가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과 무력감이 있었는데 
그래서그런지 남자친구를 힘들게 한 것 같아서 미안합니다.
제가 계속아프다고하니까 남자친구는 그게 짜증이났는지
정말 죽는거 아니면 아프다는 소리 지긋지긋하다고 
그만 말하라고 했는데 의도치않게 그사람에게도 상처줄 말
할수밖에 없게 되었네요. 전처럼 밝고 웃는 여자친구로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
나한테 네가 소중했던 만큼 그 이상으로 너를 아껴줄 수 있는 여자 만나서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런데 너한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냥 아무말없이 헤어지는게 맞는걸까? 깊은 고민에 눈물만 나는구나.

길어야 6개월의 시간이 제게 주어졌는데 부모님께도 남자친구에게도
이 재미없는 진실을 언제 어떻게 말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전공이 전공인지라 하고 싶었던 일들 꾹 참고 제 젊음을 공부에 투자했는데 
인생이 참 짧고 내손으로 잡고 싶다고 잡아지는게 아니라는걸 느꼈습니다.

에이쿠. 자꾸 눈물이 나네요. 유학생분들 혼자사시는 분들
꼭 밥 잘 챙겨드시고 건강 조심하세요. 비용 많이 들더라도 
일년에 한번 건강검진 꼭 받아보시고 지금 있는 자리에서 
소중한 사람들에게 잘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은 언제올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거니까요. 
그냥 아직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어서 고게에 올려봅니다.
무거운 이야기해서 죄송합니다. 저는 이만 가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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