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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KBS에서 했던 18억 무슬림 다큐를 보고...
게시물ID : travel_157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pocalypes
추천 : 0
조회수 : 86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12/14 02: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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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들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할랄인증)

방금 KBS에서 방영한 18억 무슬림 3부, 무슬림 관광객 편을 시청했습니다.
문화인류학을 전공하는 저에게 있어서 꽤 흥미가 가는 내용이었기에 끝까지 경청했습니다만...

다큐의 취지는 커져가는 무슬림 관광시장과 거기에 발맞추어 따라가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이었습니다.
사실, 무슬림 인구 증가속도는 현재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앓는 많은 국가들에 비하면 꽤 높은 편입니다.
따라서 무슬림 시장을 개척하자는 다큐의 제작의도는 높이 사고싶습니다만, 애석하게도 갈 길은 멀다고 할 수 밖에 없네요.

최근 서서히 늘어가는 다문화, 외국인 관련 방송을 보다시피, 한국인들이 외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요 근래의 일입니다.
뒤집어서 생각하자면, 이전까지 한국 사회는 다른 문화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응답하라 1988에서 등장하는 여권 장면처럼, 평범한 한국인들이 타 문화를 체감하는 기회 자체가 드물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두각을 드러낸 건 6.25 전쟁과 군사독재 같은 장애물들이 얼추 정리가 된 이후의 일입니다.
빠른 속도로 이루어진 경제성장으로 G20에 이름도 올리고, 이런 과정이 국제사회에서 흔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은 어쩔 수 없습니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늦은 데뷔를 했거든요.
더군다나 머리맡에 북한이라는 걸림돌이 있는 만큼, 한국은 사실상 섬나라입니다. 본의 아니게 폐쇄된 사회가 되었죠.

그래도 여태까지 같은 중국, 일본과 같은 동아시아 관광객들 같은 경우는 일단 유사한 문화권이기에 문제가 그리 크지는 않았습니다.
북미, 유럽 관광객들 같은 경우는 낯선 문화권인 한국까지 온다면 일단 꽤 개방된 사고를 가지고 있는 관광객들이 대부분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한국은 전쟁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전통문화가 일상에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진 상황입니다. 말하자면,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라는 거죠.

그런데 무슬림 관광객은 왜 이리도 한국을 힘들어 하냐면... 아무래도 이슬람 사회 자체가 굉장히 폐쇄된 사회이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쟁으로 난리가 난 지금 모습으로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이슬람이 태동한 서아시아는 산업혁명 이전까지만 해도 큰 세력권이었습니다.
10세기~11세기에 바그다드는 중국의 장안, 비잔틴의 콘스탄티노플과 손꼽히는 3대 도시였죠. 동서양을 사이에 둔 무역으로 번영했습니다.
당연합니다만, 그 당시 외세와의 무역으로 먹고살던 이슬람 문화권은 타 문화에도 나름 관용적인 편이었습니다.
외세의 침략에도 오래 견뎠습니다. 오스만 투르크가 몰락하기 전까지 유럽 제국주의 마수에서 비교적 안전한 역사를 살았습니다.

그런 서아시아가 지금 이렇게 몰락한 모습을 보면 참 안쓰럽죠.
아나톨리아 반도의 하티 왕국, 히타이트를 연구하던 인류학도(정확히 말하자면 고고학)를 만났는데 안타까운 이야기를 하더군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이슬람교 이전 역사는 지금 연구 자체가 안되는 상황이다."
이 정도면 지금 이슬람 사회는 정교분리가 안 되는 건 애교에 불과할 정도인 모양입니다.

각설하고, 다큐를 보면 가장 걸림돌이 되는 부분은 할랄 식문화와 기도하는 문화인 것 같더군요. 양 쪽 모두 한국에선 난처한 부분입니다.

우선 식문화는... 지금 한국 기성세대들이 편식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아실거라 봅니다.
더군다나 식문화에 관한 금기라는 건 애당초 한국에선 낯선 개념입니다. 승려분들이 아니라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거기다 회석식 소주라는 음주문화는 술 자체가 금기시되는 이슬람 문화권이라면 아무래도 경악할 만 합니다.

기도 문화... 기도하는 공간 같은 경우는 더 힘듭니다.
기도실을 세우려면 땅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의 부동산 투기는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이 필요 없으리라 봅니다.
지금 이태원 바깥에서 모스크나 기도실을 세운다고 하면 동네 전체가 들고 일어날 거라 생각합니다.
거기다가 이슬람 광신도 테러 때문에 가뜩이나 좋지 않은 선입견이 난무하는 와중에 주민들을 설득하는 건 힘들죠.

한국이 무슬림을 상대로 관광산업을 벌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주도하는 지원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허나, 실재로 그런 지원정책이 시행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봅니다.
이슬람 광신도 문제가 전 세계에서 논란이 되고, 그들의 목표에 대한민국의 이름이 올라가 있는 상황에서 여론의 동의를 얻기는 힘들죠.

일단, 광신도들의 척결과 동시에 무슬림들 또한 타 문화와 교류하면서 진입장벽을 낮춰나가기를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샤리아'라 불리는 이슬람 교리가 굉장히 시대착오적인 건 맞습니다만, 시대와 장소에 맞지 않는 문화가 도태되는 사례는 흔합니다.
이제 이슬람교 신도들이 서아시아 안에서만 살 수는 없는 시대가 되었고, 외부와 교류하다 보면 시간이 걸려도 변화는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타 문화와 마주한 경험이 많은 터키나 북아프리카, 그리고 이란의 무슬림들과, 폐쇄적인 무슬림들을 비교해 보면 가망은 있어 보입니다.
(다만, 무슬림들은 단순히 시아파, 수니파를 떠나 율법 해석과 학파간에 갈등과 차이가 굉장히 심해서 이건 좀 복잡한 문제가 됩니다.)

다큐멘터리에서 제시한 수치에 따르면 무슬림을 상대로 한 관광사업이 꽤 개연성이 있는 이야기로 보입니다.
이제 우리 사회도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라야지!"라는 태도는 다시 생각해 볼 때가 왔다고 봅니다.
한국은 시장경제로 굴러가는 만큼, 수요가 있으면 당연히 공급이 늘어나게 마련입니다. 관광객들은 한국에서 돈을 쓰는 고객이니까요.
드라마 촬영지였던 남이섬을 걷고, 김치와 김을 사는 무슬림 관광객들 모습은 그들 나름대로 한국을 이해하려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도 더 이상 낯선 문화를 배척하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은 정교분리와 동시에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사회입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있어서 무슬림은 아직까지 낯섭니다. 실제로 멀리서 오는 사람들이구요. 당장 거창한 시도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주변에 무슬림이 있다면, 할랄 식문화에 너무 거부감을 갖지는 말고 알러지 있는 사람들 정도로만 생각해 주셔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선짓국이나 돼지국밥 같은 걸 들이미는 몰상식한 사람이 되지는 않았으면 하네요. (굴 같은 게 안 들어간다면, 그들도 김치 먹을 수 있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런 추세를 기회삼아 한국 관광사업도 번창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p.s 무슬림들이 꼭 할랄에 까다롭지는 않습니다.
할랄 마크 없어도 돼지고기 빼고 다 먹는 사람도 있고, 해산물 정도는 안 가리는 사람도 많습니다.
(단, 할랄 인증이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위생검사도 겸하기 때문에 서아시아에 가실 기회가 있으신 분들이라면 할랄 인증을 골라 드시는 게 좋습니다.)
다만 어느 외국인이건 간에 익숙해지기 힘든 김치같은 발효식품을 처음부터 권하는 건 자중해야 할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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