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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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트 부족에서 태어난 나는 선택받은 아이였다. 새하얀 서리와도 같은 피부. 눈부신 햇빛과도 같은 피부를 지닌 자들은 예로부터 수호와 평화의 상징이었다.
늦은 밤, 첫 눈과 함께 태어난 나는 내 부모에게 그날 내렸던 눈처럼 하얀 피부와, 평화를 뜻하는 ‘벨’이라는 이름을 받았다.
“이 아이는 장차 평화를 지킬 운명입니다.” 족장님은 그렇게 말씀하셨다. “ 그러나 그것을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아이들처럼 이 아이는 즐겁게 뛰놀고, 배불리 먹으며, 방적 기술을 배울 것입니다”
어머니는 그 말을 듣고, 나를 꼭 껴안아주었다.
우리 부족은 실을 만드는 방적 기술이 발달된 부족이었다. 걸음마를 떼고 나면 누구나 실을 잣는 기술을 먼저 배웠고, 그렇게 만들어진 실은 여러 종족과 교환하여 생필품으로 교환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이 세계에 사는 종족들은 전부 착하구나. 다같이 더불어 사는구나 라고 어렸을 때는 생각했다.
커가면서 마족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들은 작고, 교활한 생명체이며, 우리의 아이들을 납치해가서 실을 만드는 노예로 부린다고 했다.
그들은 어째서 그런짓을 하나요?
“ 왜냐하면, 그들은 다리가 네 개인데도 그 중 두 개를 사용할 줄도 모르는 미개한 종족이거든. ” 어머니는 그렇게 말했다.
그걸 들은 후 이틀째 되는 날, 친구 트리샤와 몇몇 아이들이 사라졌다.
나는 마족을 싫어하게 되었다.
네 아이의 어머니가 된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햇볓에 말릴 실과 도시락을 들고, 아이들은 즐겁게 뛰어갔다. 부족의 미래. 내 삶의 이유.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나는 뭐든지 하리라.
저 멀리에서 뿔피리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 쉭쉭거리는 소리도 났다. 이 근처에서는 놀 종족 말고는 뿔피리를 사용하는 종족은 없을텐데. 왠지 불안한 예감이 든다.
얘들아. 잠깐만 이리 와보렴.
" 벌써 돌아가야 하는거야? "
모처럼 멀리까지 나와서 신나있던 아이들, 살짝 눈물이 맺힌 초롱초롱한 눈. 부모는 절대 자식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새삼 떠올랐다. 잠깐만 둘러보고 올게. 얌전히 있으렴. 아직은 작고 힘없는 아이들을 옆 나무 밑에 보이지 않게 숨기고, 나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조용히 움직였다.
몸을 숨긴 채로 얼마나 걸었을까. 돌연 뿔피리 소리가 그쳤다. 동시에 푸쉬익 하는 김빠지는 소리도 났다. 들키진 않았을 거야. 충분히 조용히 움직이고 있어. 자신을 가다듬으며 조금 더 가자 울창했던 나무들이 한적해지고, 시야가 점점 넓어지는 게 느껴졌다. 이윽고 공터가 나왔다.
공터 한가운데엔 누군가 불을 피운 흔적이 있었다. 숲에 사는 종족은 절대 불을 피우지 않는다. 김빠지는 듯한 소리는 불을 끄는 소리였을 터. 그렇다면 아직 가까이에-
끼야아아아아아아악!
비명 소리는 멀리 뒤에서 들렸다. 가슴이 철렁했다. “마족은 작단다. 마치 지금의 너처럼 말이야.” 어렸을 적 어머니가 해주신 말이 떠올랐다. 내 눈에 띄지 않게 뒤로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내 아이들, 내 아이들이 위험해. 어서 가지 않으면...
미친 듯이 달렸다. 다리가 계속 나무뿌리에 걸렸지만, 나는 계속 다리를 뻗었다. 나무 뿌리는 금방 부러졌다.
나는 내 다리가 이렇게 강하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주변으로 풍경이 빠르게 지나간다. 공터의 입구, 아까 지나갔던 여우바위, 죽은나무 옆으로 흐르는 강물을 도약질 한번에 건너뛰어 작은 나무 앞에 도달한다.
나는 내가 이렇게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이리저리 엉망으로 밟힌 풀, 아이들의 작은 발자국을 거칠게 깔아뭉갠, 트리샤를 데려갔던 그 발자국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침묵.
나는 내 아이들이 마족의 노예가 될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마족을 증오하게 되었다.
“ 꼭 그래야만 하겠니, 벨라? ” 족장님은 내게 물었다. “ 벨라, 벨 라트. 잠깐만 내말좀 들어보렴. 너는- ”
평화의 상징이죠. 저도 알아요. 나는 거칠게 내뱉었다. 달리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부족은 항상 평화롭고, 아이들은 여전히 즐겁게 뛰놀죠. 노예로 잡혀간 아이들만 빼면 말이예요. 저는 그 아이들도 평화롭게 지내길 원해요.
“ 하지만 벨라.. 네가 하려는 건 평화를 위한게 아니지 않니? ” 슬픈 눈으로 족장님은 말했다. “ 복수는 또다른 복수를 낳을 뿐이란다.”
그래서 족장님은 그 때 아무것도 하지 않으신 건가요? 당신의 아이들인데도?
당신도 한 때는 어머니였잖아! 지금 혼자남은 당신을 봐요. 그리고 날 보세요.
난 아직도 그 날을 잊지 못해요. 잊지 못해 울고, 울다 지쳐 잠들고, 꿈에서도 아이들을 찾아 헤매요. 그 심정을 당신이 알아?
난 당신처럼은 살지 않을거야. 내 아이들을 되찾고, 다른 아이들도 되찾을거야.
그리고 더는 아이들을 데려가지 못하게 할거야. 마족을 전부 몰살시켜서라도.
그 누구도 이런 슬픔을 겪지 않게 할거야.
한 때 내 아이들이 숨었던 나무를 지나, 죽은나무 옆으로 흐르는 강물을 건너, 여우바위에 도달하자 노을이 붉다.
해가 지면 하얀 나의 몸은 은은한 달빛을 띈다. 그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해가 지기 전에 공터를 지나 마족의 땅으로 들어가야만 해.
급한 발걸음으로 공터를 지나 얼마쯤 걸었을까. 내 몸이 달빛을 띈지 얼마나 지났을까. 이제 들키는 건 시간문제다.
어서 움직여야 해. 그런 생각을 하던 내가 발걸음을 멈춘 건 냄새 때문이었다.
익숙한 타는 냄새. 밤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밝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 나는 아까 봤던 노을보다 더 붉은 광경을 보게 되었다.
마족의 마을은 이미 불타고 있었다. 어째서?
아무리 멍청한 마족이라 해도 자기 마을을 불태우진 않을거야. 그렇다면-
“ 누군가 이미 침범했다는 거겠지? ”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뒤에서 말했다.
족장님? 어째서 여기에..
“ 몰래 따라왔지. 널 막으려고 말이야. 달리기는 확실히 빨라졌구나 벨라. “
하지만-
“ 네 말을 듣고 생각했단다, 벨라. 확실히 나는 내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해주질 못했어. "
...
“ 아이들을 구하는 것만이라면 너를 도우마. 하지만, 저 마을에는 아마도 우리 아이들은 없을 것 같구나. “
확실히, 멀리서 보기에도 작은 마을이었다. 곳곳에 난 불은 어두운 밤에도 확실하게 마을의 윤곽을 밝혀 주었다. 상대적으로 피부가 어두운 마족들을 습격한 것은 회색 피부의..
“고블린이네” 족장님이 말했다. “고블린은 다른 마족의 아이들을 잡아가서 노예로 쓰지. 우리 아이들은 구하지 못했지만, 너의 복수는 저들이 해줄 것 같구나. 벨라.”
마음 한 켠이 아려왔다. 저들 또한 아이들을 잃는다. 그들이 저질렀던 그대로, 그들은 정당한 대가를 치루는 것이다.
" 이만 돌아가자, 벨라. " 마을을 뒤로한채 돌아서는 족장님의 뒷모습을 보며, 정말로 그것이 정당한지 마음속으로 재차 되묻는다.
아니. 정당하지 않아.
‘ 엄마! 일어나요! 오늘은 날씨가 엄청 좋아! ’
대가를 치루는 건 그들이 아니야..
‘ 이것봐! 요 근래 뽑은 실중엔 최고로 이쁘게 뽑혔어! 이거 말리러 가자. 응? 산책할 겸 가자! 응? 응? 엄마아 ’
대가를 치루는 건..
‘ 응.. 꼭꼭 숨어있을게. 이렇게 둥글게 하고 있으면 되지? 히히. 그니까 엄마 ’
그들이 아니라..
‘ 빨리 돌아와야해?’
" KIyaaaaaaaaaaaa!! "
비명 소리를 듣는 순간, 몸이 반응했다.
“잠깐, 벨라 어디가는-”
마족을 구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구하고 싶지도 않다. 마족따윈 정말 싫어. 우리 가족의 원수. 그치만..
아이들은 죄가 없어.
마을에 들어서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가 어느정도 빠르게, 어느정도 강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는 그날 이미 깨달았다. 작고 흰 마족들이 그보다 더 작은 마족을 입에 물고 가는 게 보였다. 힘껏 달려온 다리로,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배를 걷어찬다. 회색 마족은 반토막이 되어 날아가고, 공중에 붕 뜬 작은 마족은 낚아챈다. 손바닥 안에서 울먹이는 작은 마족. 마족의 아이.
이 아이에겐 죄가 없어.
고개를 돌려 상황을 파악한다. 앞쪽에 열 대여섯, 오른쪽에 넷. 회색 마족 고블린은 순간적으로 나타난 날 보고 놀란 듯 움직이지 않는다. 구석에 쓰러져서 울고 있는 갈색의 마족에게 아이를 던지고 본격적으로 고블린에게 달려든다.
너희들도 울잖아!
앞쪽 고블린 셋을 밟아버리고, 그들이 에워싸고 있던 아이를 들어올려 아직 타지않은 볏짚에 던진다. 아직 고블린은 많지만, 아이를 들고 있는 고블린은 없다. 겁에 질린고블린들이 도망치기 시작한다. 오른쪽의 고블린을 잡아 그들에게 던진다.
빼앗기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 알면서 왜 그랬던 거야!
명중. 크게 내뱉어진 비명은 이윽고 아이의 울음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는다. 어디지? 어디에 있지? 공중으로 크게 뛴다. 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집 뒤쪽. 저기다.두 명의 작은 생명체. 그들에게 다가가는 고블린은 아직 내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듯 싶다.
너희들도 나와 똑같잖아!
그대로 다리를 내리꽂는다. 흙이 튀겨 먼지가 일어나도, 나는 그들을 볼 수 있다. 한 손으로 으스러뜨리듯 낚아채어 마을 밖으로 던져버린다. 겁에 질린 두 아이를 집어들어 다시 도약한다.
너희들도 나와 같은 부모잖아.
라고 말하는 대신, 그저 소리지른다. 눈물이 함께 흐른다. 아래를 내려보니 고블린들은 모두 도망치고 있었다.
손에서 자그마한압박이 느껴진다. 눈을 꼭 감고, 모든 힘을 다해 매달려 있는 아이들. 한없이 약하고 약해서, 지켜줘야만 하는, 지켜주고 싶은 존재.
행여 무리가 가지 않을까 최대한 부드럽게 착지한 후, 손에 들고있던 두 아이를 살포시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들은 놀랐는지, 아니면 진이 빠졌는지. 우는 것도 잊은 채로 날 똑바로 바라본다.
난 그들에게 속삭였다. 너희는 죄가 없어.
그렇다. 죄가 있는 건 부모 쪽이다. 아이들에게는 볼일 없어. 이제 갈색의 마족, 너희들 차례야.
피와 먼지가 뒤엉켜 있는 다리를 들어 그들에게 다가가려고 할 때였다.
마족의 아이가 내 앞에 뛰어왔다. 내려놓은 두 아이의 앞에 서서, 네 다리를 크게 펼치고서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까 볏짚에 던져졌던 그 아이인가.
마치 나를 막으려는 것처럼, 내 앞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아아. 이 아이는 모두를 지키려고 하는구나. 네 개밖에 되지 않는 다리로 애를 쓰는구나..
용기는 가상하다만, 마족의 아이야. 난 너희를 해치려는 게 아니라-
“updrea!!”
뒤쪽에서 마족의 언어로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무언가가 날아와 내 목에 꽂힌다.
이게..뭐지? 뭐라고 하는 거..야.. 잘 안들려.. 힘이..안들어가..
“erorrnotnow?”
"morgusso.. kurrowkemiiga.."
시끄러워..
“erorrnotta!!”
그만.. 뭐라는거야..
“gumisee, kenchannowyo?!”
아침..인가? 눈이 부시다. 몸이 찌뿌둥한 것이 마치 술을 마시고 그대로 엎어진 기분이다. 어제 내가 뭘 했더라? 한참 달려서, 불타는 마을에서, 고블린들을.. 마족의 아이들을..
마족의 마을!
급하게 고개를 든다. 주변을 둘러보니 곳곳에 그을은 흔적이 남아있다. 주위엔 갈색의 마족들이 두려운 듯 서있었다. 이놈들이 뭘 보는거야, 당장 깔아뭉게주겠어. 라며 다리를 들어보지만, 무언가에 묶여있는 듯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온 몸의 힘도 빠진 상태. 고작해야 머리를 드는게 전부다.
그리고 그들보다 더 작은, 갈색의 마족치고는 상당히 하얀 작은 마족이 내 머리 앞에 서있었다.
“annoyinghersioo? moumdajyobuu?”
마족의 아이.. 어제 구했던 아이들 중 하난가.. 뭐라는지 모르겠지만 너에겐 관심없다. 저리 비켜.
“andea"
짧게 말하며 단호히 고개를 젓는다. 쓰지 못한다던 두 개의 다리또한 몸 앞으로 교차시킨다.
설마.. 너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니?
“un!"
강하게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인다. 마족이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다니, 들어본 적도 없다.
넌 내말을 알아들을지도 모르지만, 난 마족의 언어를 모른단다. 그러니 어서 날 놔줘. 난 너에게는 볼일이 없어.
하얀 얼굴에 순간 당황한 기색이 비친다. 말이 통할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잠시 생각하더니, 어른에게 쪼르르 달려가서 무언가를 말한다. 날 죽일 것인가. 죽이려면 빨리 죽이는 게 좋을 것이야. 다리에 차차 힘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우리 부족의 실에 비하면, 내 다리를 구속한 실은 조잡하다 못해 앙상하다. 조금만 더 힘이 돌아온다면, 당장에 실을 끊고 너희들을 -
“nar meduyo, kenchannowyo!” 작은 아이가 말하자, 마족들이 스스로 실들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쪽에서는 한 눈에 봐도 늙어보이는 마족이 여러 마족들을 뒤에 끌고서 내앞으로 왔다. 나는 당황스러웠다. 어째서 날 풀어주는거지?
그러나 다른 마족들은 내 말을 알아채지 못하는 눈치다.
이윽고 실을 다 풀자, 마족들은 모두 내 앞에 섰다. 움직여. 전부 죽여. 마음은 그렇게 소리쳤지만, 기이한 상황을 앞두고 섣불리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가장 앞의, 가장 늙은 마족이 갑자기 고개를 바닥에 처박는다. 그러자 그 뒤로 한명, 두명씩, 그를 따라 머리를 처박는다. 무엇을 하는건지, 어째서 이러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모든 마족이 내 앞에서 머리를 처박은 기이한 광경에,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던 아까의 마족의 아이만이 총총걸음으로 내 앞에 섰다.
쓰지 못하는 다리로 무언가를 들고 서 있었다. 저 다리는 걷기위한 다리가 아니었구나. 나름 감탄하던 순간,
“감사?” 마족의 아이가 작게 말한다. 지금 뭐라고 했지?
“감사? 감사! uree 감사!”
아무래도 들고 있던 무언가에는 인간의 언어가 쓰여 있으리라. 마족의 아이가 말하자. 마족 전체가 따라서 소리치기 시작했다. 감사. 감사. 감사.
개중에는 소리높여 우는 마족도 있었고, 고개를 들고 조용히 눈물만 흘리는 마족도 있었다.
그들의 마음이 전해진다. 아이들을 안고서 서있는 어머니들. 그들을 지키려던 아버지들. 그들은 내게 감사하고 있었다. 내 앞의 마족의 아이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moyaigee..un.. 감사.. 우리.. 나.. 당신? 평화를 주다! 당신 감사!”
' 벨 라트. 평화를 지키는 아이라는 뜻이란다. ' 어머니의 말씀이 떠올랐다. 평화라는 건 우리 부족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었던가.
난 그러려던 게 아니야. 너희 마족은 내 아이들을 데려갔어. 수많은 아이들을 잡아갔어. 난 너희를 증오해.
아이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왜그러니. 왜 아무 말도 못하니. 들고 있는 그거. 인간의 언어가 쓰여있는거지? 할말 있으면 해봐. 난 우리 아이들을 찾기 위해서 왔어. 너희가 잡아간 내 아이들을 말야. 난 마족에게 복수하려고 온거야. 난 너희 마족들이 정말-
싫다고 말해야 하는데, 입이 움직이질 않았다. 마족의 아이가 가만히 내 다리를 안았기 때문일까. 작게 들리는 미안해요. 라는 말을 들어서일까. 다리를 안은 작디작은 생명체에서 느껴지는, 훌쩍이며 조금씩 떨고 있는 그 몸의 온기에서 문득 내 아이들이 생각나서일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마족도 울고, 마족의 아이도 울었다. 그들의 진심이 내게 전해져왔다.
무언가 가슴속에서 보상받은 기분이 들었다.
"미안해요"
아이들이 보고 싶어.
" 감사해요 "
더이상 누군가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감사해요”
“미안해요”
그 누구도 이런 슬픔을 겪지 않도록.
“감사하고..미안해요..”
그게 설령 마족이라 할지라도..
내가.. 지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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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벨 라트. 라트 부족의 평화를 지킨다는 뜻이야.
“ 너.. Velln...Siiat? ”
시아트가 아니고 라트. 벨 라트.
“ siiat? shc.. shaat! “
너희 마족은 정말 L 발음을 못하는구나. 그냥 편한대로 부르렴.
“nenen! Grom.. un.. shart? Ven Shart! ”
벤은 남자이름... 그만두자. 편한대로 부르라고 한건 나니까.
그러고보니 네 이름을 아직도 모르는구나. 네 이름은 뭐니?
“나? 나 이름! Ti, Tii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