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을 받는 둥... 마는둥... 그러다보니, 한구대의 4분의 1가량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니... 조교들의 성화는 더욱 거세어졌지요...
그렇게 정신없이 구르고 내무실로 들어왔는데...
텍스를 들어올린 훈련병의 상태는 특히나 좋지 않았었답니다...
그 때, 그 훈련병 맞은편에 앉아있던 동기 한명이 멍한 눈으로 자신의 뒷편 관물함을 바라보다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짖더니, 이내...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라네요...
텍스를 들어올렸던 이 훈련병도 자신의 맞은편에서, 하얗게 질린 동기를 보자. 서둘러 고개를 돌렸답니다...
"....."
그런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더군요...
"왜그래??"
그러자, 하얗게 질린 그 훈련병이 떨리는 목소리로...
"아... 니... 뒷편 관물함 이불 넣는곳 아래에.... 머... 머리를 풀어헤친 여... 여자가... 창백한 얼굴로... 우... 우리를 보고 있어..."
"!!!!"
그말을 듣고, 다시 서둘러 돌아보았답니다...
"..... 어... 없잖아..."
"아... 안보여...?? 부... 분명히... 이... 있단말야...."
그렇게 말하자, 오싹한 공포감이 밀려왔고, 불빛이 닿지 않아 어두컴컴한 그 공간 아래에 정말... 무엇인가가 움직이는것처럼 느껴지더랍니다...
"엇!!"
"보... 보..이지??"
그렇게 공포감에 떨며, 정말 무엇인가를 목격한듯, 그곳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던 순간...
"야... 너 뭐하냐??"
계속 그곳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이 훈련병을 보고, 이제 막, 씻고들어온 동기가 물어봤다네요... 그순간 정신이 번쩍들어, 자세히 보았는데, 그냥 텅빈 어둠뿐이였답니다...
"아... 아냐... 그... 그냥 좀... 뭔가...해서..."
"고개 돌아가겠다... 그렇게 고개 돌리기만 해서 뭘 찾아..."
이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아까 그 여자모양의 형상이 떠오르는데, 고개가 몸통에서 90도로 옆으로 꺽여있던 모습이 상상이 되더라네요...
그렇게... 두려움에 떨며, 맞이한 그날 밤...
이 훈련병은 도저히 잠을 이룰수가 없더랍니다... 다른 훈련병들도 모두 잠들었는지...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도 사라진지 한참이 지난 시간... 그 때 갑자기... 저 옆쪽에서 들려오는 놀란듯한 동기의 목소리...
"야... 자... 자냐?"
"어..? 아.. 안자.. 잠이 안와... 근데, 왜...?"
"너... 지... 지금 천... 천정보고... 있냐...?"
"어? 아...니... 모포 뒤집어쓰고 누워있는데..."
"그... 그래? 저... 저거 뭐냐... 천정에...서, 누... 누가 노...려봐..."
그소리를 들은 이 훈련병은 더욱 두려워 졌답니다... 덮어쓴 모포를 더욱 꼭 여미고, 자신의 발목을 누가 잡아채기라도 할것 같은 느낌에, 바짝 웅크려 두려움에 덜덜... 떨리는 몸을 애써 추스리고 있었다네요...
그 때...
"으... 으...악...."
"???"
동기의 놀란 외침에 이 훈련병은 정체모를 누군가가 자신을 덮칠것 같은 두려움에 서둘러, 모포를 제쳤습니다... 그리고, 천정을 바라보았는데...
".....!!"
자신이 바라보는 천정엔 아무것도 있지 않았다고 하네요...
"휴.... 야... 너 장난치는거야?"
"장난 아니야... 너... 너 정말 안보...여?? 자... 자세히 봐봐..."
"난 안보여!! 안보인다구!!"
라며, 버럭 소리를 쳤었답니다... 그러자, 잠들어 있던 동기들이 여기저기서...
"야 임마!! 잠 좀 자자... 그렇지 않아도, 낮에 빡쎄게 굴러서, 피곤한데..."
"너... 뭐야 임마... 빨랑 자..."
라는 동기들의 질책에... 이 훈련병은 할수없이 그대로 누웠답니다...
그렇게 반듯이 누워 어두컴컴한 천정을 한참 바로보는데...
무심결에 천정의 어두운 구석 모서리를 바라보았다네요...
'헉!!!'
그곳엔 정말 자신을 노려보는 눈동자가 보이더랍니다... 그 눈동자에 눈이 맞자, 덜덜덜 몸이 심하게 떨리며, 움직일수 없이 숨이 막히더라네요...
그렇게... 몽롱한 상태가 되어, 잠이들고 다음날...
일조점호(아침에 하는 인원파악) 후... 상태가 더욱 안좋아진, 이 훈련병에겐 조교들의 호통과 고된 얼차려만이 반기게 되었죠...
근 몇일을 다른 동기 한명과 자신... 두명의 공포스러운 밤이 계속 되었답니다...
결국 어느날 밤...
"자니...?"
자신과 공포를 함께 겪는 훈련병이 또 말을 걸더랍니다...
"아니..."
이 훈련병은 이제... 체념한듯 대답했답니다... 무서운것도 무서운것이지만... 자신과 함께 공포를 느끼는 공감대를 가진 이 동기가 이제는 유일하게 친근함을 느끼는 존재가 되어버린거죠... 공포스러운 마음에도 지치고, 지쳐... 더이상 놀랄것도 없다라는 생각마져 들었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