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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 귓가에서 떠나질 않아 (133)
게시물ID : humorbest_11415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기분♡전환
추천 : 24
조회수 : 3399회
댓글수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10/27 21:45:48
원본글 작성시간 : 2015/10/27 01:33:56
*재미있게 봐주세요~ 감사합니당~^^
*불펌노노노노노~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확히는 내 주변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들린다고 해야 할까.
고함을 치면서 대꾸를 하면 이상하게 쳐다보며 미친 사람 취급을 했다.
 
학교 생활도 제대로 할 수가 없어서 부모님께서 나를 병원에 데리고 갔었다.
기억도 못 할 정도로 여러가지의 약을 처방 받았다.
어떤 약은 먹으면 너무 몸이 아파와서 마치 좀비가 된 기분이었다.
결국에는 내성이 생겨 약효가 듣질 않아 이후에는 그냥 멀쩡해진 척을 했다.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이다.
 
10대가 되고 나서야 들려오는 목소리가 다른 사람의 생각이라는 걸 정확하게 파악했다.
축복받은 재능이라고 생각들 하겠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한 번은 어떤 소녀가 자살을 하기 전에 내가 막은 적이 있는데 이후에 그 소녀는 정신병동을 들락날락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래도 지금이 더 낫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애초부터 내가 간섭하지 않았던 편이 나았을 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많은 장소에 있으면 정말 괴롭다.
너무 많은 목소리들이 내 머릿속을 파고 들어 정중앙에 떡 하고 자리를 잡는다.
사고가 완전히 마비된다.
길을 걸으며 나를 보고 떠올리는 생각을 듣는 기분이란..
 
[얼굴 개씹창이네]
[돼지새끼]
[존나 우울해보여]
[저렇게 생겼음 디져야지]
 
그리고 우리 부모님.. 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잘 아니까.
도저히 두 분을 마주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 선물로 받은 자동차를 타고 그저 달리고 달려서 사막까지 오게 됐다.
외딴 곳에 있는 집에 세를 들어 두 달을 지냈다.
이렇게 좋을 수가!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후에 나는 철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몇 주가 지나고 왠 사악한 인상을 가진 남자가 가게로 들어왔다.
 
[아 저 삽이 좋겠다 아주 잘 파지겠는데]
 
"우리 가게에서 제일 좋은 삽이에요!"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와 황급히 손으로 입을 막았지만 허사였다.
남자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이런 거 좀 아시나봐요?"
"당연하죠~ 제가 하는 일인데."
"이거로 할게요. 그리고 저기 박스테이프도 하나 주시구요."
 
[얼마나 재미있을까]
 
남자가 가게문을 나설 때 분명히 들렸다.
나는 무시하기로 마음 먹었다.
내 일도 아닌데 뭐.
이제 남일엔 신경 안쓸거야.
그 날 밤 어떤 숨죽인 목소리가 들려와 잠에서 깼다.
부엌으로 가서 물을 마시려는데도 여전히 들려왔다.
 
[주세요.. 와주세요.. 도와주세요..]
 
무슨 말인지 정확히 들렸을 때 온몸에 식은 땀이 흘렀다.
아까 상점에 왔던 남자가 떠올랐다.
어쩌면 내가 막을 수도 있었을 텐데.
차를 끌고 나가서 여자를 찾기 시작했다.
흙을 뒤엎었던 곳은 없는지 아니면 누군가 땅에 손을 댄 흔적이라도 있는지.
 
여자의 절규는 7일이나 지속됐고 마침내.. 변했다.
도와주세요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젠 목소리가 영영 떠나질 않는다.
대답도 해보고 위로도 해봤다.
이젠 어쩌면 나를 위로하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출처 The Voices, They Never Leave You
https://redd.it/3q7iw3 by ecro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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