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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백일장] 병신 재판
게시물ID : readers_114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튀김소보루
추천 : 2
조회수 : 36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1/22 19:17:44
  병신이란 오랜 세월 동안 사회적 기준에 미달한 사람, 즉 육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평균 이하의 사람을 가리키는 속어 중 하나이다. 본래부터 "병신"은 본인 스스로를 지칭하기보다는 누군가에 의해 붙여진 호칭인 경우가 많다. 즉, 누군가에 의해 병신이라 불림이 보편적인 경우인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우리에게는 이러한 속어에 관한 한 가지 아이러니가 하나 있는데, 이는 도덕적으로는 속어를 지양하지만, 그 사용은 그 어느때보다도 보편적이라는 것이다. 결국 나는 지양성과 보편성이라는 두 영역을 통합하는 동시에, 역사적으로 이어온 "병신"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그것을 "나"에 한정하여 사용함을 고려해 보았다.
  이 글을 이어가는 데에는 두 가지 준비물이 필요한 데, 그것들은 내가 얼마나 병신인지를 자주적으로 분별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첫째로 나는 책게에 글을 올리고 있는 이상 그 도구 중 하나로 한 권의 책을 선정하였다. 그것은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이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책이고,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자세한 내용은 생략해도 좋을 것이다. 내가 주제로 잡는 이 책의 논점은 세계의 인구를 100명으로 보았을 때, 현재 생산되는 모든 에너지, 식량, 식수 등이 고르게 분배된다면 모두가 그것을 사용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둘째로는 가치관에 관한 것으로 내가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이다. 이미 기독교인으로서 병신 취급 받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보다는 이웃을 돌보라는 예수의 명령과 이를 실천함의 관계 사이에서 오는 공간적인 격차를 두번째 도구로 삼는다.
  이제부터 내가 자주적으로 병신인가에 대한 고찰을 간단한 희곡 형식으로 서술해본다. 이는 자아 재판, 양심에 의한 재판 혹은 기독교인으로서의 재판 등으로 불릴 수 있지만, 간단히 병신 재판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2014년 1월 22일 ○○시, 피고에 대한 재판을 시작한다.
 
재판관 : 피고는 세계 인구를 100명으로 놓고 보았을 때, 11명에 드는 부유층이다. 또한 자연재해의 위험에서 벗어난 25명 안에 들며,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의 49%를 사용하는 18명 안에 든다. 위에 기재한 내용이 사실인가?
피고 : 위에 기재한 내용은 사실이다.
재판관 : 뿐만 아니라, 피고는 집에 잔돈이 굴러다니는 8명에 속하는 가장 부유한 계층이며, 컴퓨터를 가진 2명임과 동시에 대학 교육을 받은 2명 중 한사람이다. 위에 기재한 내용이 사실이 맞는가?
피고 : 위에 기재한 내용은 사실이다.
재판관 : 피고에게 묻는다. 피고는 위에 해당하는 모든 것을 가진 부유층인 동시에 스스로를 그리스도인이라 칭한다. 이 사실이 맞는가?
피고 : 두 가지 모두 사실이다.
재판관 : 너에게 말한다. 지구의 자원이란 한정되어 있는 동시에 연계되어 있다. 즉, 모든 사람이 1인분의 자원만을 사용한다면 낭비되는 자원은 없을 것이며, 환경오염도 없을 것이다. 네가 정당한 노력도 없이 한정된 자원을 낭비할 수 있는 까닭은 너를 대신해 그것의 사용을 제한받고, 네가 낭비하는 만큼 착취당하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스스로를 그리스도인이라고 칭하고 있다. 너는 네 위에 군림하고 있는 더 큰 부자들 밖에는 보지 않는다. 너는 그들을 비난한다. 그러한 그리스도인들을 욕한다. 아니, 그들이 그리스도인일 수 있는지부터 의심한다. 그러나 나는 너에게 묻는다. 네가 스스로의 비판을 피해갈 수 있는가? 신이 주신 자원을 낭비하고 누군가의 것을 착취하며 살아가는 네가, 타인을 욕할 수 있는가? 스스로를 군중이라 생각하며 위안하고 있지만 너는 세계의 11명안에 드는 부유층이다. 너는 군중일 수 없다. 군중의 삶을 경험해 보지 않았고, 그들과 같이 되려는 시도조차 없는 너는 결코 군중이 될 수 없다. 네가 지금 어떤 상황 가운데 있든 간에 너는 부유하며 가난이 무엇인지 모른다. 너는 착취자이다.
대답하라. 누가 고된 노동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부유한 생활을 지속하고 있는가?
피고 : 그것은 바로 나다.
재판관 : 누가 자원을 낭비하는 동시에 그 자원이 없어 죽어가는 사람들을 외면하는가?
피고 : 그것은 바로 나다.
재판관 : 누가 아이들을 노역장으로 내몰고 여인들을 매춘굴로 이끄는가?
피고 : 그것은 바로 나다.
재판관 : 누가 그들의 땀과 피와 생명을 착취하는가?
피고 : 그것은 바로 나다.
 
재판관 : 이에 피고는 유죄임을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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