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쯤 전에 사귀던 사람과 헤어졌어요.. 아니, 아마 헤어진 것 같아요.. 그 사람은 29, 저는 21살이었어요 7일.. 그 사람에게 파스타를 먹으러 가자고 했어요 친구랑 약속이 있다며 한참을 고민하더니 연락해보고 다시 연락준데요 30분쯤 후에 다시 전화가 와서 정말 미안하다고 친구가 너무 화를 내서 취소를 못 할 것 같다고 대신 맛있는 파스타집 알아올테니까 목요일에 보자고.. 8일.. 제가 먼저 세 번 문자를 보냈어요 답장은 두 개.. 어버이날이라 바쁘겠거니 하고 넘겼죠.. 9일.. 점심에 전화를 걸었어요 안 받았지만.. 평소에도 무음으로 해 놓는 사람이라 자주 안 받아서 곧 또 연락오겠지.. 그러고 점심을 먹으러 갔어요 좀 있다 보니 문자가 하나 와 있더군요 '어제부터 정말 미안해요 이따 내가 연락할게요'.. 하지만 그 날 밤, 그 사람은 연락하지 않았어요 10일.. 연락이 없어요 제가 먼저 하고 싶었지만.. 좀 화가 나서.. 화 난 걸 표현하고 싶어서.. 연락을 못 했어요 결국.. 연락이 안 오더군요.. 11일.. 약속한 목요일이예요.. 친구들이 놀자는 거 다 거절하고 하루종일 핸드폰만 붙잡고 기다렸어요.. 예상하다시피 결국.. 연락은 안 왔지만요.. 전화를 했어요 너무 화가 나지만 자존심 다 버리고 전화를 했어요 근데.. 안 받네요.. 그리고 하루.. 이틀.. 남들처럼 미친듯이 전화라도 걸어봤으면.. 그 사람 있는 곳으로 찾아갔으면.. 그랬으면 속이 좀 편했을까요? 항상 항상.. 그게 부담이었어요 내가 너무 어리다는 거.. 그래서 그 사람에게 어려보이지 않으려고 응석도 안 부리고 조르지도 않고 말 하나도 조심하고.. 근데 마지막에 그래버리면.. 결국 너도 어린애구나, 그렇게 생각할까봐.. 바보같이 용기를 못 내고 ..! 바보같은 저는.. 사고라도 난 건 아닐까.. 뭔가 그래도 사정이 있는 건 아닐까.. 그러다가도 아냐, 식물인간이 되든 기억상실이 되든지 하지 않으면 어떻게든 연락할 수 있는 거 아냐? 며칠간.. 힘들었어요.. 그래, 나 싫다는 사람을 붙잡아서 어쩌겠냐.. 맘을 다잡고.. 그래도 며칠만에 회복하다니 그렇게 많이는 좋아하지 않았나 보구나.. 그 사람과 만난 다음카페에서 그의 글은 더 이상 보이질 않았어요 내가 들어올 걸 알테니까 잠수탄 거겠지.. 하다가도 마음 한 편에는 정말 사정이 있는 게 아닌걸까, 하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었나봐요 그런데 어제. 그가 단 답글을 봤어요. 살아는 있었네요. 그 생각을 하는 순간. 내가 그런 바보같은 미련을 아직까지 갖고 있었나. 이런 미친. 그리고 오늘. 새로 가입한 소모임에서. 그의 글을 봤어요. 내게 연락을 끊은 후에도 계속해서 올라와 있는 글들을. 어느 날. 같이 술 마시던 친구가 얘기하더군요. '갑자기 연락 끊기면 여자 생긴거야' 그의 단호한 한 마디에 차라리 마음이 편해졌었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었나 봅니다. 지금은 너무 분하고 슬프고.. 갑작스레 모든 의욕이 제로에 가까워지네요.. 그 사람 하나 때문에 내 삶이 이렇게 휘둘려야 하나.. 머리론 알겠지만 마음은 따라주지 않아.. 내일은 술 한 잔 하러 가려구요 혼자 마시면서 까만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조금은 잊혀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