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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천 교수 인터뷰 [2]
게시물ID : sisa_114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핫돌이
추천 : 10
조회수 : 33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04/11/25 03:59:30

지 - 조선일보나 이런데서 나오는 안보상업주의도 경계해야 하지만, 이제는 그 반대쪽의 우려도 해야된다는 말씀이시죠. 근데 우리 사회가 아직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도 힘겨운 사회 아닙니까? 선생님께서도 '국가보안법은 사이코다'라는 글에서 "헌법 제3조나 국가보안법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것은 억지와 적개심과 몰상식으로 얼룩진 정신병적 증상일 뿐이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헌법 제1조에 나와 있다"고 하셨는데요. 
  
최 - 내가 국가보안법이 사이코라고 하는게, 제가 주목을 받기 위해서 제목을 그렇게 뽑은게 아닙니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영토규정 있잖아요.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는 그 터무니 없는 몰상식으로부터 빠져나오자는 겁니다. 핵심은 그거예요. 지금 엉터리 논쟁을 하고 있는 거예요. 안보는 그거하고 아무 관계도 없어요. 거기 안보규정이 뭐가 있어요? 안보는 어떤 체제고, 주적이 누구고, 국민들이 안보에 대해 참여하는 방식이 뭐고 이런게 나와야 안보에 관한 법이죠. 북한하고 어떻게 하면 어떻게 한다는 처벌법이지, 그게 무슨 안보법입니까? 
  
지 - 최근 보수단체와 일부 종교단체들이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대규모 시위들을 벌이고 있지 않습니까?

최 - 그 사람들이 왜 그런 생각을 하냐하면, 보수 기독교인들이 거의 한국 우익의 핵심기반 같아요. 이 사람들은 국가보안법이 없어질 경우에 한국에서 북한을 위해서 활동할 사람들이 많이 생길거라고 보는 겁니다. 그 사람들은 진짜 그렇게 보는거예요. 
  
지 - 그렇게 계속 교육받아온 분들이니까. 

최 - 이게 불쌍한거거든요. 한국에서는 사실은 못사는 사람들이 우익에 박수치고 있어요. 지가 다 당하면서. 월남가서 당한 사람들 있잖아요. 그 사람들이 악을 저지르는 역할도 했어요. 양민학살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도 시대의 피해자들이거든요. 가난해서 돈 좀 벌어볼려고 갔거나, 빽도 없어서 간 사람들이잖아요. 저도 그 당시 군대에 있었습니다. 마지막 무렵에 군대에 갔죠. 72년에 군대에 갔으니까.... 
  
 6.25때도 그랬고, 다 그랬잖아요. 근데 이 사람들이 우익의 하수인이 되어 있습니다. 왜 그러냐하면 개인의 독립성이라는 개념이 없고, 독립의 의지도 없고, 여건도 안돼요. 이런 사람들은 자기의 존재를 확인하고, 자기의 존재를 보장받을 수 있는 거대한 힘을 요구합니다. 이게 기독교에 다 들어가 있는 겁니다. 
  
 그 못살고 어려운 사람들이 왜 거기에 들어가 있냐하면 그런 이유입니다. 괜찮은 나라면 교회에 딱 세 번 가면 돼요. 태어났을 때, 결혼할 때, 죽을 때 그 외에는 교회 안가요.(웃음) 이 나라가 사회보장 시스템이 전혀 안된 사회에서 교회가 일부 그런 역할을 하는 겁니다. 불쌍하지 뭐. 
  
 지금 우리가 뭐든지 전투적으로 생각할게 아니라 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사람들 난감한 사람들 아닙니까? 육군 대령 출신이 얼마나 머리가 없냐 하면 군복에 태극기 대신 성조기 달고 시위를 하지 않습니까? 정신없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런데 그게 잘한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미친 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너무 불쌍한거예요. 자주성이나 주체성이라는 인식이 애초에 없는 사람들이거든요. 불쌍한 사람들이지. 
  
지 -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보통 어느 인물에 대한 책을 쓰거나 깊이 연구를 하다 보면 '애증'을 가질 만한데 박정희는 어느 구석에서도 인간미를 본 적이 없다. 포악하다는 말밖에 생각나는 게 없으며 한마디로 야수에 가깝다고 표현하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그런 팩트에 대해서는 조선일보도 일부 인정하지 않습니까? 
  
 조갑제가 쓴 글을 보면 자기보다 키도 크고, 결혼도 한 동급생의 뺨을 때린 행위를 통솔력이라고 표현하던데요. 월간조선 같은 곳에서는 그런 박정희, 이승만, 전두환의 인간미를 강조하는 책을 틈틈이 내고 있지 않습니까? 얼마전 인터넷에서 박정희가 '으악새 슬피우니'를 부르는 동영상이 나돌면서 인간적인 모습이라고 하고 있는데요. 

최 - 있잖아요. 글은 쓰는 사람의 자기 모습들이거든요. 조갑제가 그렇게 썼다면 그게 지 꼬라지거든요. 자기가 그런 조폭적 사고를 하고 있다는거거든요. '나 정신적 조폭이야'라고 고백하는 겁니다. '으악새' 부른 것을 인간적이라고 하는 것은 영웅주의적 관점이거든요. '으악새' 안부른 놈이 어디 있습니까? 웬만한 놈은 다 부르지. 딴 사람이 으악새 부르는건 아무 것도 아니고, 박정희가 부르면 대단한 겁니까? 그게 뭐냐하면 문제를 이성적으로 이해하지 않고, 영웅주의적으로 조폭적으로 이해하는 수준이거든요. 그렇게 이해할 수 있죠. 
  
지 - 현재 친일파반민족행위 진상규명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데요. 열린우리당의 소위 4대개혁법안에 대해서 진보진영에서는 미흡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까? 보수쪽에서는 나라가 뒤집힌다고 얘기하고 있구요. 

최 - 저는 열린우리당 정도가 맞다고 봐요. 왜그러냐 하면 지금 이게 결사적인 싸움으로 가면 안돼요. 역사적으로 정리를 하고, 그게 하나의 사회 정의의 기준이 되고, 출발점이 되면 돼요. 단죄를 하는건 법적인 단죄잖아요. 그건 시효성이 있고, 다만 반인륜적인 범죄 있잖아요. 그것에 대해서는 엄중한 조사를 하고, 기록을 남기고 해야 되는데, 그런 정도로 괜찮다고 봐요. 너무 우리가 가혹하면 그것으로부터 발생하는 문제가 더 심각할 수가 있어요. 지금 우리가 1950년대라고 할 것 같으면 그 얘기가 설득력이 있어요. 근데 지금 2000년이잖아요. 
  
지 - 현재 일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박근혜 대표의 눈치를 보느라 친일파 명단에서 박정희를 빼는 정치적 타협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 - 그거는 일단 정해지면 원칙을 지켜야죠. 
  
지 - 박정희의 드러나는 친일 행위는 크지 않았지 않습니까? 

최 - 천황의 군대 그 자체가 가장 적극적인 친일이예요. 일본 사람들을 위해서 한국 사람들을 찔러 죽인다는게... 사실 스물 몇살의 나이에 할 수 있는게 많지 않잖아요. 그 정도 친일이라면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가장 큰 친일 행위라고 봐야죠. 
  
지 - 독립군을 토벌했다는 주장도 있고, 그런 기록은 없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어차피 그러기 위해서 군대에 간 것이기 때문에 그건 중요하지 않다는 말씀이신가요? 

최 - 친일의 가장 적극적인 형태가 (군국주의니까) 자발적으로 군인이 되는 겁니다. 그 다음에 순사가 되는 겁니다. 세 번째는 공무원이 되는건데, 공무원되는거는 고위직이 아니면 먹고 살려고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군인과 순사는 용납이 되지 않습니다. 왜? 그 대상이 한국사람이기 때문에. 
  
지 - 군인은 실제로 일반인들이 마주치기 힘든 상황이니까 악질 순사에 대한 감정이 훨씬 나쁜 것 같은데요. 그런 부분때문에도 박정희의 친일에 대한 혐오감이 덜 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드는데요. 

최 - 한국 사람들이 왜 그러냐 하면, 박정희의 친일에 대해 덜 부정적이냐 하면, 한국인의 마인드가 먹고 살기 위해서 한 것에 대해서는 용납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왜냐하면 자기가 그렇게 살았으니까요. 그러니까 먹고 살기 위해서 나쁜 짓 좀 하거나, 불의하거나 하는 것은 용서해줘야한다고 생각하는거죠. 그런데 박정희의 경우는 먹고 살려고 한게 아니죠. 먹고살려면 교사로서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었습니다. 
  
지 -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지도자 중에서 박근혜 의원이 차기 대권 후보로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 - 저는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지 - 독재자의 딸이라고 비판을 하기도 하고, 그건 일종의 연좌제가 아니냐는 반론이 있기도 한데요. 

최 - 저는 그런 차원에서 보는게 아니고 결국은 김일성 아들, 박정희의 딸이 권력을 차지하는 거거든요.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민주주의가 나라사람들한테 뿌리내리지 못했고, 그게 사람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지 못하고 결국은 독재체제, 일종의 집단주의로 되돌아가는 그런 경향이라고 봐요. 결국 한국 민주화를 15년 이상 후퇴시킬거라고 봅니다. 제가 제1의 표적이 될지도 모르구요.(웃음) 
  
지 - 굉장히 불편하게 생각을 하겠죠. 열린우리당 신기남 전 의장이 휴가갈 때 '알몸 박정희'를 가지고 갔다고 해서 어떤 의미냐는 분석을 하기도 했었는데요.

최 - 제 책이 결코 쉬운 책이 아니거든요. 굉장히 무거운 주제들을 제 나름대로는 쉽게 한다고 얘기한 거 뿐이거든요. 
  
지 - '알몸 박정희', '알몸 대한민국, 빈손 김대중' 두권을 집필하시고, 그 후 오랫동안 활동을 뜸하시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최 - 제 얘기에 귀을 안기울이니까 무기력하잖아요. 예를 들면 내가 얘기한게, 이건 확실하거든요. 한국 사회에서 다른 글쓰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 그 사람들하고 또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고 저는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남들이 하는 얘기를 할 것 같으면 책을 낼 필요가 없어요. 근데 그게 그렇기 때문에 제가 좀 더 근본적으로 접근을 하고, 문제를 제기하는데, 개인적으로야 강준만 교수 같은 경우는 관심을 가지고, 제 얘기도 많이 인용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는 별 관심을 못 끈 것 같아요. 
  
지 - 표현 자체가 충격적인 부분이 있지 않습니까? 저도 서평을 네 개 파트 정도로 정리해서 인터넷에 올린 적이 있는데요.

최 - 저도 봤어요. 
  
지 - 살벌한 메일들이 오더라구요.(웃음) 그런 거침없는 표현들 때문에 오히려 대중화되지 못하거나, 독자들의 반감을 산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런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 - 내 생각은 지금 다시 글을 쓸까 싶거든요. 제가 어떤 신문에 제안을 했었어요. 6개월동안 1주일에 한번씩 지면 하나를 달라고 했어요. 그러면 해방이후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주제들을 한번 얘기해보겠다고 했어요. 예를 들면 이런거예요. 미국 그래가지고 '분단의 원흉인가? 대한민국의 구세주인가?' 이런거예요. 
  
그런 식으로 일곱 개 큰 주제를 골라서 한주제를 가지고 4회 정도 하고, 앞뒤에 좀 이런 저런 걸 붙이고 하면 한 6개월 되거든요. 그 사람들이 깊이 고민을 했어요. 몇꼭지 써줬더니 '안되겠다'고 하데요. 써준 첫 꼭지가 뭐냐하면 '대한민국을 아십니까?', 두 번째 꼭지가 뭐냐하면 '2030년에도 대한민국이 존재할까', 그 다음에 또 하나는 8.15에 휘날리는 세가지 깃발, 태극기, 한반도기, 성조기 그게 어떤 의미냐 이런거거든요. 그런 걸 했더니 굉장히 부담스러운 모양이예요. 
  
 지금 제 구상은 이렇거든요. '이제는 내가 한국사회에 알몸 박정희보다 더 충격적인 얘기를 해야겠구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알몸 박정희'도 굉장히 충격적인 내용이거든요. 그 다음에 또 글 자체가 충격적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한국 사회에 경고를 해야되겠다고 해서 생각한게 '바꿀래? 떠날래?'라는 책입니다. 
  
 지금 제 얘기만으로도 전달이 되잖아요. 이거 안바꾸면 망한다는 말입니다. 바꾸는 대안도 제가 아까 얘기했잖아요. 사람안보주의하고, 홀로서기를 얘기했잖아요. 그걸 책 한권으로 내는거하고.... 
  
 또 하나는 제가 대구에서 교육 포럼을 만들었거든요. 그 포럼에서 제가 일곱차례에 걸쳐서 한국교육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구체적으로 얘기했어요. 교육네트워크 하고, 열린학교에 커리큘럼을 어떻게 바꿀건가, 대학을 어떻게 바꿀건가 이런 걸 쭉 얘기했어요. 그래서 그 교육의 핵심이 뭐냐하면 '나 만들기 교육'입니다. 
  
 교육과정 자체가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예요. 자기형성이거든요. 여하튼 대안으로 내놓을 수 있는 거, 하나는 한국 사회에 대한 경고하고, 사람나라라는 대안, 교육 대안을 내는 거 하나하고, 그건 글을 쓰긴 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고, 제가 다르게 보는 것을 사람들에게 얘기해줄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지 - 왜 세 번째 책 '이조(이회창과 조선일보)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온라인으로만 공개하셨습니까? 

최 - 말지에 쓸때는 인기가 있었어요. 여하튼 그 사이에 말하자면 뭔가 사람이 어떤 얘기를 하면 화제가 되고, 작으나마 한 흐름을 형성하면 좋겠는데, 제 개인적으로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남이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웃음) 
  
그게 안되니까 사람이 동력이 많이 떨어져요. 제가 가지고 있는 개인적 특성이 있을 겁니다. 워낙 자유분방하고, 조직 같은 것을 싫어하고, 개인적으로 독창적으로 뭘 하는 걸 좋아하고, 남들한테 별 신경안쓰고 이런 경향이 있는데, 이제는 좀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누굴 만났더니 자리 하나 주겠다고 서울 올라오라는데, 한번 생각해봐야겠어요. 
  
지 - 이광수의 '이순신'에 대해서 "'이순신'을 읽으면 침략자 일본에 대한 적개심은 간 곳 없고, 대신 조센징에 대한 환멸을 가지게 된다. 이게 이광수가 퍼뜨린 '이순신 병'이다. 이 병은 심각한 민족자학증으로 이 병에 걸리면 자기가 조선사람이라는 것을 부끄러워 견딜 수 없게 된다. 소설 이순신이 노린 것은 이렇듯 조선사람의 '민족적 자기 부정'이다"라고 하셨구요. 박정희도 그와 마찬가지로 성웅기획을 통해 철저하게 이순신을 이용했다고 비판하셨는데요. 그렇게 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최 - 그 부분이 사람들에게 충격적이었을 겁니다. 7.4 남북공동성명 부분하고. 이순신은 훌륭한 사람이예요. 그런데 그런 식으로 정치적 장난을 치면 안된다는거죠. 
  
지 - 사람들이 원래 이순신 장군에 대해 가지고 있던 존경심에다가 박정희로부터 주입된 이순신 상이 무너지고, 자신이 갖고 있던 생각이 부정당할 때 사람들은 당혹스러워하는 것 같거든요.

최 - 내 책이 진보보수를 떠나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상식, 통념 이런 걸 쳐부숴버린 그런 면이 있을 겁니다. 저는 그래야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한국에 건전한 상식이 없거든요. 
  
지 - 이순신을 둘러싼 논란 중에서 가장 독창적인 주장이었던 것 같은데요. 요즘 김훈의 '칼의 노래'가 이순신이 가진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켰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박정희가 보는 이순신과 김훈이 보는 이순신이 큰 차이가 없어 보이거든요.

최 - 그 책을 못봐서 잘 모르겠어요. 
  
지 - 한번 동상이 세워지면, 그것을 옮긴다거나 하는게 굉장히 힘들지 않습니까?

최 - 그 자리에는 한국의 전통, 한국의 역사적 전통에서 보면 홍익인간이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국가의 존재 이유, 지배자의 존재 이유가 누굴 위해서 있는 겁니까? 사람을 위해서 있는거거든요. 그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에 그 주체가 문민이라는, 문화적 주인공들이 한 사회의 주역이 되어야 된다는거거든요. 칼 가지고 휘두르면 안된다는거거든요. 이 두가지라고 보는데, 그런 면에서 볼 것 같으면 박정희가 그걸 완전히 깨부쉈죠. 자기를 위해서. 
  
지 - 세종로의 충무공 동상을 볼때마다 "왜 하필이면 존경하는 세종대왕의 길에다 나를 세웠단 말인가? 내가 왼손잡이야? 어디서 그런 헛소문을 들었는가? 입으로는 호국영웅이라고 떠들면서 왜 왜놈칼을 쥐어놓았는가? 너희는 조선 칼은 직선이고 일본 칼은 휘었다는 것도 모르는가? 내가 사무라이란 말인가? 천하의 고얀 놈들!"하는 이순신 장군의 호통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고 '알몸 박정희'에서 말씀하셨는데, 인터넷에서 보니까 갑옷은 또 중국식이라는 주장도 있더라구요.

최 - 그건 잘 모르겠어요. 써놓은데로 일본칼은 휘어져있거든요. 그 다음에 중요한 것은 광화문은 한국의 중심부 중에 중심부인데, 거기에 국가를 지킨 사람의 동상을 세우는 것은 너무나 진취적이지 못해요. 국가의 기틀을 잡고, 한국 문화의 어떤 핵심을 일으킨 인물이 서 있어야 해요. 전 한국문화의 핵심은 한글이라고 봐요. 한글은 인류사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보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정치적으로는 프랑스 혁명을 인류사의 일대혁명이라고 할 것 같으면, 문화적으로는 한글 창제가 최고의 혁명이라고 얘기를 했을거예요. 이유는 거기 설명을 안했지만, 다 있거든요. 
  
지 - 그런 변화를 시도할려면 여러 가지 저항들과... 

최 - 의도적으로 실현하기 보다는 우선 사회가 자본중심, 국가중심의 사회로부터 벗어나야됩니다. 미국도 우리보다는 덜 자본중심적입니다. 이렇게 천박한 자본중심, 국가중심인 나라가 없어요. 
  
지 - 마지막으로 해주실 말씀이나 특별한 계획은 있습니까?

최 - 이 위기를 넘어서야 해요. 문제는 명백한 비젼적 대안, 비젼 있는 대안 그걸 가져야 되고, 그걸 만들어서 제시하는데, 저도 일조를 하고 싶다는 겁니다. 패싸움식으로 해서 문제 해결이 절대 안됩니다. 보수든 진보든 냉정하게 접근해서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고,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싸우지 말자는게 아니라 한 차원 높은 싸움이 되어야 한다는거죠. 
  
 알몸 박정희가 만권 좀 넘게 나갔는데, 사회적 파괴력은 좀 더 있었던 것 같아요. '세종리더십'이라는 것도 쓰고 싶습니다. 21세기에는 그게 더 필요한 것 같아요. 상당한 수준 높은 지적 능력과 판단력과 창조력을 가진 사람이 리더가 될 수 있다, 전에는 사회통합적 리더십만 가지고도 됐지만, 이제는 안된다고 생각하거든요.. 
  
* 자리를 옮겨서 몇가지 질문이 더 이어졌다. 
  
지 - 참여정부의 1년반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최 - 비젼을 상실했거든요. 처음에는 나름대로 어떤 몇가지 비젼이 있었어요. 참여민주주의라는 기본틀, 그 다음에 남북평화공존이라는 틀, 그 다음에 노사를 균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려 노사통합적인 새로운 발전방식을 추구해보자는 그런 뭔가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파산을 하면서 하나도 성공을 못했거든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죠. 부시 정권도 그렇고, 한나라당도 이유가 되고, 그러면서 노무현 정권이 방향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자기가 참여정부라고 하면서 참여정부가 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 같아요. EBS 수능특강 같은 것은 참여정부에서는 있을 수 없는 발상이거든요. 학생도 교육에 참여하는 파트너라고 봐야되는데, 걔들을 주입대상으로 보고 전국차원에서 강의를 한거거든요. 
  
 그러면서 갈 길이 없으니까 과거사 청산이다, 이런 방향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일단 탄핵 국면을 넘으면서 과반의석은 차지했으니까 거기에서 이런 방향으로 가지 않느냐 싶은데, 사실은 저 상당한 힘을 가지고, 실제로 사람들의 삶을 좀 더 보장하는 그런 방향으로 노력을 1년 정도하고, 어느 정도는 모습이라도 비쳐서 신뢰를 얻은 다음에 추진해도 될 것을 이겼다고 승리감에 도취해서 막 나간게 아니냐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과거사 청산해야 된다고 생각했고, 과거사 청산은 어떤 면에서 제가 제일 먼저 주장했어요. SBS 프로그램에 나갔을 때 청산해야된다고 했는데, 며칠 있다가 그 얘기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나한테 벤치마킹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웃음) 
  
지 -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는 세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가 노사모이며 둘째는 인터넷이며 가장 결정적 역할은 93%의 지지율을 보여준 호남사람들"이라고 강조하신 적이 있으신데요. 노 대통령의 특검 수용과 새만금, 부안 핵폐기장 문제, 민주당 분당 등이 겹쳐 호남 지지층이 상당히 빠져나간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강준만 교수는 분당과 관련해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해서 기회주의적이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데요.

최 - 강선생은 이해는 가요. 호남 사람이 아니면 호남 소외감을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거든요. 무슨 일이나 자기가 당해보지 않으면 모르잖아요. 근데 그런 면에서 강선생이 그런 식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이해는 가는데, 한국에서 정치가 일정한 어떤 여론에 영합하는 정치를 하지 않고서는, 그런 대중정치를 하지 않고서는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민주당과 이별한 걸 그렇게 나쁘게 이해하는 것도 곤란하다 싶어요. 노무현 정권 출범하고 나서 호남 어디가서 대중강연을 한번 한적이 있어요. 그때 '노무현 정권이 성공하느냐 여부의 핵심은 호남이 계속적으로 지지를 하느냐, 안하느냐에 달렸다'고 했습니다. 
  
 저는 호남이 결정적이라고 봤거든요. 오늘 자료를 정리하다보니까 그때 강연을 했던 원고가 있어요. 그러니 이런 인상을 주는거예요. 노무현은 뭐든지 정치적으로만 대시를 하지, 민생을 위한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많이 줘요. 
  
지 - 야당의 그런 비판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리는게, 많은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거든요. 

최 - 국가보안법은 미친 법인 것이 틀림이 없고, 그래서 이성으로 돌아오는데는 국가보안법 폐지가 굉장히 중요해요. 그런데 그것도 한국사람들 중에서 평균, 보통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을 일정하게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해야해요. 
  
지 - 지금 어떤 면에서 너무 많이 벌려놓고, 진도가 너무 많이 나갔기 때문에 대결구도로 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은데요. 

최 - 지금은 이리가나 저리가나 한판 싸움을 할 수 밖에 없어요. 안하면 이것도 저것도 안되고 끝나는거구요. 잘 이용해야될 것은 국보법이라든가 이런 거로 싸우면 싸움이 안돼요. 행정수도 이것은 지금 여론이 설사 60:30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불리하다고 하더라도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는 겁니다.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제대로 된 논리를 전달하느냐 하는 것이 문제거든요. 
  
 한국의 지금과 같은 독점체제하에서는 다 불행해져요. 서울도 불행해져요. 근데 그거에 대한 설득이 언론이나 이런데서 심층보도를 하지 않고, 행정수도 찬성이나 반대냐 이런 차원에서 접근을 했기 때문에 이 꼴이 난거예요. 그래서 균형발전과 삶의 질 향상 이런거 있잖아요. 이 차원에서 천천히 접근해서 서서히 여론의 결론이 '수도 옮겨야 되겠구나' 이런 식으로 나와야돼요. 
  
지 - 그런 설명이 대단히 부족했던 것 같던데요.

최 - 참여정부가 그걸 보여준 전형이 뭐였냐 하면 부안사태예요.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그 사람들은 참여가 뭔지 모르는거예요. 
  
지 - 강준만 교수의 그 얘기는 공감이 가던데요. 정치에 대한 기대치를 너무 높혀 놓았고, '참여정부'니 뭐니 하니까 '야, 우리도 참여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가, 국민들이 모든 의사결정에 당연히 참여할 수 없지 않습니까? 거기서 생기는 괴리감들도 있었던 것 같은데요. 큰 기대를 했다가 그게 무너지면서 배신감을 느끼지 않습니까?

최 - 그런 면도 있죠. 
  
지 - 노무현 정부에 대한 대구쪽의 정서는 어떻습니까? 어떤 변화는 있습니까? "호남이 민주화기지라면 TK는 파쇼기지"라고도 하셨는데요. 대구에서 왕따는 안당하세요? 배신자 취급을 당하지는 않으십니까?(웃음)
최 - 대구는 저한테 관심도 없습니다. 서울에서나 '알몸 박정희'가 좀 읽히기도 하고, 말할 기회가 있고 그렇지, 대구에서는 굉장히 진보적인 사람들조차도 절 부르지도 않습니다. 
  
지 - 대선 직전 '노무현이 옳다', '정몽준은 악몽이다'는 글로 노무현 편향이라는 비판을 받으신 적도 있으신데요. 제가 보기엔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기 보다는 비분강개형 글이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최 - 전 진짜 그렇게 본거예요. 정몽준이 이회창보다 훨씬 위험한 인물입니다. 그 다음에 노무현이 여중생 촛불시위에 성명서를 내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하겠다고 하는데, 안하겠다고 했거든요. 그건 상식이거든요.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사람이 미국과 대결하겠다고 생각하지 않은 다음에는, 아랍식으로 생각하지 않은 다음에는 말도 안되는 얘기거든요. 
  
그러니 노무현이 영합하지 않았다는 건 문제를 이성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거거든요. 진중권, 홍세화식의 비판은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내 말이 어디가 틀렸나를 얘기해야되요. 그래야 건전한 논쟁이 되잖아요. 그런데 홍세화씨는 나보고 '수준이하의 용비어천가'라고 하더라구요.(웃음) 
  
지 - 그 이후로 정권과 별다른 접촉이 없었던 것 같은데요.

최 - 전 정권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예요. 
  
지 - 계산이 있었으면 그렇게 강하게 주장을 하지 않았을 것 같구요.(웃음)

최 - 어떤 욕심도 없기 때문에 그런 책을 낼 수 있는 겁니다. 제가 사욕이 조금만 끼어 있어도 그런 책 안냅니다. 그게 한국에서 어떤건지 뻔히 알거든요. 저는 150만원 연금 가지고 자유롭게 살겠다고 생각한 사람이기 때문에 어디에도 구애되지 않는 사람이예요. 내 글을 보고 혹시 지선생이 그런 걸 느꼈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정치적 계산을 했거나 하면 절대 글 그렇게 안씁니다. 
  
지 - 제목을 뽑으시는 것부터가 가슴 속에 있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고 싶은 생각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그것 때문에 설사 욕을 먹거나, 다치거나, 피해를 볼지라도. 
최 - 그건 관계가 없어요. 
  
지 - 예전에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당시 노 후보의 소위 '국유화 발언'과 관련된 동아일보의 보도행태에 대해서 '발작증세'라고 표현하시기도 했는데, 요즘 보수언론들의 보도 행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변화가 있다고 보십니까?

최 - 없어요. 우리 사회 자체를 보수냐, 진보냐를 떠나서 진보세력이 주류가 되어야 되는 것은 보수에 대한 공격이 아니고, 진보를 한차원 업그레이드시키는 겁니다. 진보가 해야될 일이 그겁니다. 근데 조선일보에 대한 공격을 그걸로 착각하고 있어요. 전 조선일보 나쁜 놈들이라고 봐요. 하지만 그것보다 한차원 업그레이드시켜야 되요. 
  
지 - 강준만 교수 같은 경우 '노대통령이 조선일보 프레임으로 사고하고 있다'고 비판하는데, 무시해야된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최 - 자꾸 노무현 대통령이 싸움꾼으로 보이는거예요. 대통령이 싸움꾼으로 보이면 안되잖아요. 한 사회가 제대로 가야되는 방향을 잡고, 그쪽으로 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돼요. 그 위에서 당파 싸움을 해야 되는 겁니다. 
  
지 - 검찰 조직에 대해서 실랄한 비판을 하신 적이 있으신데요. 지금 유례없는 검찰의 수사권 독립이 보장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대통령의 측근들이 보수언론으로 대변되는 여론의 눈치를 보는 '여론수사'를 하고 있다고 볼멘 소리를 하는 기현상이 벌이지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보십니까? 이번 행정수도 이전에 관해서도 '헌법재판소'의 의견이 결정적으로 작용하게 된 셈인데요. 

최 - 문제는 그 사람들 수준이거든요.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조선시대도 서울이 수도였고, 일제시대때도 사실상 수도였다는 건데, 그 사람들이 얼마나 무식한가를 보여주는 겁니다. 조선시대는 수도의 개념이 아니예요. 왕도개념이예요. 그러니까 조선왕조와 대한민국조차 구별을 못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 사람들이. 
  
 일제시대는 경성이예요. 조선시대는 한성부였고, 그러니까 이 사람들이 도대체 민주공화국과 왕조의 구분조차 못하고 있는 그런 안목으로 재판을 한거예요. 그래서 한국의 정체성의 핵심은 수도나 이런게 아니라 수도는 임의적으로 서울에 계속 유지해온 것 뿐입니다. 
  
 한국 정체성의 핵심은 뭐냐하면 민주공화국입니다. 그러면 헌법재판소의 재판은 민주공화국에 합당한 방식으로 행정수도이전 문제를 추진했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해요. 관습헌법이라는 것은 정말 수준 이하의 접근입니다. 문제가 뭐냐하면 초헌법적인 논리를 가지고 헌법을 유린하고 있는거거든요. 중세적인거거든요. 아닙니까? 
  
경전에 있는 것 가지고, 자신이 믿는 하나님 가지고 심판하는거 아닙니까? 이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수준이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지 - 더 이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수용을 해야된다는 얘기도 있고, 헌법재판소를 탄핵해야한다는 강경한 의견도 있는데요. 

최 - 수용을 하되, 1년간의 여유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행정수도이전 문제를 한국 사회의 차별과 양극화, 독점을 해체하는, 그래서 균형발전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핵심이슈로 제기했으면 해요. 노무현이 그런 힘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유지하면서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예를 들어 KBS, MBC 이런데서 6개월 기획으로, 차별과 독점이 아니라 균형발전을 위해 어떤게 필요한가에 대해서 깊은 토론과 모색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을 통해서 일정하게 거기에 대한 공감대가 60% 정도 되면 국민투표를 해서 신행정수도를 재추진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절대 이 주제를 편법으로 행정수도를 건설하니 하는 이 따위로 접근하면 안돼요. 그럼 문제 아무 것도 해결이 안됩니다. 문제의 핵심이 뭐냐하면 서울로 수도권으로 집중된 핵심이 뭡니까? 권력이거든요. 
  
 한국에서 이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요. 그러면 이것에 대한 대응방식은 두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권력을 이동하고, 하나는 나눠주는건데, 이 두가지를 동시에 시작해야되는 겁니다. 권력을 이동하는 것은 행정수도 옮기는 것 아닙니까? 권력을 분산하는 것은 지방 정부가 독자적인 경제발전 계획을 수립할 정도의 수준으로, 다시 말해서 연방제 수준의 힘을 갖도록 해줘야 해요. 
  
 그럼 국가가 해야될 일이 뭐냐하면 국방, 외교, 통일 문제하고 사회보장, 교육, 사람안보 하는 것 있잖아요. 그걸 국가가 하면 돼요. 경제성장 이런건 지방정부에 다 넘겨줘야 해요. 
  
지 - 여순반란사건을 역사의 물꼬를 돌린 엄청난 사건으로 평가하셨는데요.

최 - 좌익이 완전히 망한거죠. 
  
지 - 정서적으로 사회주의가 주류였기 때문에 박정희가 거기에 편승해서 참여했을텐데요. 그 사건이 발각되면서 '몽땅배신'이라는 표현처럼 명단을 다 넘겨주면서 남로당이 궤멸되다시피 했는데, 역사에서 가정이 의미가 없다는 얘기도 있지만, 만약 박정희가 그 명단을 주지 않았다면 역사가 다르게 전개되었을 수도 있었을거라고 보십니까?

최 - 많이 있어요. 그럴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요. 왜 그러냐하면 아무리 어수룩한 시대지만, 구체적으로 이름이 나오는 것하고, 막연한 짐작하고는 많은 차이가 있거든요. 
  
지 - 막연한 짐작으로 하기에는 상대세력도 만만치 않으니까 어려웠겠죠. 

최 - 그 당시 혼란기 아닙니까? 혼란기니까. 만약에 박정희가 안넘겨줬다고 할 것 같으면 그 이후에 남로당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는 겁니다. 간부가 죽는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예요. 
  
지 - 우익의 입장에서 볼때는 '결국 박정희의 배신이 대한민국을 지켰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최 - 그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윤리적 차원에서 접근해야되거든요. 박정희가 배신을 한게 대한민국을 위해서 배신한게 아니거든요. 대한민국을 위해서 배신을 했다면 그전에 자수를 했겠죠. 터무니없는 이야기입니다. 
  
지 -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서 평화의 중요성을 이해한 유일한 대통령이라고 표현하셨는데요. 햇볕정책이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시지 않았습니까? 대북평화정책이라고 해야한다고 하셨는데요.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떻게 보십니까? 그걸 제대로 계승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고, 대북송금에 관한 특검을 수용하면서 김대중 전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되었는데요. 

최 - 취약해요. 참여정부가 김대중 정부보다 훨씬 취약하거든요. 김대중은 호남이라는 막강한, 무조건적인 지지기반이 있었습니다. 노무현은 노사모거든요. 노사모 가지고는 취약해요. 새로운거긴 하지만. 그러니까 노무현 정권이 훨씬 눈치를 많이 보는겁니다. 부시에 대해서도 대항력이 훨씬 적구요. 
  
지 - '알몸 대한민국, 빈손 김대중'에서 재밌는 표현을 하셨는데요. 영남에서 김대중과 김정일이 붙어도 김대중이 질거라고 하셨는데요.(웃음)
최 - 실제로는 '빈손 김대중'이 '알몸 박정희' 못지 않게 충격적인 책이거든요. 몰라줘서 그렇지. 우리가 가지고 있던 애국심이라든지 이런 통념이 얼마나 지독한 사기인가를 고발하다시피 얘기하고 있거든요. 
  
지 - 그 책을 보고도 몇가지 글을 썼었고, '알몸 박정희'에 관해 쓴 글은 여기저기 많이 퍼갔더라구요. 저는 그 책을 보고 많은 걸 느꼈는데, 젊은 사람들이 많이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최 - 만약에 박근혜가 대통령 후보가 되면 어떻게 해서든지 1억 이상 돈을 모아서 신문광고를 계속 때릴려고 합니다. 저는 그 책에 어떤 기대를 하냐하면 박근혜 대통령을 저지하는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합니다. 그 역할을 한다면 저 책은 역사적 소명을 다한거거든요. 저는 박근혜를 저지하는데 한 역할을 할거라고 봐요. 책이 만권 정도 밖에 안팔렸지만, 책이 쉬우니까 돌려서 많이 읽은 것 같아요. 
  
지 - 그 책을 제대로 읽으면 박정희를 좋아할 수는 없을테니까요.(웃음) 

최 -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 대해서 새로운 눈을 뜨게 하는 부분이 있죠.(웃음) 책 출판하기 전에 주위 사람들에게 읽혀봤어요. 그랬더니 몇가지 반응이 와요. '옆집 아저씨가 얘기하는 것 같다. 어려운 얘기도 없고'라는 것과 '반박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썼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런 기회가 오기를 바래요. 영남 사람의 80%가 박근혜를 찍을거거든요. 한나라당이 그걸 외면할 수도 없고, 그러면 저 책이 박근혜 정권을 저지하는데 역할을 했으면 싶어요. '바꿀래? 떠날래?'에서도 박정희 얘기를 좀 다룹니다.  
  
지 - 박정희를 떠나서 한국 사회가 해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좋아하는 지식인은 있으십니까?

최 - 별로 없어요. 나한테 만약 '당신 누굴 가장 존경하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당연히 저의  아내라고 하고 싶어요. 저는 모르는 것, 죽은 것은 절대 존경하지 않습니다. 다만 객관적으로 이해할뿐이죠. 그 사람을 알아야만 존경하고, 말고 할 거 아닙니까? 모르면서 존경하거든요. 그건 허상이거든요. 세종, 이순신, 안중근 이런 사람도 제가 다만 그 사람들이 한 일에 대해서 평가할 뿐입니다. 저는 죽은 사람은 절대 존경하지 않는다는 이상한 게 있습니다. 왜냐하면 모르니까.(웃음) 그 사람의 진실을 알 때 비로소 존경하게 되거든요.  
  
지 - 실제로 같이 사는 가족도 나중에 '다 아는 것 같았는데, 당신 이런 생각하고 있었어?'이럴 때 있잖습니까?(웃음)

최 - 있는데, 그건 제가 아는 한도내에서 뿐이지, 더 이상은 제가 어떻게할 도리가 없죠. 지금은 아내를 존경하지만, 2년후에는 어떻게 될지 또 몰라요. 
  
지 - 광고카피처럼 '사랑은 움직이는 거'니까...(웃음) 

최 - 맞아요.(웃음) 
  
지 - 성매매방지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최 - 저는 지금의 정책이 맞다고 생각해요. 당연히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회가 성매매를 공개적으로 인정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개인적 처분권을 넘어서는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성매매를 하던 여성들의 미래를 어떻게 확보해줄 것이냐 하는 것은 좀 부족한 면이 있는데, 그것도 성매매 여성들의 무사안일에도 문제가 있다고 봐요. 
  
 왜냐하면 오래전부터 예고를 했고, 국가에서도 나름대로 대책을 세워놨거든요. 근데 호응을 전혀 안하니까. 대부분 업주의 농간이거든요. 그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그 사람들이 자기의 삶을 다시 만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끊임없이 제공하면서 해나가는 인내가 필요한 것 같아요. 
  
지 -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공식적으로나마 없애는 것이 우리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이라고 보시는 겁니까? 그게 부작용이 더 없을거라고 보시는거구요?

최 - 그렇죠.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이 최소 100만명은 된다고 보는데, 많이 보는 사람은 300만명까지도 보더라구요. 문제는 여성들이 사회적 진출을 할 수 있는 길이 그만큼 제한되어 있다는 거거든요. 많이 풀고, 개발을 해야될 것 같습니다. 
  
 시행착오가 있거나, 그 과정에서 문제가 좀 있는 것은 인내해야될 것 같아요. 저렇게 방치해두는 것은 아니다 싶거든요. 왜 그러냐하면 성매매 여성들이 6만원 벌어서 자기가 가지는건 만원이라고 하더라구요. 이건 완전히 착취거든요. 착취구조도 볼 필요가 있는 겁니다. 착취구조는 안되지 않습니까? 
  
지 - 집단주의를 배격하고, 늘 사람이 문제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셨는데요. 

최 - 집단으로부터 살아 있는 사람으로 문제인식의 출발점이 이동해야 해요. 그 이유는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식민지 시대에 국가를 잃어버리고, 민족이 억압당하니까 독재정권이 그걸 이용한거거든요. 여기로부터 사람의 삶에 대한 관찰과 사랑과 문제해결을 위한 안목으로 이동해야 돼요. 그러면 수없이 아픈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거든요. 안그럴까요? 그 아픈 사람들을 발견하는 것이, 우리들이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지 - 그동안 굉장히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마음 고생도 많이 하셨을 것 같구요.

최 - 그렇지는 않아요. 저는 우선 안사람하고 되게 친해요. 숨기는 것도 없고, 너무 너무 친해요. 진짜 일상의, 하루 24시간중 10시간 정도, 10시간까지는 무리고, 다섯시간 이상의 친구가 있다는 거 저한테는 그게 굉장히 중요한거예요. 만약에 그게 없었으면 못버텼을겁니다. 제가 교수 한 18년 했잖아요. 어떻게 보면 똥권위는 몸에 꽉 차 있을 수 있거든요.(웃음) 
  
지 - 하시고 싶은 일, 하시고 싶은 얘기가 엄청나게 있는데, 그게 안받아들여질 때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으실 것 같은데...

최 - 많이 받아요. 
  
지 - 하다못해 저같은 피라미도 스트레스 많이 받거든요. 나름대로 저도 한국 사회에서 대안을 찾아볼려고 이런 분 저런 분 만나고 있는데, 김규항씨 말대로 한국사회에서 인터뷰란 환경이 굉장히 추레하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게끔 해주는 정도만 바라는데도 그게 안되면 굉장히 스트레스 받거든요. 

최 - 맞아요.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 독립운동 못하는거예요.(웃음) 
  
지 - 독립운동 같은 거창한 역할 하고 싶은 생각 없구요.(웃음) 역할의 차이고, 재밌으니까 버티는건데요. 선생님도 사모님 때문에 버티신 부분이 많은 것 같은데요. 

최 - 비빌 언덕이라는게 굉장히 중요해요. 내가 믿고, 내가 사랑하고, 어떤 경우에도 저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어떤 경우에도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게 굉장히 중요한거예요. 세계하고 맞바꿀만큼 중요한 겁니다. 
  
지 - 어차피 이런 일 하는 사람들은 의무감이나 이런 것도 있지만, 인정받고 싶은 욕구도 있는거거든요.

최 -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죠. 헤겔의 말이 맞습니다. 인정받기 위한 생사를 건 투쟁이예요. 말하자면 모든 사람이 서로를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그게 바로 민주주의예요. 지승호는 지승호대로 삶이 있고, 의미있는 일을 해, 일반적 인정이라는게 굉장히 중요한 겁니다. 그게 존중의 의미거든요. 
  
지 - '다른 부분에서 채워지는게 적다면 박수라도 좀 제대로 쳐주는게 어떠냐?'는 말을 가끔 하는데요. 한국 사회가 칭찬하는 문화가 약한 것 같거든요. 

최 - 어떤게 좋은지는 아직 판단 안했지만, 미국 애들 중요한 시기에 2루타 하나만 쳐도 기립박수를 치거든요. 칭찬의 문화 이게 복종의 문화가 아니거든요. 내가 칭찬할 수 있다는 것은 나도 내 개인으로서의 존엄을 가지고 있다는 거거든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승엽한테 '야 이승엽이 홈런 하나 쳐' 이런 식이잖아요. 존중문화가 없어요. 
  
지 - 뉴욕에서 뛰다가 텍사스로 갔던 알폰소 소리아노한테 배리본즈가 올스타전에서 만나 그렇게 얘기했다고 하더라구요.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아?'라는 말에 소리아노가 얼마나 당황했겠습니까? 대선수한테 그런 말을 들으니. 그런데 배리본즈가 '넌 야구를 잘하잖아'라는 얘기를 했답니다. 그렇게 얘기하고, 서로를 인정하는 문화가 우리는 좀 부족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 - 너무 부족하죠. 왜냐하면 서열주의 문화거든요. 내가 이겨야 인정받고 그래요. 내가 남을 인정하는 순간 그 밑에 간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내가 상대방을 칭찬하고 인정하게 되면 그 사람은 더 높은데 있고, 난 낮은데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 사회의 구조가 만들어낸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요. 그 문화를 청산할 필요가 있어요. 청산할 필요가 있고, 며칠전에 뉴욕양키즈하고, 보스톤레드삭스가 야구를 하는 걸 봤거든요. 커트실링이 인터뷰하는 것을 보고, 우리보다 한수위라는 것을 느꼈어요. 부상당해서 발목에서 피를 흘리면서 투구를 했는데, '동료들이 경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아서 열심히 했고, 이 동료들과 함께 승리를 이끌어냈다'고 하면서 자기가 아니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리더라구요. 
  
 미국이 개인주의사회라고 하지만, 오히려 개인을 강조하는 사회가 아니거든요. 커트실링의 언행을 보면서 '아 미국이 세계패권을 차지할 수 있는 나라구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90% 이상 자기가 실현한 성과를 거의 전부 동료들한테 돌리거든요. 그러면서 우리가 정말 인색하고, 부족한게 남을 인정하는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정하는 문화를 만들어내야한다는건 민주주의의 기본이예요. 
  
한국 민주주의가 안되는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가 인정을 안하는 겁니다. 
  
지 -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시평: 비 더 레즈'에서 "전국민적 붉은악마 응원열기로 인해 우리 사회를 짓눌러온 레드콤플렉스 족쇄가 봄눈 녹듯 사라지고 있다"는 주장을 하셨는데요.

최 - 저는 월드컵이 새로운 한국을 만드는 전기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이예요. 핵심이 뭐냐하면 한국 사회가 태극기 숭배로부터 태극패션으로 바뀌었거든요. 엄청난 변화예요. 말하자면 국가가 숭배대상으로부터 국가가 나를 위한 존재로 바뀐거예요. 이거 혁명이거든요. 그 사람들이 생각했던 안했던. 
  
 레드콤플렉스로부터 레드붐으로 바뀌었어요. 그 다음에 '대~한민국'하는 거 있잖아요. 한국 사람처럼 민족적 자학이 심한 종족도 드물거예요. 근데 이제 자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그 자부심의 핵심이 뭐냐 하면 정정당당한 승리입니다. 월드컵이 보여준게 그거거든요. 그 다음에 우리가 전쟁적 사고방식으로부터 게임의 사고방식으로 바뀌었어요. 
  
 그렇게 보면 월드컵은 우리 사회의 혁명적 전환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 변화가 촛불시위를 끌어내고,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었잖아요. 그래서 그걸 좀 제 나름대로 추적해서 900매 정도의 원고를 써놨는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서 책으로 내진 못했어요. 제목을 잡아본게 '총에서 춤으로'입니다. 총은 상대방을 죽이는 그런 사고방식을 상징하는 거고, 춤이라는 것은 같이 춰야 재밌거든요. 
  
 상대방을 인정하고, 파트너로 인정하는 새로운 문화로 전환하는 거다, 저 놈이 죽어야 내가 사는게 아니고, 저놈이 살고, 나하고 같이 즐겨야 인생이 즐거운거라고 하는 혁명적 전환을 한거다, 적어도 젊은 세대에 있어서는 그런 변화가 온거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부제는 뭐라고 달았냐 하면 '위대한 2002년의 추억'이예요. 정리가 되면 대담식으로 다른 분하고 공저를 만들고 싶어요. 지 선생하고 그걸 한번 생각해보고 싶네요. 당장은 정리하기가 시간이 걸릴거예요. 
  
지 - 불러주시면 저야 영광이죠.(웃음)

최 - 우리가 그 시류를 이어나가고 발전시키는게 중요하거든요.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을 하긴 했습니다. 자학에서부터 자부심으로, 레드콤플렉스에서부터 레드붐으로, 태극기 숭배에서 태극 패션으로. 
  
지 - 학문적인 깊이가 있으면서도 그걸 대중들한테 전달하는 능력을 같이 가진 분들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쪽 진영에서도 몇몇 스타에 의존하는 것 같은데요. 선생님도 앞으로 훨씬 더 많은 말씀을 하셔야될 것 같습니다. 
  
최 - 금년에는 어려울 것 같고, 내년에 '바꿀래? 떠날래?'를 내려고 하고, 그 즈음에 월드컵도 정리해서 낼까 싶어요. 문제는 이런 걸 한차원 더 높힌, 감성적 차원에서의 자기발견과 자신감 이런 걸 이성적 차원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걸로 발전시키자는게 결론이 될텐데요. 
  
지 - 저는 이쪽 계통에 있는 분들을 보면 마음이 쨘한게 있는데요. 여러 가지 개인적인 희생이라면 희생을 치러야 되고, 말도 안되는 반박에 마음 상할때도 많으실텐데요. 그런 분들 만나면서 전 행복하고, 거기서 제 역할을 찾고 싶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기득권한테는 '저 사람들은 원래 그런 사람이야'하면서 이 쪽 진영에 대해서는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경향이 있지 않습니까? 

최 - 우리가 유치한 싸움에서 빨리 빠져나와야 되거든요. 성숙한 논쟁으로 바뀌어야 되요. 그런 중에서 제가 보기에 가장 피해를 많이 본 사람이 강준만씨 같아요. 
  
지 - 강준만 교수에 대한 공격도 그렇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무조건적인 감성적인 지지도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요. 조중동의 비판도 문제가 있지만, 거기에 대한 대응이 똑같은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최 - 당장 싸움에서 승리는 지나고 보면 아무 의미가 없을때가 많아요. 
  
지 - 이긴 것 같지만 나중에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죠. 

최 - 양쪽 다 추악한 꼴로 끝나는 경우가 많죠. 
  
지 - 그걸 극단적으로 보여준게 탄핵하고 나서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고, '대한민국은 전진해야한다'고 하던 그 행동 같은데요.(웃음) 이쪽 진영도 그런 걸 경계해야된다고 보거든요. 우리가 당장은 이긴 것 같지만, 그게 나중에 발목을 잡는 일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 않습니까? 

최 - 여하튼 한 수준 높아져야될 필요가 있어요. 
  
지 - 좀 더 깊어지고, 진지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고민들을 덜 하는 것 같습니다.

최 - 그리고 아우를 수 있는 관용과 어떤 포용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지 - 저도 경상도 사람들 싫어하긴 하지만, 한나라당을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원색적인 비난을 하면 더 설득하지 못할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비난하는 사람들이 더 진도가 나가 있냐 하면 그게 아닐때도 많거든요.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것 외에 다른 차별성이 없는 사람이 그거 하나만 가지고 엄청난 변별력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게 좀 그럴때가 있던데요.

최 - 우리가 어디로 가야되느냐 하면 일반적 인정 있잖아요. '니 얘기는 일리가 있어. 내가 경청하마. 내 생각은 이래' 그런 수준으로 나가야돼요. 그러면 상대방이 절대로 그거에 대해서 부정하거나 거부하지 않고, 들어옵니다. 사실은 이거 굉장히 중요한 얘기예요. 좀 더 포용력을 가지면 반공세력조차 끌어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들의 요구와 생각의 본질이 뭔지를 이해하면, 아까 얘기했잖아요. 월남 갔다온 사람들도 사실은 시대의 희생자들인데, 그 사람들이 저지른걸 보면 악행이죠. 악행만 얘기해서 '저 놈들 나쁜놈들' 하면 그들을 도저히 아우를 수 없어요. 그 사람들이 그런 삶의 여정을 통해서 자기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그 집단적인 어떤 힘에 의존하고 있다는 걸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우리가 딱 보이는 적대감을 넘어서가지고, 남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필요해요. 그렇게 가면 수준이 지금보다는 몇단계 높아지거든요. 
  
지 - 그 사람들이 저지른 것에 대해서는 필요하면 처벌을 해야겠지만, 그 사람들이 왜 저럴 수 밖에 없는지를 이해를 할때 답도 나올 것 같거든요.

최 - 그래야 거기서부터 빠져나올 수 있거든요. '저 사람들 죽일놈들' 하면 절대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지 -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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