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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결혼기념일(축]임신중, 남편의 죽빵을 날려주고 싶었을 때
게시물ID : wedlock_114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항상봄빛인생
추천 : 24
조회수 : 2587회
댓글수 : 18개
등록시간 : 2017/12/11 22:18:32
오늘로 결혼 9년차에 들어선, 임신 31주차 임산부입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일이 우리 남편과 결혼한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을 정도로, 결혼생활은 즐겁습니다.
연애할 때보다 결혼한 이후가, 1년차때보다 9년차가 된 지금이 더 좋습니다.
임신생활도 생각보다 평화롭습니다. 입덧도 그닥 심하지 않은 편이었고, 병원에서도 대부분 "평균이다, 순조롭다"는 말만 듣고 있어요.

이런 저에게도, 임신 이후 남편의 죽빵을 날려주고 싶었을 때가 한 번 있었습니다.

임신 6개월 때 쯤.
호르몬때문에 얼굴 피부는 아주 너덜너덜해지고 배는 어줍잖게 나와서 그냥 살찐 것처럼 보이는 그런 때였어요.

남편이랑 외출을 했는데, 거울 속에 비친 제 모습이 너무 너저분해 보인다고 해야하나... 펑퍼짐하고 푸석푸석해보였거든요.
근데 반대로 그날따라 남편이 너무 말갛고 애기같고 예뻐보이는 겁니다.

남편은 미국산 백인이라 원래도 피부가 하얗고, 저보다 다섯살 어리니 젊어보이는 게 당연합니다.
알면서도 '나는 임신해서 이렇게 쇠퇴해가는데 남편은 오히려 광이 나는구나'라는 생각에 질투가 났나봐요.

남편에게 "지금 그냥 딱 한 대만 죽빵을 날려주고 싶다"며 이야기를 했더니, 남편이 티벳여우의 달관한 표정으로 저를 보며 말합니다.

"너... 임신하고나서... 머리숱이 많이 늘었더라?"

10대 후반부터 진행된 자신의 탈모를 그저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던 남편은, 임신 후 호르몬의 영향으로 하루하루 두꺼워지는 제 머리카락이 부러웠던 모양입니다.

생각치 못한 반격에 잠시 빵터졌습니다.

다시 숨을 가다듬고 "이거 애 낳고 나면 다 빠진대. 게다가 애 낳고 나면 배랑 가슴도 축 늘어지는 걸!!"하고 항변해 보았지만
"넌, 지금도 예쁘고 애기 낳고나서도 예쁠거야. 니가 거울로 보는 너의 모습보다 다른사람들이 보는 너의 모습이 훨씬 예뻐.
 하지만, 내 머리는 거울로 보는 내머리나 다른사람들이 보는 내 머리나 똑같겠지.
 딱 한 달 만이라도... 머리숱이 늘어날 수만 있다면... 나중에 다시 다 빠진다 해도 난 괜찮아..."
하고 말끝을 흐리는 남편에게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당연히, 결혼생활 중에도 임신한 후에도 남편에게 서운할 때, 서로 싸울 때 있어요.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후회할 때도 있죠.

그래도 지난 8년동안 이 사람과 결혼한 걸 단 한번도 후회하지 않았던 건, 이런 말도안되는 이유로 죽빵을 날리고 싶다고 말하는 저에게 예상치 않았던 이야기로 웃게 만들어준 남편의 유머감각때문 아닌가 싶습니다. 

남편은 농담으로 한 말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자라나라... 머리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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