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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백일장]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게시물ID : readers_114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블루♪레이븐
추천 : 5
조회수 : 313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01/22 21:20:11
녹은 눈은 검게 썩어 바짓가랑이를  챈다.
눈을 내릴때 하얀색을 모두 써버린 하늘은 회색빛이라 길을 가는 모든 이들의 표정도 짙다.
바람 새는 낡은 외투에서 줄 끊어진 시계를 꺼낸다. 
약속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았다.
'무조건''반드시''꼭''기필코''마지막'
수많은 단어가 붙은 기회가 이젠 무섭다.
억지로 표정을 밝게 해보려 노력하지만
햇빛 조차 비치지 않는데 밝게 웃는다는건 불가능하다.

책 읽는 취미는 커녕 세 줄 이상 넘어가는 글조차 하품없이 읽기 힘들어하는 내가 책방에 들어온건 단순히 추운 칼바람을 피해 몸을 녹일 장소가 필요해서였다
책을 사러온 척 책장의 책을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짚어본다.
물론 아는 책이 있을리없다.
약간 건조하고 까끌까끌한 감촉이 마음에 든다.
책 등을 쌀쌀 쓰다듬다 문득 한 책등에서 손가락이 멎었다.
"병신백일장"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병신과 백일장? 비속어와 글짓기대회라니.
병신? 병신에 관한 글일까? 아니면 병신들이 엮은 책?
나도 모르게 책을 꺼냈다.
겉표지부터 심상치않다.
"병신"
이렇게 당당히 외치다니, 내가 다 부끄러울 지경이다.
그 당당함이 마음에 들긴 하지만 이런 웃기는 제목이라니.
누군가에게 내가 들고있는 책의 표지를 들킬세라 재빨리 책장을 넘겼다.

"푸핫..!"
주위의 시선이 쏠린다. 벌겋게된 얼굴을 책 속에 묻는다.
표지 그대로 책 안에 있는 것들은 모두 '병신'이었다.
웃긴 병신, 슬픈 병신, 아름다운 병신, 멋진 병신.
세상은 넓고 병신은 많다고 하던데 과연 진짜였다.

더 읽다간 주변의 눈초리에도 정신없이 웃을것같아서 재빨리 카운터에 책을 올려놓는다.
"풉"
카운터 아가씨도 터졌다. 그 모습에 또 다시 웃음이 터져나와 억지로 입꼬리를 부여잡고 후다닥 돈을 건내고 도망쳐나왔다. 그러나 이젠 한계다.
"푸하하하하-!!"
우와, 대로 한복판에서 큰 소리로 웃다니 .
남글이 보면 '병신'같다고 생각하겠지?
그 모습을 상상하다 한번 더 웃어버렸다.

"자네 웃는 모습이 참 보기좋구먼, 무슨 재미난 일이있으면 나도 알려주게."
정신없이 웃는 모습을 기다리던 거래처 사장님께 들켰지만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저절로 얼굴에 미소가 가득 차올랐다.
"혹시 책 좋아하십니까?"
어쩐지 오늘은 좋은 일만 생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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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맛폰으로 써서 맞춤법이랑 오타가 두렵네요ㄷㄷ
33.33% 실화를 바탕으로 적어봅니다ㅋ
우울한 하루 큰웃음으로 날려버릴수 있게 해준 '병백' 응원합니다-!
감사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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