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퇴근이 마냥 신나서 생각없이 후배와 저녁을 먹고 가는데,
홍보물을 나눠주면서 국정교과서 반대 서명을 해달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서명하고가자고 후배를 이끌고 가서 서명을 하는데,
열심히 외치고 있는 그 사람들이 어려보였고 물어봤더니 인근 대학 학생들이라고 하더라고요.
순간 제가 너무 부끄러웠어요.
금요일 저녁이라고 퇴근만 마냥 기뻐서 밥 먹고 집에 돌아가 편안한 주말 보낼 생각만 하고 있던 제가요.
추운 날씨에도 이 대학생들은 이곳에서 이렇게 외치고 있는데 난 뭘 하고 있는 거지?
부끄러운 마음만 가지고 돌아서는데 제 옆에 있던 가족의 이야기가 들렸어요.
아버지가 어린 아들에게 조근조근 설명해주셨어요.
"역사란건 후대 사람들이 평가하는 거야.
많은 사람들이 뒤돌아보면서 이런 역사였구나라고 판단하는 거지
그런데 그걸 누군가 이게 무조건 맞다라고 정해버리면 어떻게 되겠어?
사람들이 판단할 수가 없겠지?"
걸어가면서 들은거라 이 부분까지밖에 못들었지만...
너무 깜짝 놀라서, 그 분이 너무 멋있어서 계속 흘긋흘긋 쳐다봤어요.
아... 이런 어른들만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어른들만 있으면 좋을텐데...
도저히 그냥 돌아설 수가 없어서 근처 편의점에 가서
온장실에 있는 캔커피를 싹쓸이해다가 학생들에게 건냈어요.
도와줄 수 있는게 없네요. 추운데 따뜻한거라도 마시면서 해요.
그러고 돌아왔는데...
정말 내가 도와줄 수 있는게 없었는지, 내밀 수 있는게 그 캔커피밖에 없었는지 마음이 너무 복잡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