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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백일장] 어느 요가장인의 금단의 비기
게시물ID : readers_114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썸남도아니야
추천 : 1
조회수 : 31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1/22 23:06:42
붉은 양탄자가 덩그러니 펼쳐진 어두운 밀실.
반쯤 녹은 양초가 던져주는 붉은 불빛이 핏빛 양탄자위로 흐르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칠흑 같은 공기는 이국적인 아로마의 향기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불빛이 닿지 않는 방 구석에는 온갖 과일의 껍질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가느다란 떨림. 삶의 소리 없는 비명.
조용한 숨소리가 온 공간으로 스미고 있었다.
 
거뭇한 수염, 때에 찌든 런닝 셔츠.
모든 것을 버린 자들이 그렇듯, 아래에는 아무것도 입고있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것을 초월한 듯한 표정의 노인이 몸을 굽혔다.
매끄러운 곡선이 그의 목덜미를 타고 등허리로 이어졌다.
 
-”
그가 조심스럽게 숨을 뱉었다.
여기서 긴장을 풀게 되면 모든 것이 허사가 된다.
조심스레, 그는 근육의 긴장을 느끼며 허리를 활처럼 밀어 당겼다.
오랜 단련을 통해 부드러워질 대로 부드러워진 그의 몸은,
인간의 한계라고 여겨지는 기이한 자세들까지도 어렵지 않게 넘보고 있었다.
 
몇 시간이나 흘렀을까.
일정한 모양대로 몸을 이리저리 굽히고, 펴고, 접고, 말기를 반복하던 노인의 눈에
결연한 빛이 떠올랐다.
 
스승이시여, 제가 그대를 넘어서도 되겠나이까
녹슨 청동 촛대를 바라보며 그가 조용히 되뇌었다.
그도 이제는 알고 있었다.
그에게 주어진 얼마 안 되는 시간이- 손아귀에 쥔 모래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완벽주의자인 그로서도 더 이상은 결단을 미룰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는 자기 자신을 믿어야만 했다.
이 일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시간을 오롯이 이 빈 방에서 울어야만 했는가.
긴긴 시간 모든 집념과 번뇌를 모두 버렸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삶의 마지막 시험대 앞에서
그는 희미하게 밀려오는 긴장과 두려움의 냄새를 맡았다.
 
바보 같긴, 이 나이가 되도록 수행이 이다지도 모자라다는 말이냐!’
그는 자기 자신에게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삼키며, 신중하게 각 동작의 청사진을 머릿속에 그렸다.
그는 반드시 해내야만 했다.
어린 날의 자신 앞에, 목이 뒤틀려 꺾인 채 절명해야만 했던 그의 스승을 위해서라도.
 
그는 마지막으로 성호를 긋고, 이제는 그의 몸과 같아진 그 붉은 양탄자 위에,
깃털처럼 가벼워진 등허리를 뉘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두 다리를 쭉 펴서 들어올렸다.
두 발바닥은, -그의 스승이 가르쳤던 대로- 완벽하게 북극성의 위치를 가리키며 하늘과 마주했다.
매끈하게 뻗어 흐르는 다리의 직선, 기역자로 부드럽게 휜 허리.
모든 것이 계획대로였다.
그는 숨을 한 번 더 들이쉰 후, 거침없이 다음 단계로 나아갔다.
발을 조금씩 더, , , 앞으로 밀며 자신의 머리와 발이 평행한 위치까지 오도록
허리를 말아올렸다.
찌릿한 통증이 허벅지를 타고 허리께로 전해졌지만,
그가 그토록 긴 시간을 수련한 것은 바로 이러한 통증을 견디기 위함이었다.
고통은 좋은 것이다......”
그는 스승의 말씀을 되뇌며, 발을 가차 없이 더욱 끌어당겨-
마침내 발가락이 지면과 거의 맞닿게 되었다.
후우- 후우-”
그는 거칠어진 숨을 몰아쉬며, 마지막 동작을 준비했다.
궁극의 동작이자,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마지막 1cm.
그가 평생토록 믿고, 따르고, 의지하고자 했던 스승의 목숨을 앗아가버린 그 잔인한 거리.
그는 지난 세월의 모든 힘과, 지혜와 믿음을 담아 발을 내리 눌렀다-
묵직한 통증과 함께, 발끝이 지면에 닿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마침내 해낸 것이었다.
기쁨이 폭발하듯 터져나왔다.
지난날의 고통과 스승의 생각에 눈물이 터져나왔다.
, 스승님- - 제가 해냈습......... 끄흑... ”
보이십니까, 언제나 부족했던.. 이 못난 놈이 드디어 스승의 계보를 이을 수 있게 되었어요!”
 
그는 한참을 감격에 젖어 울다가,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쳐냈다.
그리고- 맑아진 시야에 들어온 그것, 얼마나 이 거리에서 이것을 볼 수 있기를 고대했던가.
우람하고 검은 흑산도 지렁이 한 마리와 마침내 얼굴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남성 인류의 꿈. 신이 허락하지 않은 인체의 신비.
그는 감히 신과 대적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그는 조심스레 입을 벌리고, 거사를 거행하려 했다.
그 순간, 턱을 벌리며 가해진 하중이 목을 짓누르며 몸의 전체적인 균형을 무너뜨렸고,
외마디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정확히 그의 스승이 34년전 그러했듯-
그도 목이 꺾인 채 그 자리에서 세상을 등지게 되었다.
 
 
그의 시신은 대략 10여년이 지나서야
오지를 탐험하던 한 여성 영국인 여행가에 의해 발견되었다.
현지의 경찰들과 탐정들은 이 도인의 사망 원인을 규명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였고, 마침내는-
자기 자신의 그것...을 자신의 입으로 물어보려다가 사망했다... 라는
황당하면서도 얼굴이 붉어지는 남사스러운 결론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의 이야기는 삽시간에 널리 퍼졌고,
탈무드, 천일 야화, 우솝 이야기등에 인용되며 인류의 지식에 지혜의 샘물 한 방울을 더하게 되었다.
후세 사람들은 그를 기리며 그의 묘비명에 이렇게 적었다
 
-안되는건 안됩니다. 굳이 작성자가 해봤다 실패한 건 아니구요... 하여튼 안되는건 안됩니다. 여러분 하지 마세요. 목 부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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