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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남편이랑 밥통 때문에 싸움.
게시물ID : wedlock_11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언제꿀떡먹나
추천 : 34
조회수 : 3965회
댓글수 : 89개
등록시간 : 2016/04/27 08:4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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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엊그제 네이버보니까, 통기타 어쩌구에서 베오베 글 퍼가셨더라고요~
불펌도 달아서 아시겠지만, 이 글은 오유에서만 즐겨주세요. 

남편이 한국 쌀 사랑하게 된 이야기 (http://todayhumor.com/?wedlock_1044)썼던 작성자입니다. 
쌀 가지고 투닥거린 이야기 했으니 그 다음에 밥통 가지고 부부싸움 한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게 맞는 거 같아서. 
재미 없어도 아..얘네는 이렇게 사는 구나 하고 봐주세용~
아기가 하루만에 안생겨서 여전히 음슴으로 또 음슴체 갈게여.

---

우리는 좀 영화처럼 드라틱하게 만난 부부임. 소설임. 

왜, 남편이 한살 연하면 1억씩 버는 거라는데,  그럼 난 수억을 번 셈임. 

나이차이가 많아서 울 친정 부모님과 언니 반대도 좀 있었지만 역경을 딛고 결혼함. ㅋㅋ



그러나, 둘다 성격이 예민하고 한 성격해서 자주 투닥거림. 

가끔은 우리가 싸우는 사소한 그 이유들이 내가 생각해도 넘 유치하여 창피하거나

너무 사소해서 어디에 하소연하기도 민망함. 



지금 쓸 이야기는 그 정도는 아닌데, 문화 차이가 뭐야? 먹는 건가? 하면서 살다가

문득 이런 의외의 부분해서 커다란 차이를 느끼게 되는 것 같음.

이리하여 부제목, 사소한 문화 차이가 커다란 부부 싸움을 불렀다. 임.



그것은 바로 밥솥, 밥솥을 독어로 칭하지 않음.

우리가 처음 영어로 의사소통할 때, 쓰던 그 단어를 여전히 쓰고 있음. 라이스 쿠커.



토마스 씨는 비공식 한국 홍보대사임. 여기저기 사람들 관심없는데 혼자 영업 쩜.ㅋㅋ

덕분에 시어머니도 그 음식 맛있다는 스페인가서도 나한테 카톡 보내심. 

돌아가면 한국 음식 해달라고 ㅋㅋ



전편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남편은 흰쌀밥만 좋아함.  잡곡이나 뭐가 섞이는 것은 



"으~으~음, 괜찮아. 그런데 패이보릿 아니에요."   라고 하면서 은근 거부함. 



1111.jpg

처음 밥을 지을 때, 보통 이런 냄비 같은 거로 밥을 했음.

가난한 미국 어학연수 시절에 이보다 더한 냄비에 뚜껑도 없던 물건으로 밥을 짓기 시작한 것이

내 인생 최초의 밥 짓기였는데, 냄비 밥에 은근 꽤 소질이 있었음. 



그때에 비해 이 정도면 아주 양호한 수준이었기에 처음엔 여기에 밥을 했고

초반엔 밥을 자주 먹지 않았기에 그다지 불편하지는 않았음. 



다만, 불 조절과 시간 조절을 잘못하면 
쉽게 밥을 망치기 때문에 많이 불편하고 밥하기 귀찮아짐.



그래서 전기밥솥을 사자고 말을 꺼내고 
설득을 시도해보았으나 번번히 싸우고 말았음. 

내가 성격이 여우처럼 남자를 구슬리는 설득의 기술이 없는곰탱이 중에 상 곰탱이 마누라임. ㅠ



냄비로도 문제없이 밥을 짓고 자주 먹지도 않는데

겨우 그런 기구를 사는데 200유로 가까이 돈은 낭비라는 입장을 고수했음. 

몇 번 얘기하다가 바로 성질을 확 내버려서 그렇게 몇 번의 부부싸움을 거치고 급기야 나는 밥을 안하고 파업함.



그런 몇 차례 시위 끝에 밥이 먹고 싶어진 토마스씨는 

어느 날 시댁 창고에서 독일식 압력 밥솥을 하나 찾아 옴.



WMF 메이커라서 그런건지 이십여년 전인데도 200유로 정도에 샀다는 고가의 독일식 압력 밥솥이었음.



살아 생전 시할머니의 취미는 이런 저런 물건들을 사다 모으는 것이었고

돌아가시고 나서 시엄마는 압력 솥이 필요 없어서 거의 새것의 상태 그대로 창고에 썩고 있던 걸

남편이 냉큼 집어 옴. 그것도 모르고 사온 줄 알고 좋아했는데. ㅋㅋ  -_-;;;;

 


냄비에서 압력 밥솥으로 업그레이드 되었고, 당연히 밥맛은 훠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얼씬 좋아짐.


2222.jpg


압력 솥 밥맛을 본 토마스 씨는 이제 냄비 밥이 맛 없어서 못 먹겠다고 함. 

아...얄미워. -_-

그래도 이때다. 싶어서 다시 설득을 시작함.














압력 밥솥으로 밥을 하면 밥맛만 좋아졌을 뿐,

불과 시간을 여전히 셀프로 조절해야서 여전히 불편하고 매우 귀찮았음.



그런데 여전히 밥솥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고집불통 독일 남편임.

고집이 없는 것보다 있는게 낫다고 해서 결혼했지만....

와....황소고집임. -_-

결국 1년이 다 되도록 싸우다가 내가 gg함.



독일에서 한국 *쿠 나, *첸 같은 메이커 제품들은 신상도 아닌데 200유로 이상 줘야 구입 할 수 있음.

다른 제품들은 그 전기 압력 밥솥의 기능에 훨씬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아무거나 대충 사고 싶지 않았음. 

나란 여자 옷이나 가방에 명품을 따지지는 않아도 밥솥 만큼은 브랜드를 사고 싶었음.



그렇게 압력 밥솥으로 만족하며 살아가던 어느 날, 한인 커뮤니티에서 전기밥솥을 파는 광고를 발견함. 



"여보.여보. 여기 밥솥 중고 나왔어!!"



중고 제품에 사용한 시간이 좀 되었던지라 30유로 정도 아주 저렴저렴 했음.

토마스 씨에게 보여 주고 함께 당장에 달려 감.  

약 100km가 넘는데 옆 동네 가듯 순식간에 도착했음. 씽씽 달려서. 



전기 압력 밥솥인 줄 알았다가 압력 기능이 없는 전기밥솥이란 말에 

약간 실망을 했지만 1도 고민 없이 바로 구입함. 


33333.jpg

이놈이 그때 업어온 그 놈임. 내 사랑 밥통. 

사랑한다. 밥통아 오래 살아줘. 제발.

이놈을 얻고 나서 우리  부부는 주 4일 또는 그 이상 한식을 먹기 시작함. ㅋㅋ 



예약도 되고 쌀을 씻어 물만 맞추어 올려 버튼만 누르면 밥이 저절로 되니 남편에게 신세경이었음!!



심지어 내가 퇴근하고 돌아왔을 때 미리 밥도 다 지어 놓고 찌개 재료 준비까지 해 놓고 

예쁘게 앉아서 기다리는 장족의 발전을 이룸. 감격 ㅠㅠ



우리 꾸꾸(남편이 지은 애칭임)와 벌써 함께 한지 3년이 넘었음.

그리고 남편 이제 한국 사람들에게 전기 밥솥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게 되었다고 함.



그래서 이때가 기회다 싶어서 압력 기능이 있는 밥솥은 비욘드 신세계라고 또 드리댐. 

뒤늦게 밥통 사는 걸로 싸운 것에 사과를 계속함. 몰라줘서 미안하다고. 

그래도 아직 우리 꾸꾸가 밥을 잘 하니까 압력 전기 밥솥은 필요없다고 또 고집 부림.



내 성격이 곰탱이인데다 강요하는 거 좀 안 좋아해서 또 기다림. 

남편이 스스로 깨달을 때 까지. 이러다 강제 득도하겠음. -_-



시댁에 가서 한식 해먹으면 남편은 이 밥솥을 품에 안고 감. ㅋㅋ

그리고 또 밥솥 영업을 함.  (아니~? 주지도 않을 거면서 영업은 왜 함? ㅋㅋ)

그럼 또 순진한 시부모님 막 초롱초롱한 눈으로 신기해서 박 살펴 보심. 

요즘은 은근 탐내심. ㅋㅋ



가격으로 치면 압력 밥솥에서 다운그레이드 인데 

불,시간 조절이 필요없는 기능적인 측면 에서 확실히 업그레이드임!! 



지금은? 

한국 밥솥 찬양자임. 

우리 꾸꾸 고장나면 당장 New 꾸꾸 사야한다고 함.  많이 발전했음. ㅋ



한번은 토마스 씨가 반죽 기계를 사고 싶다고 가격을 말해줬는데 180유로 정도였음.

그것도 세일이 왕창 들어간건데도 그랬음. 



밥솥을 반대하던 그를 상기시켜 주며 그가 했던 말에서 밥통을 반죽기, 단어로만 바꿔서 맹렬히 반대했음. 



 

"튼튼한 당신 손으로 열심히 치대. 내가 내 손구락으로 불조절 한 거처럼."



나는 한식 담당, 남편은 빵, 서양식 담당이라 나에게 반죽기야말로 필요없는 사치품이라며 강력하게 반대함. 

남편은 주방의 필수품이라고 소심 발언하다가 꼬리 내림. ㅋㅋ



"너 밥솥 때문에 우리 싸운거 잊었어? 그때 내가 져 줬으니 너도 30유로짜리 중고 찾으면 

나도 거기까지는 양보해 줄게. ㅋㅋ"  



결론은 우리가 나고 자란 나라의 식습관을 포함한 문화의 차이로 인해

가치 판단에 대한 기준이 다르고 다른 사고를 할 수 밖에 없다. 라고 결론지음.



결혼이란 게, 좀 그렇지 않음?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 결혼을 해도 수십 년을 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

하나의 가정을 이루고 맞추어 나가는 또 다른 새로운 삶이다 보니,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라 둘이 함께 양보하고 받아들이면서 맞추어 가야 하는 거임.



우리처럼 다른 나라의 배우자라면 더 그런 것 같음. 

오히려 커다란 부분에서는 의례, 문화의 차이나 생각의 차이를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없이 잘 지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밥솥처럼 뜻밖에 사소한 부분에서 큰 차이가 있음.



비록 압력 기능이 없어 아쉬운 전기밥솥이지만, 
우리 가정에 평화를 가져오고

부부싸움을 종결지었던 기특한 녀석임. 



남편이 울 부모님한테 인사드리려고 한국어를 독학해서 조금 배웠는데, 

여기 에피소드도 좀 있음. ㅋㅋ 

여튼, 그래서 남편이 한글을 읽을 줄 암. 



요즘은 밥통으로 한글 공부 중임. 

취사. 쾌속. 취소. 메뉴. 이런 단어들인데...



메뉴는 영어랑 비슷해서 쉽게 외웠는데, 쾌속은 발음이 어렵고 

취사와 취소는 둘이 넘 비슷해서 헷갈려하는 것임. 



남편이 한국어에 막 애칭을 붙인다고 하지 않았음? (기회되면 이것도 다음에~)

그래서 쾌속 애칭은 슈넬밥 임.. 

독일어로 빠른,이란 단어가 schnell=슈넬 임.  그래서 슈넬 밥. 


가끔은 빨리 밥. 이럼. 

진짜 배고프고 자기 맘이 급하면 빨리 빨리 밥. 이럼. 

그러면서 나보고 이제 쪼꼼만 한국 사람이라고 함. 

한국 식당가면 10분만에 나오는데 내 밥은 20분도 더 길린다고 -_-; (이럴 때 때리고 싶음 얄미워서;;)



어디 나갔다 오면.  굳이 일부러 한국말로 그럼. 



"여보. 밥 끝나."

"여보. 밥 끝났어."

"여보, 여보가 밥 만들었어~ 잘잘잘~ 으으으음~~"

"아야. 주세요오오오"



(+)) 덧

눈팅만하다가 친구 생긴 거 같이 기분이 설레설레 하네요~ :)

처음엔 베오베만, 나중엔 베스트, 그러다 지금은 요게, 공게, 동게, 자게, 미드게, 다니다 결혼게까지 오고...

이거 오징화 되는 과정인건가요? ㅋㅋ

출처 우리 부부의 흑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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