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몸을 부르르 떨며 손길을 기다리던 토끼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붙어있고 싶었던 사람에게서 버림을 받았습니다. 추운 겨울, 검은 새벽의 그 날을 토끼는 아직도 두눈 가득히 인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말의 정이 남아있었던 것일까요?
토끼는 나천사 진입로에 그 추운 새벽 이슬에 고스란히 노출 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나천사 위치를 알고, 유기견의 운명을 준 그 사람... 토끼가 기억하는 세상의 전부였습니다.
그 전부를 잃고 몸을 떨고 있던 아이를 출근하시는 간사님 품에 안겨 구조되어 왔습니다. 아이의 몸상태보다 이 모든 현실을 믿지 못하는 그날의 아이의 눈을 잊지 못합니다.
마음만큼이나 망가져있던 토끼의 몸
너무 말라있던 토끼는 손에 잡혀지는 그 무게감만으로도 마음을 쓰리게 했습니다. 가볍게 들어올려지던 토끼의 몸은 2.5kg가량 밖에 되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하얗게 변해가던 토끼의 눈동자. 백내장까지 가지고 있던 나이가 많아보이는 아이였습니다.
그 약해진 몸은 누군가의 양심없는 선택으로 추운 새벽동안을 이겨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어디 멀리 이동할 수도 없었습니다.
슬개골 탈구로 오래 걷기도 힘들었던 아이... 운명은 이렇게 잔인한 모습으로 토끼를 유기견으로 만들었네요.
너무 늦은 나이와 슬개골 탈구, 백내장까지 이 아이에게 다시 한 번 세상이 환히 빛날 입양의 기회가 찾아 올 수 있을까요?
오늘도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토끼를 위해...
이제 가끔의 임보의 기회도 찾기 힘든 토끼의 몸. 모든 사랑을 주던 세상에서 버림 받은 이후 토끼에게는 모든 나날들이 슬픔을 이겨내야 하는 시간들이 되었습니다.
10년동안의 긴 사랑은 모두가 거짓이 되었고, 이제 오래 걷기도 힘든 몸으로 그리고 아픔으로 얼룩진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견뎌내야 합니다.
너무 늦은 나이에 이별을 경험하고 그래도 찾아올지 모를 희망을 바라보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토끼에게 힘을 싣어 주세요. 전해주신 희망의 콩은 토끼를 비롯한 200여마리의 유기동물들에게 소중히 쓰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