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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찾았다, 박수 짝짝짝”…대선 3일 전엔 “다 파쇄해”
게시물ID : bestofbest_1145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닭냄새
추천 : 400
조회수 : 19462회
댓글수 : 46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3/06/15 01:30:12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6/14 22:06:16

“닉네임 찾았다, 박수 짝짝짝”…대선 3일 전엔 “다 파쇄해”


(※클릭하면 이미지가 커집니다.)사이버 검색수사대 분석관들 대화록

CCTV영상·녹취록서 드러난 김용판 축소 개입 현장

12월15일 새벽
국정원 직원 컴퓨터·노트북서
언론사 사이트 등에 써진
선거지지·비방게시글 등 증거 확인

12월16일 밤
‘선거관련 활동 없는 것으로 하라’
윗선 지시받고 허위보고서 작성
찾아낸 아이디와 닉네임 빼고
수서경찰서에 분석 자료 넘겨

지난해 12월15일 새벽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디지털증거분석실의 분석관들은 박수를 치면서 좋아했다. ‘한건’ 했다면서 “고기를 사달라”는 얘기도 나왔다. 선거 개입 의혹을 받고 있던 국정원 여직원 김아무개(29)씨의 노트북에서 초기에 삭제된 아이디와 닉네임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이제 분석이 끝난 것과 다름없다’며 분석관들은 기쁨에 들떴다. 분석을 시작한 지 8시간도 지나지 않아 ‘대어급’ 증거물을 건져 올리자, “야, 대박인데 진짜”라며 스스로 감탄하기도 했다. 당시의 상황이 디지털증거분석실 자체 녹화 영상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

  

2012. 12. 15. 04:02

분석관1: 주임님 닉네임이 나왔네요.

분석관 2명: 박수 짝짝짝.

2012. 12. 15. 04:05

분석관1: 피곤하죠? 한시간이면 끝나겠죠? 이거 봐요.

분석관2: 음… 우리가 찾았네. 일단은 이 사람이 쓴다는 부분이 나왔네.

분석관1: 고기 사주세요.

2012. 12. 15. 04:09

분석관1: 이거는 수사팀에다 구두로 넘겨주자, 있는 거가 중요하니까. 팩트만 넘기고. 판단은 거기서 하게 합시다. 우리가 판단하지 맙시다.

분석관2: 일단은 내일 요거 뽑아서 넘깁시다.

분석관1: 어렵게 가지 말고 쉽게 가자구요.

분석관3: 한건했잖아 너 땜에.

분석관1: 그거 니 꺼 찾아와서 로그인 찾아와서 국내사이트만. 표시를 해봐.

분석관2: 똥글뱅이를 칩시다, 다음에 계정은 무얼 찾겠다 관련글은 무얼 찾겠다.

2012. 12. 15. 04:50

분석관: 1만6천380개 16만 아니야, 처음부터 잘라서 해야 하는 것 아냐, 5개씩 잘라야 해, 서식은 그대로 놔두고 유알엘만 그대로 붙이면 안될까? 야 대박인데 진짜.

2012. 12. 15. 05:24

경찰관: 일단은.

분석관: 숫자는 나왔고 그다음에 로그인 아까 그거… 뭘 했는데 찬성이고 뭘 했는데 반대고… 요 사이트… 요 사이트 요 사이트 이것은 주로 국정원 같고 요런 글에 대해서 올린 것 같기도 하고. 노데이트나 스타트데이트.

검찰은 지난해 경찰의 국정원 여론조작 및 대선 개입 사건 수사 과정에서 축소·은폐를 지시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공직선거법·경찰공무원법 위반, 형법상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했다. 사진은 김 전 서울청장이 5월2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받고 나오는 모습. 뉴시스

이들은 분석을 시작하기 전 상부에 낼 보고서를 전자문서가 아닌 손으로 직접 써서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김용판(55) 서울경찰청장은 ‘분석 상황에 대한 상부 보고는 컴퓨터 기록이 남지 않도록 펜으로 직접 작성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던 것이다. 분석관들은 15일부터 16일 밤까지 분석 내내 수기 보고서를 썼다. 보고 방식이 평소와 달라 의아했지만, ‘증거물 사냥’에 신이 났다.

 민주당이 12월12일 국정원 직원 김씨를 고발하자, 김씨는 13일 자신의 노트북과 데스크톱 컴퓨터를 서울 수서경찰서에 임의제출했다. 수서경찰서는 같은 날 서울경찰청에 증거 및 자료 확보를 위해 디지털 증거분석을 의뢰했다. 사이버수사대는 이날 데스크톱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이미징(사본 제작) 작업을 마쳤고, 보안이 걸려 있던 노트북은 국정원에 의뢰해 보안을 푼 뒤 14일 이미징 작업을 했다. 수서경찰서는 이날 서울경찰청에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00개의 키워드를 넘겨주고 검색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저녁 7시20분 10명의 분석관들은 본격적인 디지털 증거분석에 착수했다. 40분 뒤, 노트북에서 김씨가 작성했다가 삭제한 문서파일 ‘_꾩씠_붿뼱.txt’를 복구했다.

파일에서는 김씨가 ‘오늘의 유머’(오유) 등을 비롯한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서 활동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들이 쏟아져 나왔다. 어떻게 하면 베스트 게시글이 되는지, 몇 개 아이디의 반대가 있어야 베스트 글을 ‘밀어내기’ 할 수 있는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내용의 ‘오빤 엠비(MB) 스타일’ 동영상의 특정 인터넷 주소(URL) 등이 적혀 있었다. 30개의 아이디와 닉네임도 발견했다. 활동 요약 보고서나 다름없는 문서였다. 나중에 민간인 조력자로 밝혀진 이아무개씨의 인적사항과 그 이름으로 개설된 아이디와 닉네임도 들어 있었다. 8시간이 지난 15일 새벽 4시2분께 분석관들이 ‘한건’ 한 것이다.

새벽 5시가 넘도록 분석은 이어졌다. 국정원 직원이 언론사 사이트 등 여러 인터넷 공간에서 정치 관여 활동을 한 사실을 알아냈다. 텍스트 파일에서 나온 아이디는 30개였는데, 분석관들이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 10개의 아이디를 더 찾아냈다. 인터넷 접속기록을 뒤져 김씨가 ‘오늘의 유머’에는 1만7116번, ‘보배드림’에는 1348번 접속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2012. 12. 15. 17:48

분석관1: 닉네임이 찾아내기 시작했으니까, 주무대가 오늘의 유머야.

2012. 12. 15. 17:50

분석관2: 닉네임 ‘나도한마디’ 맞는 거 같아요. 오유에서도 같은 글 썼거든요. 이명박 대통령이.

2012. 12. 15. 17:57

분석관1: 보배드림이랑 이쪽 서버 압수해오고 그거 분석해야 되는 거 아냐.

 

분석관들은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국정원 직원이 이명박 대통령 관련 등 정치 게시글을 작성한 사실을 파악한 뒤 서버 압수수색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언급한다. 적극적인 수사 의지가 읽힌다.

그러나 분석관들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4시간 뒤 이상한 조짐이 서서히 감지된다. 검찰이 확보한 사이버수사대 디지털증거분석실의 동영상을 보면 경찰의 증거 은폐·조작의 과정이 녹화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12. 12. 15. 21:44

분석관: 어제 피의자가 진술할 때 인터넷 기록을 지웠다고 한 거예요. 그래서 뭐가 맞냐 분석했던 사람들을 불렀던 거예요. 그래서 욕먹은 게 너희는 회의 안 하냐,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욕을 먹을 거냐, 그리고 수서서에 가서 분석관 ○○○과 분석관 ○○○ 둘이서 발표한대요.

2012. 12. 15. 22:28

분석관1: 한 300개 정도 남았거든요. 예상 질문만 좀 정리를 해 달라고 하셔서.

2012. 12. 15. 23:41

분석관2: 주임님 투데이(이즈) 오늘의 유머에서 게시글이 나왔어요. 작성자 투데이 얘(국정원 직원)가 쓰는 거잖아요, 약간 비방하는 성향이.

분석관3: 투데이즈 저번에 찾은 거잖아요.

분석관2: 저거 같은 경우 복지정책을 까고 있는 거 같아요. 일단 얘가 게시한 글이 맞고 컴퓨터에 있어요.

 

상황은 빠르게 변했다. 김용판 전 청장의 본격적인 수사 방해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분석관들은 “회의 안 하냐? 욕먹을 거냐?”며 상부의 꾸중을 들어야 했다. 게다가 증거물 분석이 채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2명의 분석관이 수사 발표에 참석하는 사실을 알았다. 수사 발표가 이미 예정돼 있었던 것이다. 크게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분석관들도 알았지만, ‘윗분’의 말을 거스르기는 어려웠다.

 

2012. 12.16. 01:16

분석관1: 대박 노다지를 발견했다. ‘진짜진짜라면’

분석관2: 그 아이디가 컴퓨터 안에 있었어.

분석관1: 아니 그거 너가 준거 있잖어. 거기서 여기 델리트를 검색했단 말야, 델리트를 하려면 자기 암호 패스워드를 쳐야 해. 이 유알엘(URL·특정 인터넷 주소)이 오늘의 유머 자기 게시글을 삭제하는 명령어를 실행하는 유알엘이야.

분석관3: 델리트 명령을 보내고 하는 유알엘이라는 거잖어 그게 있어.

분석관2: 그게 여기 있다니까요. 북한 로켓 관련글들. 선거 관련된 것은 확인해봐야.

분석관1: 그럼 그건 이제 수사팀의 몫이고. 실제적으로 이거는 언론 보도에는 안 나가야 할 거 아냐.

 

분석관들은 박근혜·문재인 후보 관련 글뿐 아니라 통합진보당의 ‘북한 로켓 발사 지지 입장’에 대한 비난 게시글까지 발견했다. 또 다른 성격의 게시글이었다. 선거 관련 여부가 문제되자 그것은 “‘언론 보도’에는 안 나가야 할” 부분이 됐다.

2012. 12.16. 01:16

분석관1: 안되죠. 나갔다가는 국정원 큰일나는 거죠. 우리가 여기까지 찾을 줄은 어떻게 알겠어.

분석관2: 우리가 판단하면 안되고. 기록은 (보고가) 올라가겠지만. 안하겠지.

분석관1: 노다지다 노다지. 이 글들이 다 그런 거야.

분석관2: 그거 혼자는 안 했을 거 아냐.

분석관1: 그리고 직원 한명이겠냐고 너 같으면. 초기에 아이디 패스워드 파일을 받았잖어. 그게 몇 명한테 쓰라고 파일을 줬겠지. 그럼 여러 명이 서로 똑같은 아이디 번갈아 쓰면서. 왜냐하면 아이피 주소는 바꿔야 할 거 아냐.

2012. 12.16. 02:53

분석관1: 보시면서 코멘트를 달아 달라고 하시거든요. 우리 쪽에서 답을 달아야 할 거 같아요.

분석관2: 증거인멸 시도가. 제출 시에 증거인멸 시도가 있었다. 이건 아닌 거 같은데요.

 

분석관들은 확실한 증거물과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선거·정치 관여 행위를 한 정황이 나올수록 이제 국정원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증거물 분석보고를 하더라도 언론에는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를 나눴다. 증거분석 내용을 수사팀에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지시도 철저히 따랐다. 국정원 직원 김씨의 ‘증거 인멸 시도’는 “아닌 것 같다”며 보고서에서 슬쩍 뺐다.

김 전 청장은 16일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왔다는 보고를 받고 바쁘게 움직였다. 서울경찰청 수사부장과 수사과장, 수사2계장 김아무개씨에게 ‘증거분석을 좀더 진행시키면서 수서경찰서 수사팀에게 모든 분석 결과물을 넘겨주지 말고 분석 결과를 알려주지도 말라’고 지시했다. 그의 임무는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해소해주는 발표를 하는 것’뿐이었다.

 

2012. 12. 16. 15:34

분석관1: 이게 우리가 했던 웹 있잖아요. 그걸 노트 데스크. 다 합해가지고 인제. 우리가 했던 대로 총 몇 개 히트해서. 쓰레기 정보라고 해서 이상한데.

분석관2: 글 게시하고 관련없는 유알엘은 제외를 하고. 우리가 검색했던 유알엘은 총 몇 개였는데 결과를 확인한바 비난이나 지지 관련 글은 발견하지 못하였다. 그렇게 써갈려 그러거든요.

2012. 12. 16. 15:44

분석관1: 그런데 보고서에는 그런 내용 없이 어디서 몇 건 찾았고. 보고서가 공개되나요?

분석관2: 공개되겠죠.

분석관3: 여기에는 안 들어가지만 분석보고서에는 아이디와 게시글이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에요?

2012. 12. 16. 15:50

분석관1: 한글아이디 20개 영어아이디 20개 어디서 나왔냐. 텍스트 파일 나왔잖어. 그것을 검색해 보니 아이디와 하나하나 매칭이 되었다.

분석관2: 거기까지만 쓰는 거야.

언론에 낼 자료에는 아이디와 닉네임을 쓰지 않아야 하고, 분석보고서에는 이를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엔 보고서가 공개될 수도 있으므로 메모장 파일(txt file)에서 발견된 아이디와 닉네임을 마치 유알엘에서 찾은 것처럼 쓰자는 것이다.

김 전 청장은 15일 저녁부터 수서경찰서에서 보도자료에 함께 넣어 발표할 ‘가짜’ 디지털증거 분석결과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분석관들은 허위 보고서를 바탕으로 중간 수사 발표 때 기자들이 던질 예상 질문과 답변을 써내려갔다. 16일 저녁 디지털 증거분석 결과 보고서가 완성됐다. 분석관들 10명은 보고서에 서명을 해야 했다. 보고서 작성 책임은 명시적으로는 그들의 몫이었다. 몇몇 분석관들은 ‘혐의사실 관련 내용 발견치 못함’이라는 내용에 서명을 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중에 ‘다수의 아이디와 닉네임이 발견되었고 그 아이디와 닉네임으로 작성한 게시글도 남아 있었다’는 내용도 넣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의견은 묵살됐다.

분석관들은 증거분석 보고서에서 김씨의 증거인멸 시도를 감췄지만, 그들 스스로도 자신들의 행위를 은폐하려고 했다. 검찰이 확보한 경찰의 증거분석 과정에서 있었던 대화 내용에는 이런 정황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분석관1: 공개되겠죠.

분석관2: 수사 서류가 일반 열람 되나요?

분석관1: 아, 공개. 저쪽에서 재판이 들어가면 피의자 쪽에서 이제 공개요청 하겠죠.

분석관1: 아니, 우리 당사자끼리만 하면 되지만 이게 일반한테도.

분석관2: 그러면 국정원이랑 우리랑만.

분석관1: 아니요. 민주당도 이제 나중에 재판이 걸리면.

분석관2: 민주당도 열람이 되는 건가요?

분석관1: 예. 재판이 걸리면.

분석관2: 아. 그럴 수 있겠구나. 그러면 어차피 그런데 그 아이디랑 그 게시글 뭐 이런 것들은 보고서에는 들어가야 되잖아.

분석관1: 이 문서 했던 것들 다 갈아버려.

분석관2: 예, 갈아버릴게요. 싹 다?

분석관1: 누구든지 대답하면 안 돼요.

분석관2: 모릅니다.

분석관3: 알려줄 필요가 없어요.

분석관2: 기억 안 납니다.

분석관1: 결과적으로는 없는 것으로 하자, 그거까지는 우리가 이야기가 되었잖어.

분석관2: 진짜 이건 우리가 지방청까지 한번에 훅 가는 수가 있어요. 

 

김 전 청장의 지시로 조작된 증거분석 보고서 내용이 담긴 중간 수사결과 보도자료는 16일 밤 11시께 기자들에게 전해졌다. 분석관들이 분석 과정에서 확인한 선거·정치 관련 출력물이 100여쪽에 이르렀지만 이날 밤 모두 폐기됐다. 17일 오전 중간 수사결과 발표 뒤 서울경찰청의 수사방해는 더욱 노골적이었다. 수서경찰서 수사팀은 이날 오후 서울경찰청에 디지털 증거분석 결과물과 증거물을 달라고 했다. 그러나 서울경찰청은 18일 저녁 7시35분에야 분석관들이 찾아낸 아이디와 닉네임을 제외한 자료를 수사팀에 넘겼다. 수사에 가장 중요한 자료를 빼놓은 것이다. 수사팀이 긴급하게 필요하다며 강조했던 자료들이었다. 결국 서울경찰청은 19일 0시38분 이 자료를 수사팀에 넘겼다. 지난 대선 당일이었다.

분석관들은 증거물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면 자신들과 경찰에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은폐·조작 사실이 알려지면 “한 방에 훅 갈 것”을 염려했다. 그런 걱정은 현실이 됐다.

 이정연 기자 [email protected]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9184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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