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 조중동, 권력과 결탁 언론개혁의 중요성"
'성공과 좌절' 회고록서 '언론개혁' 주장 "제 자리 찾는게 가장 중요"
언론개혁
숙명 같았던 언론과의 갈등
정치개혁의 상당부분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난리를 치른다고 할 만큼 시끄러웠지만 결국은 다 이뤄지고 있습니다. 참여정부는 이제 공권력 내부의 권위주의나 특권 구조 등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1987년 이후의 20년을 더듬어보면 독재의 잔재를 개혁하는 과정인데 제 시기에 맞닥뜨린 것이 권력 스스로의 개혁, 즉 권위주의와 특권적 구조 해체라는 마지막 과제였습니다.
그런데 특권 구조 가운데 언론이 있습니다. 사실 언론도 권력과의 유착 구조가 오랫동안 있습니다. 독재 시대에는 국가권력과 유착이 있었고 이후에는 시장권력과의 유착이 있습니다. 사실 민주화가 된 후 가장 큰 수혜집단은 언론입니다. 언론이 우리 사회의 권력주체로 등장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감당해야 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적어도 정치권력이나 정부권력과 언론이 유착하는 관계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언론이 지난날 누려오던 특권적 지위는 더 이상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를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당선되고 인수위를 하는 동안 언론의 일방적인 취재 활동 때문에 정부가 기능을 제대로 유지할 수 없는 일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그대로 가면 정부가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정부 기능의 보호라는 차원에서 취재 관행도 개선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사실 유착이나 특권의 문제와 결합되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정리하려고 한 것입니다. 기자실 문제를 개혁하자, 가판 구독 문제도 정리하자, 무단출입도 개선하자, 그 다음 취재를 위해 접촉할 때의 원칙을 정하자, 이런 것을 하다보니 언론이 저와 각을 세우게 되
었습니다.
전략적으로 용의주도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조금 더 요령을 가지고 유연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는가, 이런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어떤 방법이 있었을지 지금도 자문자답을 해보지만 피해갈 수는 없었을 것 같습니다. 상처는 상당히 큽니다. 왜 이 상처가 더 크게 보이는가 하면 예전에는 조중동과만 대결을 했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는 조중동만 적대적 언론이고, 나머지는 항상 우호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적대적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고 나서 모든 언론과 갈등관계로 들어간 것입니다. 언론 문제는 어떤 숙명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언론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이렇습니다. 언론이 저에 대해서 무엇을 비판해도 좋습니다. 다만 언론의 책임은 사회적 공론의 장을 열고 공정한 토론의 장을 여는 것입니다. 그럴 때 사회적 공기로서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것입니다. 따라서 적어도 취재 관행의 개선에 관한 정부의 사실 주장은 실어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왜 사실에 대해서까지 우리의 주장을 봉쇄하는 것입니까. 그렇게 불만을 이야기했는데, 그 발언에 대해서도 소개조차 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런 점이 불만이고 안타깝습니다.
언론이 있어야 할 자리
큰 틀의 역사 발전 과정에서 언론이 국가권력인가, 시장권력인가, 아니면 시민권력인가 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과거 시장권력과 봉건 귀족권력 간에 갈등이 있을 때 언론은 시장권력, 시민권력과 함께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장권력이 이처럼 우위에 있는 상황에서 '당신의 위치는 어디입니까?'라고 질문을 던지면 뭐라고 답할지 의문입니다.
시민권력이 정치권력, 국가권력, 시장권력을 제어하고, 그들이 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시민의 권리와 가치가 침해되지 않도록 의무를 다 하는 것이 언론입니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진행 과정에서 공정한 게임의 장을 열고 그 장을 공정하게 관리하는 것이 언론의 책임입니다. 그것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이 하는 역할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언론은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하다가 그로부터 해방된 다음에는 이 권력, 저 권력과 제휴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조중동입니다. 노태우 대통령과 손잡고 가다가 말년이 되니까 그 카드를 버리고 YS 카드를 거머쥐었고, 그래서 노태우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망가졌습니다.
김영삼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말기에 가니까 이회창 대안을 거머쥐면서 김영삼 대통령과 그 일파를 완전히 무력화해버렸습니다. 그들이 권력의 대안과 결탁해서 직접 게임에 참여하는 주전 선수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조중동이 주전 선수입니다.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당시 보수진영의 분열로 인해 당선되었는데 내내 조중동과 갈등을 일으켰습니다. 그래서 조중동은 절치부심 5년 뒤를 기약했는데 제가 다시 대통령이 되고 나니까 아예 편을 갈라서 싸웁니다. 그들이 정치의 주체가 된 것입니다. 물론 모든 언론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점점 확산되고 있습니다. 모든 언론이 성격을 달리해서 게임을 관리하고 심판하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선수가 아니다'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현재 언론이 서 있는 자리는 어디입니까? 정치권력입니까? 시장권력입니까? 시민권력입니까? 이것이 제가 묻고 싶은 것입니다.
제대로 된 언론이 시민권력으로서 제 자리를 잡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또 그렇지 못한 언론은 시장권력의 대리인이나 정치권력의 대리인으로 자신의 본질을 드러내도록 사회를 투명하게 만들어가는 것, 이것이 제가 바라는 결과입니다. 언론의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작용을 투명하고 단순하게 시민들에게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 우리들이 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시기의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언론이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언론 특권과의 결탁을 완전히 해체하는 것이 우리 사회 발전 과정에서 꼭 필요한 단계입니다. 그래서 제가 포기할 수 없는 것입니다. 피할 수 없는 역사적 책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 예를 들어 '왜 언론과 싸워서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가?' 하는 사람들에게 질책도 받습니다. 그러나 제가 언론과 맞서 싸우지 않았다면 아마 무너졌을 것입니다. 제가 맞서 싸우지 않았더라도 그들이 지금과 크게 다르게 했을 리도 없습니다. 과연 제가 싸우지 않는다고 그들이 참여정부를 좋게 봐주겠습니까?
그 사람들이 게임의 규칙이나 원칙을 지켜가며 민주주의적 방법에 따라서 언론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원칙도 규칙도 없이 막무가내로 공격하는 정치투사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참여정부를 가만히 두었겠습니까? 저는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매달려 다녀야 됩니다. 귀여움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입니다.
큰 진전은 이루어내지 못했지만 참여정부가 하고 싶었던 것은 정치권력, 시장권력이 아닌 시민권력의 시대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경제면에서도 '더불어 사는 경제'를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상당수의 언론들이 그것을 좋아하겠습니까? 저와 생각을 같이 하는 언론들도 저를 비판해야 자신의 민주성이 더 빛날 것으로 여겼는지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아니면 참여정부가 진보인 것으로 생각했는데, 너무 더디게 가서 진보가 아니라며 비판한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원칙으로 맞서지 않았다면 그 정도를 유지하는 일도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국민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제왕이 되고자 하는 사람과
나라의 주인으로 바로 서겠다고 하는 여러분들과의 대결입니다
이제 마지막 선택만 남았습니다
여러분들이 포기하지 않으시면 저는 이길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