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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기 싫다
게시물ID : gomin_11457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mJkZ
추천 : 0
조회수 : 26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7/08 16:46:12
우리 부모님은 그렇게 말하곤 하셨다
"남의 돈 벌어먹기 힘들다"
 
지금 나는 대한민국의 1%에 해당하는 부유한 재계층은 물론 아니기에 방학시즌에는
짬을 내어 놀 수도 있지만 아르바이트로 20대를 날려먹는 바람직한 인생루트를 밟고 있다.
아르바이트든, 직장을 가지든, 남의 돈을 받아내기라는 것은 그리 편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현재는 막말로 전화기 너머의 호갱님들을 낚는 통신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지면을 빌려 그동안 SK인터넷 어쩌고 하는 지겨운 전화를 받고 계실 SK 통신사 이용분들, 죄송합니다.)
요지는 간단하다.
1년전에 이 회사가 가입시켰던 SK 이용자들을 다시 LG로 이전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전화를 거는 해당 고객님들의 정보는 모두 1년전의 SK 가입자들.
(물론 이 부분에서는 지금의 회사 뿐만 아니라 다른 텔레마케팅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어디까지나 1년전이다.
10년만에 변하는게 강산이라고는 해도
자고 일어났더니 통신사가 바뀌어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물론 이사를 했을 가능성도
전화번호를 바꿨을 가능성도
하지만 그것을 1년전의 DB에서는 전혀 반영되어있지 않아있다.
자기가 이사를 갔든, 번호를 바꿨든, 통신사를 바꿨든 그걸 이쪽에게 알릴 의무는 없는게 당연하니까
 
하지만 나는 이 빌어먹을 DB를 보면서 전화를 하고
왜 자꾸 전화하냐고 따지는 답을 듣고
도대체 빌어먹을 아무개는 누구냐는 따지는 말을 듣고
더러는 고소하겠다고 위협을 받기도 하며
준비된 멘트의 첫마디를 떼자마자 수화기 너머로 신호음만 울리는 것을 들었다.
 
나는 그러면 해당 번호에 X자나 찍찍 긋고
돈벌려면 더러운꼴도 봐야한다면서 괜히 500ml 생수병을 통째로 마셔보려고 발악도 떤다
정신줄을 놓고 길을 걷다가 발에 채인 신사임당을 쥐는 행운처럼
매우 가끔 영업에 성공하기도 하지만 그때의 쾌감은 다시 다른 번호를 거는 순간 사그라든다.
 
돈벌기 싫다
일반적인 의미의 고객센터 알바로 착각했던 나도 싫고
이 되먹잖은 멘트를 해야하는 상황도 싫다
책임자는 누구인가?
그런거 없다
 
어차피 전화 받는 사람들은 '아 씨발 또 이딴 전화'라며 싫어한다
당연한 소리다
결국엔 가입하라는 전화인데
그걸 이해하고 있는 난 차마 욕을 할 처지는 아니지
하지만 역시 전화기 너머로 쌍욕을 감수하거나, 목청 높여가며 영업을 시도하다가
매몰찬 뚜-뚜-거리는 기계음도 싫다
 
무엇보다도 돈을 벌려면,
그놈의 돈을 만져보려면
'남의 돈 받아먹기 힘들다'는 말이
소름은 끼치고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싫다.
 
뭐든 꼬투리 잡고 따지고 싶지만 그 꼬투리를 잡을 건덕지조차 없다는 것을 스스로 너무 잘 알아버리자
울화통을 풀 방향은 갈길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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