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정치가 뿌리내린 유럽의 정치인들 중에는 6선, 7선 의원이 많습니다. 유권자들은 그런 의원이 시민의 이익을 잘 대변하고 정부의 행정을 견제, 감시하는 일에도 노련할 거라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어떻습니까? 선거철만 되면 각 당이 개혁공천이란 것을 통해 살생부를 작성하고 이 와중에 4선 이상의 경험많은 정치인이 대거 공천을 받지 못합니다. 그리고 정치경험이 일천한 외부 인사들이 공천되고 유권자들은 이런 것에 열광합니다. 이들이 정치판에 들어가서 뭔가를 바꿔줄 거라 기대하면서 말이죠. 한국의 유권자들은 4선 이상 의원을 정치의 때가 잔뜩 묻어서 더럽고 썩었고 무능하다 생각하며 비록 경험은 적지만 초선의원이 시민의 목소리에 귀도 기울이고 일도 열심히 하리라는 기대를 합니다. 이런 오래된 정치인을 더럽다 생각하고 물갈이, 수혈을 중시하는 정서 속에 이명박이 외부로부터 들어와 대통령자리까지 해냈고 문국현은 대통령은 되지 못했지만 정치 경력 하나 없이도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정당들은 반기문, 박원순 같은 정치에 때가 묻지 않은 외부인사들을 영입하고 싶어합니다. 그게 표가 되는 일인 걸 아니까요. 지금의 안철수 출마사태도 이와 같은 정서에서 비롯됩니다. 물론 외부인이라고 공직을 맡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안철수가 언제 서울시 운영에 대한 철학이나 서울의 문제점에 대해 생각을 얘기한 적이 있었습니까? 공직 경험도 없고 특별한 상관도 없는 사람을 단지 신선하다는 이유로 자리에 앉혀놓고 기대를 잔뜩 보내다가 냉소로 돌아서는 일.. 이 사태를 보니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