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응급실이야기 8.2 봉사자로 만난 식품영양학과 교수님과 대화
게시물ID : readers_233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원칙과정의
추천 : 3
조회수 : 94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2/24 18:54:54
옵션
  • 창작글

요셉의원에서는 의료인이 아닌 일반 봉사자로서의 남성을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직원으로 계신 분들 외에 남자 봉사자들은 1층에서 출입구를 맡고 계시거나 예비 신부님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보통 일반 봉사자의 대부분은 여성입니다.


어제 저녁 진료 때 간호사실에 빨간 티셔츠를 입은 건장한 남성 한 분이 환자의 혈압과 체중 재는 것을 돕고 계신걸 보고 왠지 어색해 제대로 인사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오늘 낮 진료를 위해 요셉의원에 도착하니 그 분이 같은 자리에 앉아 계셨습니다.


환자가 잠시 끊긴 틈을 타 인사를 나누었는데 알고 보니 식품영양학과 교수님이신데 방학을 맞아 일반 봉사자로 요셉의원에서 활동 중이라고 하셨습니다. 마침 고혈압 당뇨 치료에 간과되는 부분인 식이요법에 대해 여러 가지로 고민 중이었던 터라 조언을 듣고자 말씀 나누길 청하였습니다.


요셉의원 2층에 올라오면 처음 만나게 되는 접수실과 약국 입니다


평소 교수님 또한 약물치료 이전에 질병의 예방차원에서 일상 생활에서 먹는 음식의 치료적 기능을 고민하고 계셨다고 합니다. 농작물 생산부터 식탁에 오르는 음식의 조리방법까지 바른 먹거리를 추구하는 과정을 그대로 살린다면 부작용이 없는 장점을 살려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 한 축이 될 수 있을 텐데 지금까지는 식품영양학이 그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러분은 인지하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의외로 의사는 영양학 부분에 대해 아는 바가 적습니다. 간호사 수업엔 간호영양학 이란 수업이 있다고 하는데 저희는 따로 커리큘럼을 통해 배운 기억은 없습니다. 고혈압 당뇨를 처음 진단받게 되면 약물치료 이전에, 또는 약물치료에 병행하여 식이요법 교육이 필요하고 이에 대해 따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의사가 환자 한 명 한 명 일일히 식단을 짜 주는 역할까지는 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기도 하고요.


태초 먹거리 참여중인 어머님들께서 만들어오신 정성 가득한 영양 식단


돌이켜 생각하니 저도 식품영양학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군요. 아내가 둘째를 임신했을 때 경도의 임신성 당뇨를 진단받았습니다. 임신성 당뇨의 어려운 점은 태아 보호를 위해 약물치료가 불가능해 식이요법에 실패하는 경우 바로 인슐린 치료가 필요하다는데 있습니다.


아내도 간호사인지라 그 위험성을 나름 심각하게 인지했는지 한 끼 한 끼 정해진 칼로리와 먹어야 할 과일 채소 종류를 정확하게 지켜 다행히 인슐린 치료 없이 건강한 둘째 아이의 출산까지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그 때엔 산부인과에서 영양사를 통해 식이요법 방법과 식단 구성을 가르쳐주고 근처 내과에서 따로 당 관리를 진행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참 간사하죠? 임신성 당뇨를 겪은 경우 이후 실제 2형 당뇨가 올 가능성이 높아 식이요법을 계속 유지해야 하지만 그게 쉽지 않더군요. 당장 하루 네 번 체크하던 혈당관리도 없고 아이 때문에 반드시 혈당을 잡아야 한다는 위기감도 없으니 이전 같은 철저한 식이 관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교수님은 이 부분에 대해 미리 짜 놓은 식단에 맞춰 건강식 반찬을 배달하는 방안과 미리 교육받은 영양사가 신청한 가정에 방문해 2-3일가량 함께 장보고 음식을 만들며 그 가정의 식단 구성을 바꿔나가는 방안을 구상해보고 있다 했습니다. 물론 비용 부분의 현실성은 다시 고려해봐야 할 겁니다.


태초 먹거리 1기 리더인 이의준 님이 차려주신 건강과 맛을 함께 챙긴 저녁상~


요즘 제가 관심 갖고 배우고 있는 태초 먹거리 운동에서도 같은 고민이 보입니다. 지금의 우리 식탁에 오르는 먹거리가 여러 면에서 건강과 점차 멀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밖에서 사 먹는 음식은 상품성을 위해 짜고 맵고 달게 자극적인 맛으로 덮여있고 그 원료는 원가절감과 부패방지를 위해 여러 가지 해로운 물질로 가공이 되는 상황입니다. 집에서 음식을 해 먹더라도 농산물과 축산물 등 재료의 안정성에 확신을 가지기 어렵고 무농약 유기농 재료는 비싸 쉽게 접근하기 힘듭니다.


이런 현실에서 소비자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생산자 입장에선 돈 되지 않는 건강한 먹거리 생산은 쉽지 않을 겁니다. 현명한 소비자가 늘어나면 생산 과정에 대한 감시 능력이 강화되고, 관련된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에 따라 건강한 먹거리 생산이 탄력을 받게 되는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 교수님과 대화가 필요한 상황이 자주 올 것 같습니다. 함께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될 지도 모르죠. 짧은 만남과 대화였지만 의미 있는 연결을 이어나가고자 연락처를 교환하고 인사드렸습니다. 오늘도 봉사활동을 갔다가 오히려 많이 배워 온 하루입니다.


---


지난 글 목록


응급실이야기 1.1 심장에 온 감기 http://todayhumor.com/?readers_22425
응급실이야기 1.2 터질듯한 심박동, 타버릴 것 같은 내 심장 http://todayhumor.com/?readers_22431
응급실이야기 1.3 두통으로 와서 대동맥 박리를 진단받기 까지 http://todayhumor.com/?readers_22445
응급실이야기 1.4 응급상황, 남의 일이 아닙니다 http://todayhumor.com/?readers_22456
응급실이야기 1.5 심폐소생술을 배워야 하는 이유 http://todayhumor.com/?readers_22465
응급실이야기 1.6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심폐소생술 팁 http://todayhumor.com/?readers_22480

응급실이야기 2.1 추운 겨울날, 고구마 장수 아저씨 http://todayhumor.com/?readers_22495
응급실이야기 2.2 출동 중 사고를 당한 구급대원 http://todayhumor.com/?readers_22501
응급실이야기 2.3 응급하지 않은 응급실 환자들 http://todayhumor.com/?readers_22520
응급실이야기 2.4 진료실 폭력과 위협, 누가 피해자인가? http://todayhumor.com/?readers_22535
응급실이야기 2.5 보호자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일까 http://todayhumor.com/?readers_22544
응급실이야기 2.6 만성복통 그리고 의료전달체계 http://todayhumor.com/?readers_22580
응급실이야기 2.7 만성질환에 관한 응급실 이용 팁 http://todayhumor.com/?readers_22599

응급실이야기 3.1 신혼여행에서 만난 인연 http://todayhumor.com/?readers_22616
응급실이야기 3.2 새 생명의 탄생, 그 감동과 험난함 http://todayhumor.com/?readers_22635
응급실이야기 3.3 새 생명의 탄생, 차디찬 현실 http://todayhumor.com/?readers_22663
응급실이야기 3.4 아동학대,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 http://todayhumor.com/?readers_22688

응급실이야기 4.1 아이가 아프다 하면 아빠는... http://todayhumor.com/?readers_22707
응급실이야기 4.2 엄마는 아플 겨를이 없다 http://todayhumor.com/?readers_22726
응급실이야기 4.3 아빠의 마음을 알아채지 못하고 http://todayhumor.com/?readers_22736
응급실이야기 4.4 옆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http://todayhumor.com/?readers_22766
응급실이야기 4.5 당신만이라도 행복할 수 있을까 http://todayhumor.com/?readers_22810
응급실이야기 4.6 소아 환자를 위한 응급실 이용 팁 http://todayhumor.com/?readers_22831

응급실이야기 5.1 소주, 이대로 둬도 괜찮을까 http://todayhumor.com/?readers_22848
응급실이야기 5.2 술 취한 아버지들의 슬픈 뒷모습 http://todayhumor.com/?readers_22883
응급실이야기 5.3 알코올 중독과 관련한 응급실 이용 팁 http://todayhumor.com/?readers_22908
응급실이야기 5.4 갑작스런 외할아버지와의 이별 http://todayhumor.com/?readers_22915
응급실이야기 5.5 선생님 가족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http://todayhumor.com/?readers_22949
응급실이야기 5.6 암환자 가족을 위한 응급실 이용 팁 http://todayhumor.com/?readers_22997
응급실이야기 5.7 응급실에서 세상을 보다 http://todayhumor.com/?readers_22998

응급실이야기 6.1 비 오던 그날, 혼잡했던 응급실 http://todayhumor.com/?readers_23018
응급실이야기 6.2 두 여고생의 교통사고 http://todayhumor.com/?readers_23028
응급실이야기 6.3 두부 외상에 관한 응급실 이용 팁 http://todayhumor.com/?readers_23057
응급실이야기 6.4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http://todayhumor.com/?readers_23058
응급실이야기 6.5 척추 전문 의사에게 찾아온 위기 http://todayhumor.com/?readers_23106
응급실이야기 6.6 손을 다쳤을 때 응급실 이용 팁 http://todayhumor.com/?readers_23107

응급실이야기 7.1 의료사고의 위험지대 http://todayhumor.com/?readers_23143
응급실이야기 7.2 두 시간 동안 잊힌 할아버지 환자 http://todayhumor.com/?readers_23144
응급실이야기 7.3 할머니의 위험했던 순간 http://todayhumor.com/?readers_23223
응급실이야기 7.4 의료사고는 우리 가까이에 있습니다 http://todayhumor.com/?readers_23224
응급실이야기 7.5 메르스 대란 중 자가격리를 시작하며 http://todayhumor.com/?readers_23261
응급실이야기 7.6 메르스 대란 중 자가격리를 #2 http://todayhumor.com/?readers_23262
응급실이야기 7.7 메르스 대란 중 자가격리를 #3 http://todayhumor.com/?readers_23263

응급실이야기 8.1 뉴스펀딩 후원자님과 만남, 그리고 세가지 기적 http://todayhumor.com/?readers_23295
출처 https://brunch.co.kr/@csj3814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