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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젖은 카스테라
게시물ID : freeboard_12049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알껨
추천 : 2
조회수 : 58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2/25 03:07:52
어릴적 부모님은 지나친 시집살이 덕에 
아버지가 어머니를 대리고 좁디 좁은 울릉도 섬마을에서 
택시비 3만원만 들고 물을 건너 나와 포항에서 
시작할 만큼 우리집은 찢어지게 가난했지

섬마을 출신인 아버지가 하실 줄 아는 건 뱃일 뿐이 없었던 탓에
작은 오징어 배에 몸을 싣으며 받은 가불로 겨우
구룡포 어촌에 작은 단칸방을 얻을 수 있었어

그 방에는 하루 종일 갓난 아기를 안고 남편을 기다리는 어머니뿐이였지 
어느날 밤에 흘러 들어오는 연탄가스 탓에 겨우 아이를 안고 집밖을 기어나와 
병원비가 없어 구룡포 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아이를 부둥켜 안고
호흡이 돌아 올때까지 하염없이 울던 어머니였어

그렇게 우리는 몇 년을 그 지독하고 외로운..
바다와 육지의 경계선에서 가난과 싸우고 있었어

어릴적 엄니가 간간히 내주시던 동전 몇푼으로
자주 바꾸어 오던 카스테라에 우유까진 차마 사먹을
형편이 안되서 그저 맹으로 입에 구겨넣다가

어린 목의 기도를 막아 쓰러졌던 후...

어머니는 어린 아들이 또 동전으로 카스테라 하나를 바꿔 
손에 줘고 오면 항상 손에서 그 것을 뺐으셨지
그리곤 주방에 가서 손에 물을 묻혀 
카스테라를 젖은 손으로 동그랗게 꽁꽁 싸서 
다시 내 손에 줘어 주셨어

물기가 가득 배어 있는 그 축축하고 동그란 카스테라는
어린 목으로 넘기기에 참 안성맞춤이지

그때 그 것이 어찌나 맛있었을까?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지나치게 술에 취한
다음 날이면 가끔씩 내 자취방 주방 위에 
물에 젖은 카스테라가 술주정으로 놓여져 있었으니...

사실 그거 참 맛없어

하지만 나는 그 맛을 알아 가난이 어떤건지
알고 있어.....라고 이야기 할 수없어

내가 잘 기억 못하는 유년기를 벗어난 후 
우리 가족은 정말 승승장구 였거든...

아버지는 결국 큰 오징어배의 선주가 되셨고
어머니는 4층짜리 건물 두 채의 주인이 되셨어

하지만 항상 두 분은 가난에 힘들었던 과거를 
기억도 나지 않는 나에게 자주 경각 시키셨어
사춘기의 아이에겐 정말 고리타분 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이지

하지만 30줄을 넘어 혼자 객지 생활하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지금...
난 그 카스테라가 참 맛있었던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방송도 열심히 하고 일도 열심히 하자
혼자 힘으로 일어나야해...
아니지.. 넉넉한 부모님으로부터 부여 받은 
기회비용은 이미 혼자 힘은 아니겠지만...
스스로 해결하자 이제 부터라도..

넌 다시 카스테라를 이제 니 손으로 물을 묻혀 먹어야 하잖아
출처 내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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