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 늙은 대딩누나를 둔 남동생이어요.
어이가 없음으로 음슴체.
수능도 끝났겠다 대학도 붙었겠다 집에서 당당하게 놀고 있는 망나니 아들과
마침 방학이겠다 집에 내려와 온갖 농수산물과 축산물을 빨아들이는 철면피 딸이 못마땅했는지
저녁식사 후 엄니 왈 "가위바위보해"
음 이건 설거지다.
우리는 뒤집어씌우기 바빴음.
누나: "야 니가 해. 나 오늘 집안일 때문에 심신이 아주 피로해"
나: "됐거덩. 내 마카롱 훔쳐먹었으면서 양심도 없나?"
사실 누나가 집에 오기 전 아빠가 마카롱 한 박스 들고왔던 거임.
오호라 기회로다. 당연히 난 젤 맛없는 세개(흑깨, 녹차, 이상한거) 빼고 홀라당 다 잡숴드셨음.
누나가 도착해서 나 안보는 사이 그 세개를 다 먹어치웠는데 아마 날 보고 '불쌍한놈ㅋㅋㅋ' 이란 생각을 했던 게 분명함.
난 식탁으로 돌아와서 "내 마카롱 어디갔떠?!! 그거 내꺼였다고!!..." 남우주연상급 연기를 펼쳤고
누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로 화답함. 후훗 덫에 걸렸군.
쨌든 이 거짓 마카롱 양심규탄에 누나의 양심은 흠칫 놀란듯 했음.
이 틈을 타 "고마워!" 라고 조의를 표한 뒤 도망치려 했지만 발목을 붙잡혔고
나는 최후의 발악을 함.
"그래 내가 할게!"
회심의 미소를 띄며 한마디 덧붙임
" '나는 양심이 없다!' 라고 말하면 내가 할게."
가족 모두가 배잡고 넘어갔음.
누나는 너무 웃겨서 콧구녕이 막혔는지
"아 잠깐만. 잠깐만 있다 할게" 라고 함. 허참...
결국 내가 설거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