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때 오락실에 네다섯명의 일행이 있었고 전부 오락중이었는데 나만 웬지 '이 나이 먹고..' '민망하니까...' 라면서 피규어뽑기는 커녕 게임도 안하고있었음
마침 그날의 오락기 총 점수랭킹이 대형전광판에 떠있었는데 우리 일행중 하나가 1위였음 그때 마음이 잡힘
바로 인형뽑기에 돈넣고 한방에 뽑음
뭔가 어린애처럼 기뻐서 배시시 웃으니까 그녀도 날 보고 싱긋 웃어줌
이후엔 파죽지세였음 평소 해보고싶던거, 체면때문에 못하던 게임 전부 도전해봄 결과는 놀랍게도, 대형 전광판 1위 자리에 제 이름이 올라갈정도.
2위로 밀려난 지인은 귀엽게 화를 씩씩 냈고 (쪼그만 여자애였음) 주변 지인들은 네가 오락기같은걸 할줄은, 그것도 잘할줄은 몰랐다며 놀라워함
나는 호무라 피규어를 꼭 쥐고 이것저것 게임 노하우관련 질문들을 받아주다가 이제 곧 죽겠지..라고 생각하고있었음
모두 각자 할일을 하러 돌아가고 아까 그녀와 나 단둘이 남음
"이제 죽는거죠?" "응, 죽어.'"
한숨이 저절로 나왔음 "하아.. 그래서, 얼마나 남았어요?"
막상 1위랭크 하고 원하던 피규어도 가지니까 죽는다는게 약간 겁이났음
그녀는 다시 싱긋 웃음 "몰라."
"...네?" "언제 죽을지는 몰라,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혹은 100년 후일지도 모르지?" "잠깐, 그건.."
"인간은 언젠가 죽기 마련, 꺄하하하!"
게임 대사를 따라하는 그녀를 보니까 짜증이 울컥 솟았음 "아니 지금..!!"
그녀는 내 말을 가로채며 말함 "어차피 언젠가 죽을껀데, 하고싶은건 해봐야하지 않겠어?"
그리고 전광판을 턱짓함 무의식적으로 처다보니까 2위였던 애가 1위를 탈환했음
"안그래? '전'챔피언씨? 자 뭐해, 다시 1위를 탈환하러 가야지?"
전광판 위엔 화려한 이펙트로 순위가 뒤바꾸고 있었음 "..물론이죠" 싱긋웃으며 따라오는 그녀를 뒤로하고 다시 오락기로 향하면서
끝.
이제부터 본문인데, 늘 꿈은 현실의 기억을 재구성한것 뿐이다, 라고 생각하지만 종종 이렇게 현실의 나를 꾸짖는 꿈을꾸면 정신이 번쩍 듬 물론 꿈이었지만, 주인공이었던 사람은 여러가지로 보나 '나'였음 체면과 부끄러움 등등 때문에 포기 한게 샐수없이 많은데 그때 내가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행복했었을까요. 그런 꿈을 꾸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