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에서 산후조리원 관련 글을 보고, 마침 제가 얼마 전에 본 캐나다 조산사의 출산수업 영상이 떠올라서 갖고 왔습니다.
(제가 출산수업 영상을 한국어, 영어로 된 것 이것저것 보기도 하고 일본 병원이나 지자체에서 하는 것도 참가해봤는데, 이 영상이 지금까지는 최고입니다. 너무 좋아서 원작자에게 연락해서 한글 자막 달까 생각중입니다.)
제가 보여드리고 싶은 건 30분 53초부터 약 7분간 이어지는 내용인데 한국어 자막은 없어서, 제가 번역해봤습니다.
*********여기서부터 동영상 수업 내용*********
아까 얘기했듯, 임신 전 자궁은 서양배를 거꾸로 둔 모양이고, 매우 작아요. 임신 때는 세로가 30센티미터 정도까지 커지죠. 출산 후에는 이렇게 커졌던 자궁이 원래 크기와 비슷한 정도로 다시 작아져야 해요. 똑같아질 수는 없어요. 그래서 출산 후 생리량이 많아져요. 자궁 표면이 넓어지니까요.
자궁 아래쪽에 이렇게 골반이 있죠. 여기가 배꼽이구요. 아기를 밖으로 내보낸 직후, 자궁 윗부분은 여러분 배꼽 정도까지 내려옵니다. 이때, 여러분 방광이 꽉 차게 되면 자궁 윗부분을 윗쪽으로 밀어 올리게 돼요. 그러면 출혈이 생깁니다. 그러니까 출산한 엄마들은 화장실에 자주 가야한다는 것을 꼭 기억하세요. 자궁의 과다출혈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에요.
태반 얘기했던 거 기억하시죠? 보통 요정도 크기(*화면을 보면 손바닥 2개 크기) 정도입니다. 이 부분이 자궁 벽에 붙어있었던 거에요. 태반이 붙어있었던 모든 자리에 혈관이 있을 수 있겠죠. 그러니 여러분은 자궁을 작게 줄인 상태를 유지해야 해요. 자궁이 수축하면서 태반이 있던 이 넓은 면적이 이렇게 줄어듭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너무 피곤하거나 계단을 너무 많이 오르내리거나 화장실을 참아서 자궁을 넓힌다거나 하면 태반이 붙어있던 자리가 다시 벌어지겠죠. 그러면 결국 분만후출혈로 이어집니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엄청나게 건강한 운동형 인간이라 해도, 최소 출산 후 첫 3주 동안은 그걸 증명하려 하지 마세요. 전혀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출산 후 2~3일 뒤에 잠깐 밖에 나가서 5분~10분 정도 걷는 건 좋아요. 하지만 정말로, 자궁이 골반까지 내려올 정도로 줄어들 때, 확실히 줄어들어서 더 이상 피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는 쉬세요.
(청중이 질문하지만 들리지 않음…)
네, 말씀하신 대로에요. 영화 좀 보고, 좋은 책을 읽고 주변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먹는 거죠.
이 중에서 관련된 내용을 읽으신 분이 있을 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재미있는 현상이 있어요.
뉴욕과 토론토에서는 많은 중국과 인도출신 중산층과 상위 중산층 사람들이 출산 후 첫 한달동안 자신들의 전통적인 산후도우미를 채용하는 방식로 되돌아가고 있어요. 고국에서는 다들 산후도우미를 썼지만, 북미쪽에 와서는 그래도 될 지 자신이 없었던 사람들이죠.
이런 전통 산후조리의 규칙들은 사실 아시아 지역을 비롯한 많은 지역에서 비슷해요. 기본적인 생각은 “출산 후 산모들은 첫달 동안은 집밖으로 많이 나가선 안되고, 돌봄을 받아야 한다”는 거에요. 아기를 보는 것에 도움을 받으면서 회복을 하는 거죠. 산모들이 떠받들여지는 거에요. 좋은 의미로 떠받들여진다는 겁니다.
이 비즈니스가 아주 번창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주 흥미로워요. 이 일에 종사하는 중국과 인도 출신 여성들은 출산 후 한달 동안의 산모와 신생아를 돌보는 것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산모와 아기를 돌보고 무리하지 않도록 침대 근처에만 머물게 하면서, 빨래와 요리도 하죠. 그건 좋은 거에요.
“자연분만은 이렇게 기능해야 한다”라는 큰 오해가 있어요. 왜 이런 오해가 생겼는 지는 이해해요.
1950~60년대의 북미에서는 산모들을 침대에 묶어놓고 마취제를 투여한 뒤 회음부를 절개하고 겸자를 사용했죠.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출산을 “치료”한거에요. 아주 나쁜 방식이었죠.
그래서 출산운동의 일환 및 정상 자연분만이라는 개념에서 “산모는 병자가 아니다”라는 것을 증명하려 한 부분이 있어요. 아픈 게 아니란 거죠.
거기서부터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자연 분만 뒤 곧바로 아기를 들고 움직일 수 있다”는 신화가 만들어진 거에요. “농경사회의 건강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은 애 낳자 마자 밭으로 나갔다” 같은 거요. 이게 얼마나 제정신이 아닌 소리인지 말도 못하겠네요.
왜냐면 거의 대부분 거의 모든 전통문화에서는, 보통은 여자들이 매일같이 힘든 일을 해야하는 곳이라 하더라도, 출산 후 3~6주 동안은 다른 사람들의 돌봄을 받았어요. 물론, 아기를 낳자마자 밭 매러 갈 수 있는 아주 소수의 사람들이 있을 수 있죠. 소수의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하니까요. 하지만 이건 기이한 판타지에요. 그런 소수의 사람들은 있을 수 있지만, 그게 여러분의 모델이 될 순 없어요.
전 산모 중에 출산 3일만에 쇼핑몰에 갔다는 사람 얘기 같은 걸 들으면 슬퍼요. 그런 사람들은 나중에 모유수유에도 문제가 생겼다는 등의 얘기가 나오거든요.
회복하는 것도 일종의 일이에요. 우리가 별로 익숙하지 않은 수동적인 형태의 일이죠. 그냥 앉아서 수분섭취를 많이 하고 느긋하게 쉬는 게 일인 거에요. 집에만 있는 게 갑갑해서 견딜 수 없으면 첫 2~3일 뒤에 밖에 나가서 5~10분 정도 걸어요.
자궁이 골반까지 내려오는 게 2주 정도 걸려요. 그때까지는 격렬한 활동은 하지 말아요. 계단도 오르내리지 말고, 무거운 것도 들지 말고, 머리 위로 손을 뻗는 동작도 태반이 있던 자리가 벌어질 수 있으니 하지 말구요. 잠깐 덧붙이자면, 공장 작업라인에서 머리 위로 손을 뻗는 동작을 자주하는 여성들은 유산률이 더 높아요.
그러니 여러분이 건강하고 아프지 않더라도 최소 2주동안은 격렬한 활동은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그 뒤로부터 서서히 하시구요. 6주쯤 되면, 하고 싶은 거 아무거나 하셔도 됩니다. 개인적으로 크로스핏 트레이닝은 추천하진 않지만, 그게 하고 싶은 사람은 가서 하세요. 하지만 첫 2~3주 동안은 안됩니다.
그리고 출혈량(오로?)이 늘어난 것 같으면 일단 아기를 여러분 가슴 위에 올리세요. 화장실 자주 갔는지 확인하고, 아기를 가슴 위에 올립니다. 그래도 좋아지지 않는 것 같으면 언제든 여러분 담당 조산사에게 연락하세요.
*********여기까지 동영상 수업 내용*********
물론, 지금 서양에 산후조리라는 개념은 우리나라처럼 확립되어있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게 옳은 건 아니죠.
저희 남편의 외할머니는 슬로바키아 출신이세요. 올해로 아흔이 넘으셨습니다. 외할머니는 5명의 아이를 자연분만으로 낳으셨는데, 매번 병원에서 7일~10일 정도 입원하셨었대요. 아이를 낳은 다음 날 퇴원하는 게 미국의 오랜 전통이 아니라는 거죠.
저희 시어머니도, 남편과 시누이를 낳고 다음날 퇴원하셨다고 하시면서 일본에서는 일주일 정도 입원한다고 얘기했더니 "그거 정말 좋다. 그렇게 되어야 해. 미국은 빌어먹을 보험제도 때문에 산모들이 너무 무리해"라고 하셨구요.
일본에도 산후조리원은 없지만, 산후조리가 없는 건 아니에요.
위에도 썼듯, 일본에서는 출산 후 일주일 정도 입원하기 때문에 산후조리원의 기능을 병원에서 어느 정도 맡아줍니다. 제가 아이를 낳을 종합병원은 자연분만의 경우 초산부 6일, 경산부 5일 입원합니다. 병실은 6인실, 4인실, 독실(화장실 구비, 샤워는 공용)이 있고 6인실은 기본요금(얼마인지 모르겠네요...)이지만 4인실은 3500엔/일, 독실은 8000엔/일의 추가요금을 내야합니다.
위 요금은 다른 것 다 빼고 입원실 이용료만입니다. 여기에 밥값, 각종 물품(입원복과 패드 종류 등등) 이용비, 의료비, 아기 관련한 비용은 따로 추가됩니다. 자연분만의 경우 모든 비용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서 100% 본인부담이구요. 종합병원이라 당연히 마사지다 뭐다 하는 서비스는 없어요. 그래도 그 6일동안 밥 걱정 안하고 수유전문가에게서 수유 지도 받고, 아기 돌보는 방법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고 하니 저는 감사할 따름입니다.
잠깐 덧붙이자면, 제가 가는 병원은, 독실만 병문안 온 사람이 병실로 들어갈 수 있고, 그외 다인실은 모든 면회가 면회장소에서만 면회시간(13시~19시)동안에만 가능합니다. 저는 최대한 남편과 함께 있는 시간을 늘이기 위해 비용이 들더라도 독실 쓰기로 했어요.
물론, 병원에서의 6일만으로는 산모의 회복이 완료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친정에서 산후조리를 합니다. 아예 출산준비를 친정 근처에서 하는 경우도 있고, 산후조리만 친정에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약 70%정도는 산후를 친정에서 보낸다고 합니다.
이국 땅에서 아이를 낳는 저를 걱정하는 주변 일본 여자분들이 다들 "산모는 몸을 따뜻하게 해야한다, 무거운거 들지마라, 찬 물 마시지 마라, 한 달 정도는 밖에 나가지 말고 푹 쉬어라"라고 말하는 걸 보면 근본적인 생각 자체는 비슷한 것 같아요. 중국에서 오래 산 친구가 중국이나 대만도 비슷하다고 하더라구요.
이 영상을 남편과 함께 보고, "미국 여자들은 산후조리를 못해서 어떡해... 힘들겠다..."라고 했더니 미국인 남편이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물론 전문 시설에서 요양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 하지만 대신 미국의 경우 한국에 비해서 주거환경이 좋고(집이 넓고 안락하다?), 남편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길고, 가사와 육아 분담을 더 많이 하니까 한국하고 동일선에서 비교할 수는 없어"라고 합니다.
저는 산후조리원이 꼭 필요하다고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산후조리에 대한 개념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고, 오히려 일반적이라는 것, 각 나라의 조건이나 환경에 따라 그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싶었어요.
한국의 환경에서는 산모들이 가장 효율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시설로 산후조리원이 유용하기 때문에 생긴 지 20년 정도밖에 안된 이 시설이 지금처럼 대중화 될 수 있었겠죠. 일본의 경우만 봐도 병원에서의 출산 비용 자체가 비싼데다가 전반적으로 서비스업종의 비용이 비싼 편이라 한국의 산후조리원 같은 시설을 만들려고 하면 매우 고가가 될 수밖에 없으니 널리 퍼지진 않을 것 같지만,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용 가능한 서비스가 생기면 어느 산모라도 이용하고 싶을 것 같아요.
글이 괜히 길어졌네요. 추위가 매서운 2월, 일본의 북쪽 지역에서 아이를 낳을 저의 가장 큰 산후조리 비용은 난방비가 될 것 같습니다. 집안의 모든 등유히터기를 풀로 돌리려구요. 지구온난화의 주범, 내가 되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