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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시 같아 보이는 글을 적었습니다.
게시물ID : readers_114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活人
추천 : 2
조회수 : 23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1/23 20:38:22
 
어떤 길을 걷든지 
-올레 10
                           活人
 
머리 속이 뒤죽박죽 어지러워
밤마다 이불을 발로 뻥뻥 차고
베갯잇에 얼굴을 묻고 소리지를 때도 있다면
그 길로 가보는 건 어때?
가고 나도 무에 바뀌는 게 있겠어하지 말고
속는 셈치고 한 번 가 보는 거야
 
조금은 흉물스레 보이는 항구를 벗어나면
결코 길로는 보이지 않는 바위들이
한 번 와 보라는 듯 떡 하니 한 자리 잡고 있을 거야
의심 들고 헷갈리는 길 같지도 않은 것이
사실은 진짜 길이란 말이지
파도가 오랜 세월 깎아놓은 따가운 바위를 헤집다 보면
밑도 끝도 없이 이어진 바다와 그 바다를 쉴 새 없이 끌어 안는 모랫길이
앞으로의 여정을 말해줄 거야
 
푹푹 꺼지는 발을 힘겹게 옮기며
뺨을 얼얼하게 하는 바닷바람을 맞아도 좋아
어디까지 왔는지 뒤 돌아봐도 좋고
어디까지 가야 할지 먼 곳을 바라봐도 좋아
거창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내딛는 발이 분명
어디론가 원하는 그 곳으로 닿게 할 테니까 말야
 
파도가 푸른 빛으로 철썩이는 소리를 들으며
바다를 옆구리에 단단히 끼고 하늘을 외투 삼아
저 높이 눈 덮인 봉우리도 곁눈질 하며 걷다 보면
아주 아주 높은 언덕과 산들이 혀를 내두르게 할 거야
대체 저기를 무슨 수로 올라가야 할지  
영 감이 안 잡힐 거야 그래도 별 수 있겠어?
여기를 거쳐가지 않으면 영영 이 길의 끝에 닿을 수가 없을 테니까
 
헐떡이는 숨을 내 쉴수록 차가운 바람도 무색하게
더운 땀이 옷을 무겁게 만들고 두꺼운 외투도 던져버리고 싶을 거야
다리쉼도 하고 먼 바다를 바라보며 숨도 골라보고
잠시 앉아 바람이 해 주는 대로 몸을 맡겨봐
매섭기만 하던 바람이 길동무가 되어줄 거야
 
어느덧 오르막이 끝나고
솔 내음 가득한 오솔길에서 가슴을 트이고 지나오면
끝 없이 펼쳐진 들과 함께 멀리서 파도 소리가 들려올 거야
왠지 멀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지만
도통 걷고 또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을 거야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걸어보지만
저절로 투정을 부리고
왜 여기를 왔는지 후회가 절로 살아나겠지
 
하지만 멈추기에는 너무 일러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가려는 길이 분명
짧아지고 가까워지고 있으니
여기까지 왔다는 오기로 두 다리와 허리를 꼿꼿이 하고
주저 앉고 싶다 할 즈음엔 더러는 악다구니를 내 지르는 거야
 
그렇게 멀기만 했던 길에서 어느 순간
뱃고동 소리가 아스라이 들려오고 갈매기 울음이 반가워진다면
정말 멀지 않은 거야
이 먼 길을 거쳐왔다는 뿌듯함을 느껴도 좋아
분명 쉽지 않았고 막막했던 이 길을 
오로지 혼자서 모두 다 걸은 거야
 
얼마 남지 않았으니 조금만 더 힘을 내면
그래, 보이지 않고 예상할 수도 없었던 길이
이미 내 것이 되어 있을 거야
기뻐서 춤을 추고 소리를 질러도 누가 뭐라 하는 이 없이
어스름해진 바다가 초록 물결로 한 가득 안아줄 거야
 
여기까지 왔으니,
이 길을 오롯이 걸었으니
어떤 모진 길에 서 있더라도 분명
그 길을 다 걸어낼 수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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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제주도 여행 중입니다. 오늘이 3일째, 마지막 밤입니다.
어느 바닷가 게스트하우스에서 밤 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몇년 만에 글을 끄적여봅니다.
 
퇴고도 하지 않았고 그저 마음 가는대로 적은 것이라 맞춤법도 띄어쓰기도 틀렸을 것이지만
그저 마음을 뜻을 담아 적어보고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감상평 들려주세요
 
어디에 글을 올려야 할지 몰라 여기에 올립니다. 문제될 시에는 옮기거나 삭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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