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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메스 12화
게시물ID : readers_114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떠돌이참견꾼
추천 : 0
조회수 : 13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1/23 22:33:10
본 소설은 실제상황이 아닙니다. 가상의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아 이 씨.. 사람 긴장되게.. 올릴 거면 빨리 올려라 에이든..”

은주는 초조함에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은주에게 지금 이 순간은 폭풍전야와도 같았다. 하지만 예상 외로 모든 것을 휩쓸어 뒤집을 폭풍은 예상치 못한 시기에 아주 이르게 찾아왔다. 

드르르륵! 

휴대폰이 울렸다. 만복이었다. 만복은 스케줄을 위해 아침 일찍 전화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으므로 은주는 발신자 이름을 확인하고는 비교적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전화를 받는다. 

‘제발 아무 일도 아니어야 할 텐데…’


“누나, 일어나셨어요?”

만복의 목소리는 의외로 차분했다. 은주도 어느새 마음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응.”


“어제 많이 드셨는데.. 속 많이 뒤집히시죠?”


“좀 쓰리네.”


“어제 일 생각 안 나시죠? 큭큭..”


“한 두 번이냐.”


“놀라지 말고 들으세요.”


‘놀라지 말고 들으라니..?’ 


“검색어 순위 확인해보세요.”


‘검색어.. 순위..?’

은주는 떨리는 손으로 포털 사이트에 들어갔다. 혹시나, 역시나였다.

검색어 1위, 최인후
2위, 의료영리화
3위, 진보 장기집권계획
4위, 민자당
5위, 진성그룹
6위, 자민당
7위, …

‘제길, 왜 이 딴 건 예상이 들어 맞는 건데!’

검색어 순위 1위부터 10위까지 중 무려 8개가 의료사업건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이 정도면 사실상 전국민이 알게 되었다고 해도 무방했다.

‘근데, 최인후? 최 박사가 그렇게 유명한 인물이었나? 어떻게 검색어 1위 일 수가 있지?’


“확인하셨죠?”


“응..”


“그 녀석, 정식 뉴스 채널이 아닌 자기 블로그에 기사를 올렸더라구요. 그래서 회사나 당이나 지금쯤 소식 접했을 거에요. 저도 방금 검색어 순위에 뜨고 난 후에야 알았으니까..”


은주는 검색을 통해 에이든의 블로그에 들어갔다. 

[탐사보도] 진보세력 장기집권계획 1, 의료영리화

‘이거군..’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1년 전 의문의 제보를 받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진보세력의 장기집권계획이었습니다.)


그 문장 바로 아래에 장기집권계획 2쪽과 3쪽이 스캔되어 사진파일로 첨부되어 있었다. 총 351쪽에 달하는 해당 문건은 pdf 첨부파일로 따로 제공되었다. 
장기집권계획이라니.. 은주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1단계 자본확충, 2단계 자본주입, 3단계 장기집권)


전체적으로 보면 단순한 계획이었다. 하지만 단계 별 세부사항들은 시기, 금액, 시행 주체 등 매우 방대하고 치밀하게 적혀있었다. 전체 계획을 개략적으로 나타낸 곳이 2쪽과 3쪽이었고 나머지 348쪽은 모두 세부사항들에 관한 페이지들이었다. 


(각종 민영화 정책 등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끌어 모은다. 
모아진 돈을 아낌없이 투입해서 자본만능문화를 이 땅에 뿌리 박는다. 자본만능주의에 세뇌된 국민들은 통치하기가 수월하다.
우리가 쓴 돈이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되어 우리에게 권력을 가져다 준다. 

한 번 뿌리박히면 능히 백년을 간다.

의료민영화 – 진성그룹, 송은주
철도민영화 – 세화호텔, 정해성
…)

‘그래 맞아. 해성 선배가 철도사업 부분 추진위원장이었어. 그런데 민영화? 그건 처음 듣는 소리인데.. 그나저나 호텔기업이 철도산업을 운영한다니.. 제정신인가.. 뭐.. 토목∙건설 그룹인 진성그룹이 의료산업을 운영한다는 것도 창의적 발상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정도가 심하지 않은가.’

읽으면 읽을수록 해당 문건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 은주가 알던 사실들과 들어맞는 것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위에 첨부된 사진들이 바로 제가 제보 받았던 진보 장기집권계획의 개략적 서술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민자당과 자민당을 필두로 한 진보세력이 위 수순에 따라 국민들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개조하고 연립정부를 세워 장기 집권하고자 계획을 세웠다는 것입니다. 저는 경악했습니다. 이 자료를 쉽게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1년간 치밀하게 이 사건을 파헤쳐 왔습니다.)


그 문장 바로 아래에 에이든이 여태까지 이 사건을 어떻게 취재해 왔는지의 과정들이 사진들로 첨부되어 있었다. 이 사건과 관련한 모든 내용들이 빼곡히 적혀있는 화이트보드부터 계약을 위해 최 박사에게 접근하는 은주의 모습, 민자당과 자민당 대표의 비밀회동까지 정확히 100장의 사진들로 그간의 노력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부터 여러분들께 의료민영화, 철도민영화, 가스민영화, 수도민영화, 전기민영화로 구성된 5개 주요 자본확충 계획과 자본주입, 장기집권 계획들까지 모두 7개의 기사들로 진보 장기집권계획 탐사보도 시리즈를 선보이겠습니다. 오늘은 의료민영화입니다. 

의료민영화란 말 그대로 의료산업을 민간에 넘기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엔 이미 민간의료기관이 전체 의료기관 중 9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의료민영화가 의료기관의 민간 의료기관화를 뜻하는 것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고 있는 의료민영화란 의료기관의 영리화와 다르지 않습니다. 

현재 의료산업은 관련 법규들로 아주 강력하게 규제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의료보험을 들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라 하여 국가가 시행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 가입 환자들을 병원이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없습니다. 민간 의료기관이라 할 지라도 말이죠.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들이기 때문에 사실상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든 어디서든 국민건강보험의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민건강보험 환자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때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일괄적으로 책정한 가격으로만 제공해야만 합니다. 병원이 상품 가격을 자의적으로 정할 수 없습니다.

의료기관의 영업활동 또한 국가에 의해 통제받아 왔습니다. 주차장, 장례식장, 노인의료복지시설, 음식업 등 법이 허용하고 있는 일부 업종들을 제외한 모든 상업적 행위들은 일절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 외에도 원격진료,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 인수합병, 외국인 환자 유치 등 의료산업과 관련한 모든 것들이 규제∙제한되고 있습니다.

사실상 의료산업은 ‘계획경제체제’와 다를 바 없습니다. 이쯤되면 의사들도 공무원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의료기관의 영리화 추구는 이러한 의료산업 계획경제체제를 타파하는 것입니다. 경제학의 기본원칙인 수요공급의 법칙으로 의료시장을 자유화하겠다는 것입니다. 병원이 사기업과 다를 바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간단합니다. 외부 투자자들이 병원에 돈을 투자하는 대신 그 병원의 의사결정권 즉 주식을 받습니다. 주주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방향으로 병원이 운영되기 시작합니다. 

의사들이 더 이상 의사가 아닌 한낱 ‘서비스업 노동자’가 됩니다. 의료의 윤리적 지침을 담고 있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자본의 논리 앞에 무력하기만 합니다.

진보세력은 평양 경제자유구역에 영리적 운영이 가능한 주식회사 형태의 의료 영리법인을 하나 세우는 것을 기점으로 의료영리화를 이 땅에 뿌리내리고자 합니다. 선봉장은 막대한 자본을 지닌 진성그룹입니다. 진성그룹 송재현 회장의 차녀 자민당 송은주 의원이 정계와 재계를 잇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스타트 신호는 2014년 의원총선거. 세계적 경제위기와 동아시아 평화체제 위기로 진보세가 유례없이 성장하고 있는 현재의 분위기를 일대의 기회로 삼아 민자당과 자민당이 연립정부를 구성, 내각을 장악하고 내각의 정치적 권력을 이용하여 각종 민영화 정책 등 자본확충 계획을 실현시키겠다는 구상입니다. 진보세력이 과반수를 차지하게 될 의회는 내각의 입맛에 맞춰 발 빠르게 법안을 상정해나가기 시작할 것입니다. 자본확충 계획이 성공하면 확보된 자본을 이용 자본주입, 장기집권의 다음 계획들을 시행해 나가겠지요.

‘평양 진성 의료단지’는 외국인만 이용 가능하다는 조항 등 여러 법규들로 운영 전반을 합리적으로 제한하여 의료산업이 자본과 결합했다는 사실에 대해 국민들이 느끼게 될 거부감을 최소화하고 언론보도에서 의료민영화∙의료영리화와 함께 엮이게 되는 것을 경계하고자 했습니다. 
평양 진성 의료단지는 의료영리화에 대한 긍정적 여론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으로부터 벌어들이는 수익, 최첨단 의료시설, 사회봉사활동 등을 적극 홍보하여 의료영리화 지지세를 확보하고자 합니다. 이후 모아진 의료영리화 지지세를 기반으로 의료산업 관련 법규들을 차례로 개정하여 의료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 대한민국 의료산업 전체를 영리화할 것입니다. 

이 계획에 연루된 세력들은 제1야당 민자당, 급진진보 정당 자민당, 시민단체 자유자본연합, 비밀조직 ‘5인회’입니다. 

5인회는 제가 처음으로 세상에 내보이게 되었군요.. 제 기자 인생에 이런 취재를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5인회는 정치적 성향이 같은 재계 수장(首長) 5명의 비밀조직으로 이번 계획을 위해 10년 전 결성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토목건설 계의 대부(godfather) 진성그룹 송재현 회장, 호텔 계의 마이다스 손 세화호텔 최승돈 사장, 전자부품 계의 이단아 고려전자 유화 사장, 금융 계의 영원한 1인자 굿머니그룹 차치수 회장 그리고 식품 계의 여제(女帝) 오감그룹 임상아 회장이 5인회 멤버들입니다. 22번째 사진에 나와있는 대저택이 바로 5인회의 주된 회합 장소인 차치수 회장의 별장입니다. 5인회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은 지속적으로 모임을 가져왔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5인회는 각자 민영화된 의료, 철도, 가스, 수도, 전기산업을 하나씩 나눠 가지기로 약속하고 있습니다.

민자당, 자민당이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자유자본연합이 여론전을 담당하며 5인회가 자금줄을 댄다라는 엄연한 역할분담체계가 있는 일종의 프로젝트 팀입니다. 제가 이름 붙이기를 '진보 장기집권계획 추진 위원회'.. 뭐 그렇다고 해두죠.

더욱더 경악할 만한 사실은 5쪽 ‘처녀집권 계획’에 있습니다.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0년의 장기간 동안 시행되어 왔던 이 계획에는 진보세력이 세계적 경제위기나 동아시아 평화체제 위기를 적극적으로 나서서 홍보하고 더 나아가 조성까지 해왔다는 사실들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특정 세력이 여론을 자기 멋대로 주도해왔던 것입니다. 이는 민주주의 정치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범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2014년 신년 자민당 당원 총대회에 유례없이 수 많은 지지자들이 모습을 드러내 나라를 뒤흔들었던 사건도 희대의 사기극이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지자 나눠주기와 의도적 지지자 코스프레로 자민당의 지지세가 높아졌음을 과시하기 위해 일(日) 단위의 치밀한 계획을 세웠던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기사를 모두 읽고 나니 어느새 수 많은 문자들과 부재중 통화 기록들이 핸드폰에 도착해 있었다. 은주는 앞으로 펼쳐지게 될 난국에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하는 것인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것인지,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는 것인지 몰라 갑갑했다. 한편으론 어리둥절했다. 자신이 이런 엄청난 계획의 일부분이었다는 사실을 그동안 모르고서 행동해왔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끊임없이 의심을 했다. 이것이 진정 사실일까.. 속으로는 이미 확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주는 만복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에이든인가 뭔가 그 자식은 지금 어때? 안전해?”


“저.. 그게..”


만복은 대답을 망설였고 은주는 불안했다. 


“뭔데, 빨리 말해!”


“회장님께서 움직이셨습니다.”


은주가 인터넷 창을 새로고침 하자 방금 전까지 보고 있었던 글을 어느새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안 좋은 예감이 또 다시 들어맞고 말았다는 확신이 들자 은주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러다 심장이 뻥하고 터져버리지는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가슴이 참을 수 없이 갑갑해서 숨 한 번 쉬는 것이 어렵다. 가슴을 부여잡고 몇 초간 모여들었던 숨들을 툭, 툭 내뱉는다. 

헉, 헉.. 

몸이 뜨거워지고 그 때문인지 땀까지 난다. 책상에 놓여있던 뾰족한 연필심이 눈 앞으로 달려드는 듯한 환각에 빠진다. 시야가 급격히 좁아지고 물체들은 흐릿해졌다. 망막에 맺히는 모든 상들이 이어지지 못하고 서로 끊어져 있다. 


띵동!
… 


벨소리를 들은 끝으로 은주는 결국 정신을 잃고 말았다. 청각은 그녀의 감각들 중 가장 늦게 닫혔다. 그 날의 지옥이 무의식이 아닌 의식의 영역에서도 떠오르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스스로를 놓아버렸다.

은주가 다시 눈을 뜬 곳은 근처 한 병원이었다. 검안용 펜라이트가 비추는 불빛이 그녀를 깨웠다. 눈을 몇 번 깜빡이자 모든 것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정상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닫는다.


“에?”


“일어났어?”


‘이.. 현?’


“걱정했잖아.”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와 있는 거죠?”

‘이 시끼가 갑자기 왜 반말이지? 이래봬도 왕족이다 이건가..’


“나 못 알아보겠어?”

현이 태연하게 고개를 들이밀며 물었다. 조금만 더 다가온다면 입도 맞출 수 있을만한 거리까지 그가 접근해왔다. 은주의 심장이 좀 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부드럽게 충만하게 뜨겁게 요동쳤다. 은주는 얼굴을 붉히며 현을 밀어냈다. 왜인지 도저히 현의 눈을 마주 볼 수가 없다.


“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에요?”


“실망이야. 난 한 눈에 알아봤는데..”

현이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얼굴엔 웃음기가 남아있다. 서운함보단 역시 반가움이 먼저인가 보다.


“이번엔 무릎 꿇지 마. 당신 이길 수 있어.”

‘무슨.. 
아, 에이든!’ 


“막아야 돼요!”


“그래 막아야지. 오직 당신만이 막을 수 있지.”


“너?”

그제서야 은주가 현을 알아보았다. 한 길 앞이 보이지 않는 칠흑 같던 어둠 속을 함께 헤맸던 그들이었다. 
은주는 반가워서, 너무 반가워서 현을 꼬옥 끌어안았다. 


“엉엉.. 너 임마 어디 있었어?”


“그때 당신이 떠나버려서, 아니 그럴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난 헤매고 있었어. 그때 우리가 함께 있던 그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었어. 난 이렇게 당신 덕분에 살아있어.”

은주의 품에 포근히 안긴 현이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현도 두 팔 벌려 은주를 끌어안았다. 그동안 그리웠던 만큼 마음껏, 꽈악 끌어안았다.


“그.. 근데 나 화장.. 안했는데..”


“그래도 여전히 예뻐. 그때처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노력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이의제기 등 독자 여러분들의 의견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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