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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버지께.
게시물ID : sisa_6419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天國☜
추천 : 5
조회수 : 22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2/31 17: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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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아버지께서는 경부고속도로를 지나실 때마다 박정희를 찬양하곤 했었지요. 경부고속도로에 반대한 김대중에 대한 비난과 함께 말이지요. 
저는 이것이 틀린 말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아버지께 한번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렇구나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지요. 
아버지와 서먹한 사이가 되기 싫었습니다. 

2012년, 박근혜가 대통령 후보로 나왔을 때, 아버지께서는 무조건 박근혜를 찍어야 된다고 하셨습니다. 
대구가 잘 살려면 한나라당을 찍어야 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전 대통령이었던 한나라당의 이명박이 당선된 시점부터 그 임기가 다 할 때까지 아버지의 월급이 단 한 푼도 오르지 않았단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저는 아버지께 말씀드리지 않았고, 박근혜를 찍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사실 전 그 때 박근혜를 찍지 않았습니다. 
토론에서 보인 그 사람은 도저히 대통령감이 되지 않는다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도 그 토론을 보셨다면 약간은 마음이 바꿔었을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어쨌든, 저의 투표와 상관없이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대구 경제가 살아난다, 의료 첨단 산업 단지 들어서는것보이냐고 말씀하셨지요. 
아버지, 그건 저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저는 사회과학 전공이니까요. 
대구 경제는 발전했을 수도 있겠지만, 당신 아들의 경제는 여전히 일자리가 없어 어려운 상태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얼마전, 아버지께서 저를 새누리당 당원으로 입당시키셨지요. 모르겠습니다. 새누리에게 힘을 보태줘야 한다며 그러셨던걸로 기억하는데, 굳이 아들을, 그것도 공공기관이나 공무원 취업을 준비하는 아들에게 당적이라니요. 
그 때는 조금 심란했으나, 아버지께서는 별 일아니라고, 그냥 매달 돈만 넣으면 되는데 자신의 돈으로 넣겠다고 하시는 것을 보며 그러려니 하고 넘겼습니다. 

얼마 전, 당신 아들이 결국 공기업에 취업을 하였습니다. 
그 때는 기뻤지만, 혹시 제가 취업이 된 것이 대통령을 잘 뽑아서 그런거라고 생각하실까봐 잠깐 섬뜩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도 아버지께서는 표면적으로는 저의 노력 덕분이라며 말해주셨지요. 
어찌나 다행인지 몰랐습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 그런 생각이 들 만큼 아버지께서 새누리 그리고 박근혜 지지자라는 것이 제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이 얘기 역시 아버지껜 말씀드리지 않았지요. 

아버지,  
요즘 위안부 문제로 온나라가 시끄럽습니다. 
피해자를 위해 협의를 했다면서, 피해자들에게 협의 내용이 마음이 안 들더라도 이해해달라고 합니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겁니까. 
아닙니다. 아버지께 물어보지 않겠습니다. 
아버지의 대답에 실망할 제 모습이 눈에 아른거리며, 그 때의 저는 또 어떤 반응을 하며 무마할까 생각하기 싫습니다. 
그냥 항상 그랬듯이 저 혼자 분개하며 속을 삭히겠습니다. 

아버지, 날이 많이 춥습니다. 
옷 잘 여미시고 건강 꼭 챙기시길 바랍니다. 
닿지 않을 제 마음 속 이야기는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저녁에 뵙겠습니다.
출처 정치적 이슈 얘기가 많아 여기다 적었습니다.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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