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다가오는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
곰곰이 고민해보니 많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닌지라
새해 복 적당히 받으시라 고쳤다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적당히는 야박해 보이는 터라
다시 복 많이 받으시라 고쳤다네
고이 접어 부치려니
너무 흔한 인사말이라
쉬이 잊힐까 걱정돼
새해 복 적당히 받으시라 다시 고쳤네
고이 접어 부치려니
말이라도 넉넉해야지
붙인 봉투 뜯어내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 고쳐 적었네
부쳐놓고 보니
많으면 많은 대로 베풀 줄 아는 분이요
흔해빠진 인사말도 귀담아듣는 분이니
괜한 걱정이었으리
혼자 북 치고 장구 친 꼴이 우스워
머쓱하게 웃어본다
누군가를 마음에 담는다는 것이
때론 호들갑스러운 것이려니
돌아오는 길에 괜스레 웃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