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내 마음속의 환상을 하나,두개씩 깨어지는 과정이다. 그래서 아픈것같다. 진짜 정말 매우 아프다. 내 나이 이제 28세, 내 기억으론 산타할아버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에 처음으로 깨졌고 황새가 아기를 물어준다는 사실이 페이크라는것이 아마 두번째였을 것이다. 첫키스에 대한 갈망. 진짜 사랑하는 여인과의 뜨거운 첫키스는 나에게 큰 환희를 선사해 줄 것이라는 환상은 생각보다 별것 아니라는 실망감과 이어서 나의 첫경험에 대한 환상도 함께 깨져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 될 수 있고 세상은 내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환상이 드디어 깨졌다. 독서실에서 맞이한 2016년 1월 1일, 허무하게 보낸 1년이 원망스럽고 후회스럽지만 돌이킬 수 없고 아직까지 불확실한 2016년은 나에게 큰 불청객이다. 한 때, 군대 영창에서 새해를 맞이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날보다 지금이 더 최악인것같다. 독서실 책상 앞. 새해가 온 줄도 모르고 폰을 꺼내보니 이미 시간은 12시 34분. 내 좌우앞뒤 책상에서도 누군지 모를 청년의 신음이 들리오는듯 하다. 탄식일까 환희일까 그들도 새해가 이렇게 무의미하게 다가온 것을 알까 그리고 그들도 나처럼 이렇게 아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