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 이십대 후반에 들어서야 처음으로 시작한 제대로 된 연애. 덕분에 나 요즘 너무 행복하다. 받기만한 사랑에 부담스럽기도 했고 주기만한 사랑에 외롭기만 하다가 이런 게 연애구나를 덕분에 깨닫고 노력해주는 너가 고맙고 닫혀있던 마음 열어줘서 고맙다. 늦은 시간에 찾아와 여행에서 다녀와 작은 선물을 주고 간 너. 날 품안에 가득안고 보고싶었다고 말하는 너. 이런 너를 계속 갖고싶다. 계속 내 사람이면 좋겠다.
너가 계속 내 사람이면 좋겠다. 내가 전해준 박카스처럼 너에게 내가 힘이 되는 사람이면 좋겠다. 그런데 내가 갖기엔 넌 너무 좋은 사람이구나. 말 못한 게 많다. 어쩌면 너는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너는 어쩌면 내 상처를 알아줄 것 같다. 너가 다가올 때 끝도 없이 의심했던 건 외도로 집을 떠난 아버지때문이란 걸
너는 이해할 것 같다. 우리집 유일한 남자인 아버지가 날 버렸다는 사실에 모든 남자들을 다 미워하고 경계했다는 걸 말하면 너는 날 이해해줄 것 같다. 내 상처를 가늠해줄 것 같다. 왜 남자를 만나지 않으려고했는 지 이해할 것 같다. 언니가 열살이 되어서야 겨우 걷기 시작했는 데 그런 언니마저 버리고 간 아버지때문이란 걸 너가 갑자기 떠나지 않을까 겁내는 이유도 다른 여자랑 친하게 지내는 데에 예민한 것도 너가 이해해줄 사람이란 걸 알게되었는 데....
사랑아.... 너가 내 욕심인 것 같다. 아직 너에게 말하지 않았고, 어떻게 울지않고 담담하게 이 얘기를 꺼낼 수 있을 지 모르겠다. 너네가족과 먹는 식사한끼에 나는 평범한 가족은 이렇게 밥을 먹는구나를 다시금 깨달았다. 너가 과분하다. 나와 미래를 얘기해주는 너에게 나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할 수 없는 신부라는 사실을 나는 말할 수가 없다. 살아계시는 아버지를 아버지 자리에 앉힐 수 없다고 나는 말할 수가 없다.
덕분에 나는 행복했으니 이제 너를 보내야하지 않을까해. 사랑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살던 내 인생에 너가 빛을 내려주었으니 나는 내 인생도 빛난 적이 있다고 널 가슴에 안고 이런 가정에 이런 환경에 자란 내가 아닌 좋은 집안은 아니더라도 평범한 가정의 사람에게라도 널 보내야되는 게 아닐까 너는 충분히 좋은 아이이고 잘될 아이인데 이처럼 좋은 너를 내가 갖는 게 너가 내 사람이란 게 너에게 너무 미안해. 그런데 널 보내려 생각하니까 너무 마음이 아파서 어쩌지. 헤헤... 어떻게 너를 보내줘야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