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당국이 동기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한 의대생 3명에 대해 5일 최고 수위의 징계인 출교 처분을 내렸다. 고려대의 학생 출교 처분은 지난 2006년 본관 점거 학생들에 이어 이번이 사상 두 번째다.
고려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 논의한 결과 최고 수위의 징계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학교 측의 징계가 늦어진 것은 미온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 아니라 절차상 최대한 신중을 기하려 했던 결과”라고 말했다.
출교는 고려대 학칙상 최고 수준의 징계로, 출교 처분을 당한 학생은 학적이 완전히 삭제되고 재입학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한 단계 아래 징계인 퇴학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재입학이 가능하다.
고려대는 이날 의대 학장 이름으로 발표한 담화문에서 “고려대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섣부른 징계 결정은 오히려 고려대 의대의 명예를 실추시킬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해 올바른 징계 절차를 하나하나 정확히 지켜나가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 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징계 결정과 시행은 명문화한 규정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징계 수준을 예결하고 예결 후 규정에 정해진 절차를 진행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이는 상벌위원회의 최종 판정에 어떤 오류도 남기지 않으려는 고민과 고뇌의 반영”이라고 설명했다.
고려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고려대 의대가 그간 교육 목표로 설정하고 노력해 왔던 ‘좋은 의사를 키우는 교육의 장’으로 다져지고 거듭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의대 남학생 3명은 지난 5월 21일 경기도 가평 용추계곡의 한 민박집에서 동기 A(여)씨가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사이 몸을 만지고 휴대전화와 디지털카메라로 A씨의 몸을 촬영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가해 학생들에 대한 사법절차와 별개로 학교 측의 징계 심의가 길어지자 ‘학교 측이 가해자들의 학교 복귀를 허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졌고,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나서 출교를 촉구하는 등 안팎으로 큰 파문이 일었다.
특히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하는 가해자 한 명이 구속되기 전 학내에서 ‘피해자는 사생활이 문란하다/아니다’ 등 문항을 담은 설문을 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확산됐고, 급기야 피해자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심경을 밝히면서 논란은 심화됐다.
고려대는 지난 2006년 병설 보건대생의 총학생회 투표권 인정을 요구하며 본관 점거 농성을 벌인 학생 7명을 학교 역사상 처음으로 출교 처분한 바 있다